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사회 안에서도 종북세력 척결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단체를 만들어 놓고, 국내외의 종북 세력 척결이 최우선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는 것을 서북미 지역 한인 신문들을 보면서 혀를 끌끌 차고 있는 중입니다. 극우들에게 종북이란 것이 무엇입니까? 제대로 된 보수가 없는 한국사회와 동포사회를 보면서, 또 이같은 극우들의 준동을 보면서 역사란 것이 이렇게 다시 악순환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일 보기에 씁쓸한 것은, 지금 서북미에서 이른바 '서북미 종북세력 척결 위원회'라는 단체를 주도해 세우고 이 안에서 적극적으로 일한다는 이들의 면면이 별로 과거부터 변하지 않은 인물들이라는 겁니다. 김영삼 때도,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했던 때도 나가서 환영하며 태극기를 흔들던 인물들이 그대로 지금 와서는 조금 더 오른쪽으로 서 있다는 그 자체가 참 우스우면서도 갑갑합니다.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이명박 정권의 정책에 반대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이들이 말하는 종북의 카테고리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문제는 '상식'과 '몰상식'의 대결이고, 상식을 다시 제자리에 찾아 놓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곳 뉴스의 '종북세력 척결 위원회'라는 단체가 이렇게 결성되고, '종북세력의 척결을 위해 행동하겠다'는 식의 강령을 보면서 저는 다시 해방전후사의 그림자가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이 사회에 드리워지는 것을 봅니다.
이런 극단의 우경화, 그리고 여기에 맞서는 북쪽의 극단적인 대립과 불신이 부른 것이 무엇이었습니까? 우리에게 해방 이후의 그 5년이 어떤 비극을 기다리고 있었습니까? 지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10년동안 만들어 놓았던 평화의 기조는 무능한 이명박 체제를 거치면서 결국 이제 더 이상 갈 수 없는 극단의 상황으로 밀려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계속되는 주변 국가들과 열강들의 극우화가 겹치면서, 한국엔 다시 파시즘이 과거의 그 모습 그대로 자리잡을 수 있는 바탕이 깔리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식의 회복입니다. 그리고 일본이나 중국의 극우적 도발을 막을 수 있는 확실한 외교력입니다. 한국이 중심을 못 잡고 이렇게 밀려갈 경우, 북핵문제의 해결이나 동아시아의 분쟁 조절 등 핵심 사안들에서 배제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만일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의 정책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가져갈 경우, 이미 파탄날대로 나버린 남북관계는 더욱 극단으로 가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일본으로 하여금 합법적으로 재무장을 가능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우리가 사실 경계해야 하는 것 중 가장 위험한 것이 일본의 극우화와 재무장, 그리고 이들이 직접적으로 중국을 상대로 일으킬 불장난입니다.
뭐, 종북 편가르기 열심히 하고, 저 우경화에 편승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당장 무슨 일이 나는 건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한국과 미국 내 한국 사회가 해방전후사로 갑자기 확 회귀하는 것을 보는 건 솔직히 별로 기분좋은 일은 아니네요. 역사 안에서 이런 극단적인 우경화 후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너무나 명백하게 증언하고 있어서.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