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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가 자라는 논에서는 어김없이 피도 함께 자란다. 키도 엇비슷하고 또 색깔도 같은 녹색을 띄고 있어서, 일정한 크기로 자라기 전에는 그 둘을 분간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전문적으로 농사를 짓는 농군에게도 처음에는 이를 가려내기가 결코 수월한 일이 아니다. 어느 정도 자라야만 비로소 구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때도 피를 뽑아내는 일은 별로 없다. 피를 뽑아내다가 자칫 벼까지 함께 뽑힐 것을 염려한 때문이다.
그렇게 추수 때가 가까워 오면 굳이 전문가가 아닐지라도 그 맺힌 열매의 모양이 다름을 쉽사리 발견하게 된다. 결국 수확하는 손길에 의해 피는 가차 없이 뽑혀 나가고, 벼는 벼끼리 더욱 튼실하게 영글도록 마지막 햇살이 허락된다. 바로 알곡과 쭉정이가 분명히 가려지게 된다.
다름 아니라, 동네북 신세로 전락된 채 시시각각 공중분해를 향해 치닫고 있는 민통당 얘기를 하고 싶어서다. 기득권 세력의 물대기 정당으로 인구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판국이니 그만 해체됨이 타당한 일이다. 그럼에도 친노 세력의 연명용으로 거죽은 걸치게 되리라 전망된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막대한 혈세를 낭비하는 해악에 불과할 따름이다.
현실을 냉혹하게 직시하자. 어차피 민통당은 그 자체적인 동력만으로는 결단코 쇄신할 수 없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지난 노무현 정권의 태동과 함께 그간 지속적으로 굳어져온 친노 세력의 사이비성과 그로인한 무기력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국민적 공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명확하다. 정부 여당을 견제하고 또 올바로 견인해 낼 수 있는 새로운 세력이 태동돼야 한다. 바로 그 구심점에 안철수 원장이 있다. 민통당을 대체할 신당 건설을 통해 선명하게 쇄신된 야당, 서민의 피눈물과 함께 하는 야당, 대안을 제시하고 오늘과 내일을 여는 야당, 수권 능력을 갖춘 야당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안철수 원장의 등판을 요구하는 기류가 날로 강하게 감지되고 있다. 전통적인 민통당 지지층 사이에서도 우세할 뿐만 아니라, 부동층 또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오는 4월 치러지는 재보선 지역구 가운데 ‘서울 노원병’에 안 원장이 직접 출마하는 것도 조심스레 검토할 사안이다.
창당 문제도 오는 10월 재보선 이전에 마무리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여건상 무리가 따른다면 조금 늦춰질 수는 있겠으나, 그럼에도 가급적 올해 안으로는 깃발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년 지방 선거에 철저하게 대비할 수 있다. 아무쪼록 안철수 신당에 대한 국민적 여망에 부응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 크다.
<정성태 : 시인 / 칼럼니스트(E-mail : jst010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