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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시절 숱한 사고로 화제를 만들고 마돈나와의 염문으로 유명했던 데니스 로드먼이 갑작스레 북한을 찾았습니다. 겉으로는 로드먼이 할렘 글로브스터스라는 농구단의 일원으로 자체적으로 만들어 낸 행사에 참가하는 형식을 띠고 있지만, 이것이 북한 쪽의 기획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듯 합니다. 우선은 과거 중국의 핑퐁 외교처럼, 농구라는 형식을 통해 냉각된 북미관계를 풀어보려는 포석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우선 당연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어떤 '위기'를 스스로 느끼기에 이를 풀어보려고 이런 일까지 하게 된 게 아닐까요?
북의 핵실험, 그리고 그 전의 인공위성 발사 등은 이후에 유튜브에 깔린 '뉴욕 불바다 영상' '오바마 불바다 영상' 등을 통해 '호전적인 북한'의 이미지를 확산시켰습니다. 그건 북에게도 스스로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었지만, 그들은 이런 식으로 자기들의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북이 이렇게까지 나오게 된 배후에 뭐가 있었을까요? 그들도 이런 식으로 나가면 스스로 고립과 어려움을 자초한다는 사실 쯤은 알고 시작했을 거라는 짐작은 해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북은 이미 지난해 김정은의 통치체제 강화 과정을 통해서 김정일 사후의 북한이 개방 개혁 쪽으로 향할 것임을 어느정도 암시하기도 한 상태였습니다.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해 가능한 추론은 북이 만성적으로 앓고 있는 에너지 부족과 식량부족을 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판돈을 키우고 6자 대신 북미간의 양자로, 이른바 '맞고'식으로 덤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남북관계를 지금까지 어떤 정권보다도 크게 어그러뜨렸고, 남북관계는 긴장 국면을 넘어 아예 교전상황이 되기도 했습니다.
천안함은 왜 '북의 도발'이라는 결론으로 귀착되어야 했을까요? 그것은 단지 이명박정부의 우기기 같은 게 아니라, 혹시 일어날 전쟁을 위한 '명분쌓기'는 아니었을까요?
이 문제에 대한 일련의 힌트들은 최근의 미국과 중국을 살펴보면 어느정도 나와있지 않은가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 후 그의 첫 대의회연설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에서 3만 3천명의 미군을 올해와 내년 안에 철수시키겠다고 발표한 후, 그러면서도 미군을 전혀 감축하지 않을 것임도 아울러 천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강군을 만들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이어 한미일 삼국 관계의 강화, 태평양 중시 정책 등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최근 미국과의 대화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의제의 주요 부분이 북핵에 관한 것입니다. 북한의 로켓과 핵무기 모두 미국도 미국이지만 중국을 불편하게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만일 중국이 입장을 바꿔 북핵에 대해 확실한 제재를 가하자는데 미국과 '전폭적으로 의견을 같이 할 경우' 북한은 언제든지 두들겨 맞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선제타격" 운운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과 중국의 협조 없이는 못 나오는 이야기라는 건 분명합니다. 여기에 미국은 일본의 재무장을 눈감아주고, 제주도엔 자기들의 항공모함이 정박할 수 있는 시설까지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 속에서 강공으로 나왔던 북한은 이 문제가 조금 더 '탠저블하게' 현실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받아들인 후, 과거 중국의 핑퐁외교 때와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럼, 북한의 이런 입장변화는 왜 생겼을까요? 그것은 전쟁의 위협이 지난 1994년 북폭 위기 때처럼 보다 구체적이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한반도에서 만일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북한만의 일방적인 피해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완전히 갈라질 경우, 혹은 느닷없이 러시아가 개입할 경우... 등등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 사태가 진행되든, 지금 이 상황은 일본의 극우화 및 침략국가화를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잖아도 엄청난 전비와 비난여론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정부가, 만에 하나라도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바로 그들의 군대부터 보낼까요? 절대 아니죠. 우선 한국군과 일본군이 가장 먼저 투입되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자위대를 군으로 바꿔야 하고, 일본의 극우화가 먼저 일어나야 하는 거죠.
요즘의 일본 우경화의 맥락도 아마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대략 그림이 맞을 듯 합니다만. 아무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데니스 로드먼이 북한 간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게 있을까 싶습니다만, 북한은 일단 그를 선택함으로서 세계에 또 하나의 '뉴스거리'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것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일 전쟁이 나면, 그것은 또한번의 전체 한반도 궤멸화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전후방이 따로 없는 총력전, 그것도 최신무기들이 뒤섞인...
평화를 지키는 것은 그 바운더리 안의 구성원들의 미래를 지킨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우리도 강대국의 정책에 그냥 따라서 돌아갈 것이 아니라,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처럼 먼저 평화를 지켜내기 위한 강군 만들기 속에서 대화를 병행하며 무엇보다 주체적인 통일 노력을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