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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세 가지 종류의 거짓말이 있다. 첫째는 거짓말, 둘째는 빌어먹을 거짓말, 셋째는 통계다. 영국 수상 디즈레일리의 말이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 청년 실업자는 30만명이고, 실업률은 8%다. 통계청 공식 통계다. 이 통계대로라면 15세~29세 사이 청년 열 명 가운데 한 명 미만이 실업자고 아홉 명 이상이 취직한 것처럼 보이는데 이건 거짓말이다. 전국 어디서나 두 집 건너 한 집꼴로 학교를 졸업하거나 군대까지 다녀온 아들 또는 딸이 집에서 놀고 있다.
청년 실업 통계가 실제 현실과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통계에 맹점이 있기 때문이다. 실업률 통계에는 지난 4주 동안 구직 활동을 한 사람 가운데 일자리를 못 구한 사람들만을 실업자로 잡을 뿐 취업 준비자와 구직 단념자, 취업할 생각이나 계획 없이 그냥 `쉬었음`이라고 응답하는 청년들이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실업률 대신 고용률을 살펴보는 것이 보다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올해 청년 고용률은 30년 만에 최저인 38%라고 발표됐다. 경제협력 개발기구 (OECD) 34개국 가운데 29위로 꼴찌 수준이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자식들을 대학까지 보냈는데 막상 졸업해도 기껏 취직하는 젊은이는 3명 중 1명꼴이다. 그런데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얼마 전 OECD 발표를 들으니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031년이 되면 0%대로 떨어진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앞으로 십수 년 뒤면 제로 성장시대가 온다는 뜻이다.
경제가 성장을 멈추면 장래 우리 아들과 딸들의 취직자리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이 문제는 대한민국이 당면한 최대 과제다. 어떻게 풀 것인가? 국가를 운영하는 전략의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것은 `동서남북` 4대 방향으로 잠재 성장력을 끌어올리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는 전략이다.
첫째, 동쪽 방향으로 전체 일자리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일자리를 매력적인 일자리로 만드는 것이다. 경제민주화 입법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갑을 관계`를 수평적 협력관계로 바꿔내야 한다.
자금과 인력과 신용과 판로가 부족한 중소기업의 애로를 국가가 나서서 적극 타개해 줘야 한다. 작년 30대 재벌기업의 실효 세율이 13%인데 경제적 약자인 중소기업의 평균 실효 세율이 14%였던 사실은 조세제도의 공평성에 문제가 있음을 웅변하고 있다.
둘째, 서쪽 방향으로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대폭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보육, 교육, 노인, 아동과 가족, 장애인 서비스 등 사회 서비스 분야 종사자의 비중이 3.6%에 불과하다. 이는 OECD 평균의 1/3 수준으로 경제 규모나 경제 수준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상태다.
노인요양 보호, 장애인 활동보조, 산모신생아 도우미, 학교급식 영양사 등 사회서비스를 현재와 같은 비정규직 일자리가 아니라 정규직 일자리로 확대해야 한다. 이것은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복지국가로 가는 길이다.
셋째, 남쪽 방향으로 7-T 전략이다. IT((정보통신), BT(생명공학), CT(문화), ET(에너지), ET(환경), NT(나노기술), ST(항공우주) 등 7대 첨단 분야에 4대강 사업에 쏟아 부은 22조 원의 절반만 투자했으면 백만 개 이상의 좋은 일자리가 생겼을 것이다.
시대착오적인 토건중심 경제 대신 7-T 중심의 혁신경제로 가야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일자리가 생긴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가 이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
넷째, 북쪽 방향으로 북방경제를 개척하는 길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즉각 개성공단을 정상화시키고 원래 계획 대비 현재 1/20 규모에 불과한 개성공단의 확대 발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개성공단을 2개, 3개, 4개로 늘려 가는 것이 통일로 가는 길이요, 제로 성장시대에 직면한 한국경제의 활로를 뚫는 길이다.
서울역에서 파리행 기차표를 끊을 수 있는 날을 앞당겨야 한다. 국민은 우리 정치에 대해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답답한 나라의 현실을 극복하고 우리 아들과 딸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길은 1) 경제민주화를 통한 중소기업 능력 강화 2) 복지국가를 통한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3) 혁신경제를 통한 첨단기술 분야의 일자리 창출 4) 북방경제와 함께 `대륙으로 가는 길`을 젊은이들에게 제공하는 등 4방향으로 국가 전략을 집중하는 데 있다고 본다.
`동서남북` 4방향에 미래 희망이 있다.
<정동영:전 통일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