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북방한계선(NLL)은 6·25 정전협정이 체결된 직후인 8월 30일 유엔군사령관에 의해 임의로 설정되었다. 당시 유엔군이 점렴하고 있던 서해의 백령도·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 등 서해 5도의 북단과 북한에서 관할하는 옹진반도 사이에 임의대로 중간선을 그은 것이 바로 NLL인 것이다.
북한은 73년부터 서해 5개 섬 주변수역을 자신들의 영토라고 주장하며 NLL을 넘나들었고, 99년 9월에는 서해 5도의 통행로를 제외한 그 주변 수역을 북측 관할권에 둔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이라고 일방적으로 선포했다. 이후 이곳은 연평해전과 대청해전 등 남북간의 무력충돌이 이어지며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잠자는 화약고같은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정전 이후 최초로 대한민국의 영토가 북한으로부터 포격당하기도 했던 곳이다.)
■ 2007 남북정상회담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가 노무현 'NLL 포기' 발언의 근거지난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에서는 군사적 충돌의 위험성이 잔재하는 이 곳에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만들어 서해의 평화, 나아가 남북의 평화협력을 상징하는 곳으로 만들자는 공동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10·4 선언'에 담겨 있는'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플랜은 해주지역과 주변해역을 묶어 '공동어로수역'으로 지정하고, 이 지역에 경제특구를 건설하며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적극 추진하자는 데에 남북의 정상이 합의를 이룬 것이었다. 서해 5도 일대의 평화수역 설정과 경제협력의 강화를 통해 이곳의 불안정성을 해소하자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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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구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나라당과 수구보수진영은 대대적인 'NLL 공세'에 나선다. 해주공단과 공동어로수역 자체가 실질적으로 북방한계선을 무력화하는 의도라며 영토사항인 이 선은 절대 논의조차 해서도 안된다고 성토를 하고 나선 것이다.
남북정상은 그동안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이 높았던 이 곳에 남북의 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을 위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조성함으로써 남북의 평화정착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서해에서 남북의 경제협력이 활성화되고 개성과 해주, 인천을 연결하는 물류이동통로를 개척함으로써 사람과 물자가 보다 자유롭게 왕래하는 획기적인 남북협력이 이루어진다면, 자연스럽게 남북의 군사적 긴장관계가 해소되고 미래지향적인 관점으로 볼 때 남북평화 및 이후의 평화통일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남북 정상의 이같은 구상은 당시 한나라당과 수구보수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정전협정 직후 유엔군사령관이 임의로 만든 NLL이야말로 수구보수집단인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체제유지와 정권유지 및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생명선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 새누리당의 몹쓸 상상력에서 비롯된 정치공작지금 정국의 최대쟁점으로 떠오는 'NLL 논란'의 핵심은 노무현 대통령이 과연 'NLL 포기 발언'을 했느냐의 여부이다. 필자는 어제 포스팅한 글에서 'NLL 논란'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어떤 입장에서,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발언의 취지 역시 왜곡되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마치 지난 남북정상회담에서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을 둘러싸고 지금과 비슷한 'NLL 논란'이 일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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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지금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NLL 논란'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에서 나온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정치쟁점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당시의 합의문에서는 'NLL'이란 표현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것은 남북 정상이 'NLL'의 존재를 무시한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주장대로라면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구상하면서 그동안 물리적인 영토선으로써 존재해 오며 무력충돌의 원인을 제공했던 'NLL'을 남북의 평화공존을 위한 완충지대로 만들어보자는 미래지향적인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누리당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부분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일 것이다. 언급한대로 같은 말이라도 어떤 의도를 갖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뜻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와 관련해 어떤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발언이 새누리당에게는 'NLL 포기 발언'으로 들린다. 몹쓸 상상력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그렇게 만들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쪽으로는 새누리당이야말로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전문가들이다.
■ 새누리당의' NLL 공세'는 명백한 이적행위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10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국회대정부 질문에서 "평화체제를 넘어 남북연합을 내다본다면 영토조항에 대한 지혜로운 검토가 필요하다"라는 발언으로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으로부터 융단폭격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보수세력들이 내세운 근거가 바로 헌법 제3조(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영토로 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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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새누리당이 벌이고 있는 작태가 바로 자신들의 행위를 뒤집는 이율배반이며 이적행위에 해당된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위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국정원 사건' 물타기를 위해 버젓이 'NLL 포기발언'으로 둔갑시키는 순간 우리의 영토선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가 아닌 일개 유엔군사령관이 자기마음대로 정해놓은 'NLL' 이하로 규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헌법 3조를 부정하고 북한땅을 포기한 새누리당에게 집권여당의 자격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지금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과연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만에 하나 북한측이 새누리당이 논란을 촉발시키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을 근거로 이 곳을 분쟁지역으로 만들어버리면 그땐 뭐라 답할 생각인가? 그때도 자신들이 이 문제를 정치 쟁점화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때문이라고 말할텐가?
정권유지와 기득권 유지를 위해서 국가와 국민, 민주주의 쯤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새누리당의 NLL 공세는 명백한 이적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이 땅에 합리적 보수들이 존재한다면 새누리당의 이와 같은 이적행위를 좌시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다. 왜 새누리당이 사이비 보수들인지 'NLL 논란'이 다시한번 각인시켜 주는 셈이다.
남북의 평화공존과 공동번영, 나아가 평화적 통일은 우리민족의 미래와 직결된 일이다.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모두 이 절대절명의 민족적 지상과제를 향해 나아가는 데에 이견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이 땅의 수구보수들은 전혀 그럴 마음이 없거니와 오히려 이를 방해하고 정치공작을 통해 이데올로기적 분열을 획책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작금의 'NLL 논란'이 바로 그렇다. 북한이 존재하지 않으면 이 땅의 수구보수들은 설 자리가 없다. 따라서 이들에게 남북한 간의 평화와 협력, 나아가 평화통일은 상상할 수 없으며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다. 이것이 바로 새누리당이 '국정원 사건'의 국면전환을 위해 '노무현 대통령의 NLL 발언'의 취지와 진실을 왜곡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 새누리당은 반국가적 이적행위를 당장 중단하고 국정조사를 추진하라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통해 남북간의 대결 국면을 종식시키고,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이적행위(?)를 했다. 그리고 현재 새누리당은 민주주의의 질서를 유린한 '국정원 사건'을 무마시키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의 과거 이적행위를 문제삼으며 정치 공작에 날새는 줄 모르고 있다. 과연 이들 중 누가 더 국가와 국민에 반하고,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이적행위를 하고 있는 것일까?
국민들은 국정원 사건으로 인해 국가기관인 국정원, 경찰, 검찰, 정부, 집권여당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반민주적, 반국가적 작태를 촛불시위와 시국선언 등을 통해 규탄하며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은 지금 분노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NLL 공세'는 펄펄 끓고 있는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새누리당은 어리석은 반국가적 이적행위를 당장 중단하고 국정원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에 성실히 임하라. 이것이 주인인 국민이 종인 새누리당에게 내리는 준엄한 명령이다.
(출처:바람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