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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통합당이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무공천’ 방침을 결정했다.
그 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안철수 예비후보를 배려한 것이다.
당내에서 ‘제 1야당의 위상에 걸맞게 독자후보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지만, 민주당 비대위는 이런 반대의견을 일축하고 말았다.
실제 5.4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경선출마를 공식선언한 강기정 의원과 이용섭 의원도 이 같은 결정을 비판했다.
강 의원은 26일 PBC '열린세상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 "선(先) 공천 후(後) 정치협상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에 매우 아쉽고 안타깝다"며 "민주당의 기초를 자꾸 허물어가는 느낌이 든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용섭 의원도 전날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하다"며 "127석의 국회의원을 가진 60년 전통의 제1야당이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현실이 말할 수 없이 아프다"고 말했다.
대체, 비대위는 왜 이런 반대 목소리를 외면하면서까지 안철수 후보를 배려한 것일까?
혹시 ‘무공천’이 안철수 후보를 향한 ‘사랑의 메시지’는 아닐까?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무공천 방침을 비판한 강 기정 의원이 민주당과 안철수 후보와의 관계설정에 대해 "중국의 등소평이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을 내세웠는데 현 상황에서 우리는 민주당과 안철수 후보의 과제를 '민묘안묘론'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한 것은 그런 의미일 것이다.
그러면 이런 일방적인 ‘사랑의 메시지’를 받은 안철수 후보 측은 어떤 입장일까?
일단 안 후보는 민주당의 무공천 결정에 대해 전날 "바람직하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게 진심은 아닌 것 같다.
실제 안철수 후보 측근들은 26일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이구동성으로 민주당 무공천 방침을 반기지 않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내비쳤다.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이날 오전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무공천 결정이 아주 복합적인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안 후보 쪽에서 이 문제에 대해 평가를 하기엔 적절치 않다"면서도 "(민주당 무공천 결정이)야권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인데, (안후보를 지지하는)여권 지지층을 경계하게 만들었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안 후보 측근인 김성식 전 의원도 같은 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노원병 무공천과 관련, "세상 모든 일엔 빛과 그림자가 있다"며 "좀 수월해진 측면도 있겠으나 또 동시에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민주당 무공천 방침이 안 후보에게는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는 뜻이다.
실제 안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야권 지지자들만 있는 게 아니라, 여권 지지자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그런데 민주당의 무공천 방침이 여권 지지성향의 유권자들을 자극해 이탈해 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야권 표심 결집에 결정적인 도움이 되는 것만도 아니다.
오히려 진보정당들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가 안 후보에게 쏠릴 가능성을 우려하며, 안 후보를 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는 전날 노원구 상계동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해 "저는 입장이 없는 것이 새 정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싸우지 않는 것이 새 정치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새 정치는 가진 것이라고는 투표권 밖에 없는 사회 약자와 서민을 위해, 조금 더 인간적이고 더 정의로운 결과를 내 놓는 정치여야 한다"고 안철수 후보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발족식에 참석한 문대골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안 후보를 겨냥, "주변사람들이 노원병으로 가자고 할 때 '내가 새 정치를 말한 사람인데 난 그럴 수 없다. 거긴 노회찬이 있지 않느냐'라고 했어야 새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통합진보당 정태흥 후보도 안철수 후보를 향해 "이른바 새 정치에 관해 서민의 땀과 노동자의 눈물에서 새 정치가 출발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며 "민주주의가 빠진 새 정치는 허구이자 기만"이라고 공격했다.
결국 민주당이 안철수 후보에게 ‘무공천’ 결정이라는 방식으로 프러포즈를 했지만, 되돌아 온 건 싸늘한 반응이었다.
한마디로 제 1 야당이 한 사람의 정치 신인에게 퇴짜를 맞은 셈이다. 그 짝사랑이 참으로 눈물겹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