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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2006년과 2009년에 실시한 1~2차 핵실험 성공에 이어, 이제 3차 핵실험을 예고하고 있다. 3차 핵실험은 핵무기의 경량화와 함께 폭발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핵융합을 통한 수소폭탄이 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만일 이런 가설이 북한의 3차 핵실험을 통해 입증되면, 북한은 그야말로 핵보유국을 넘어 핵무기 강국임을 천명하는 셈이다.
북한의 이러한 동향과 맞물려, 국내 여론이 악화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심지어 민통당 내의 적잖은 의원들까지 가세하여 북한을 압박하자는 논리를 펴고 있다. 마치 새누리당 대변인의 논평을 듣는 것만 같은 참담함이 엄습한다. 어찌 그리도 사려 깊지 못하고 또 시류에 편승해 자신의 영달만을 노리겠다는 것인지 측은한 생각마저 든다.
여기서 북한이 플루토늄 방식의 1차 핵실험에 성공했던 2006년 상황을 복기해 보자. 당시 조선일보는 한반도에서 곧 전쟁이라도 발발할 것 같은, 아니 전쟁이 터져야만 될 것 같은 기사로 연신 분주했다. 심지어 호외까지 발행하며, 이를 지하철 입구에 잔뜩 쌓아 놓고 무료로 배포하는 열성을 부렸다. 공중파 방송들 또한 이에 뒤질세라, 국민적 불안감을 극대화하기에 바빴다.
이에 자극 받은 국민 정서도 북한에 대해 악화된 감정을 드러냈다. 1차 핵실험 이후 조사된 여론의 풍향계를 보면, 90%에 육박하는 국민이 북한에 대해 적대적 반응을 나타냈다. 이에 탄력 받은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의 다수에서는 북한과의 전쟁 불사를 외치는가 하면, 민통당 전신인 열린당마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별반 다르지 않은 입장을 보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1주일 후에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다. 핵실험 직후와는 판이한 결과를 보이고 있는데, 거의 5:5 수준으로 북한에 대한 시각차가 서로 대등한 양상을 낳고 있다. 이는 국민적 인식이 급속하게 이성을 회복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그 누구에게도 승자의 영예는 없이 모두가 패자가 되는 뼈저린 경험이었던 셈이다.
기실 대북문제는 지난한 일임에 틀림없다. 남북한이 서로를 향해 총을 쏘고 또 칼로 찌른 직접 당사자들이다. 이후에는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안고 반세기 이상 적대시하며 지냈다. 부부가 헤어지게 되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남북한 사이에 가로 놓인 경우와도 유사점이 있는 듯하다.
근래 민통당 내에서 햇볕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토로하는 의원이 더러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에 대한 우리의 보편적 인간애에 대한 결과물이 가시적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고, 그것도 단기간에 거쳐 뭔가 도출되지 않으니 그러리라 여긴다. 혹은 북한의 핵실험 예고와 맞물려 고조되고 있는 우리 내부의 반북 정서에 편승해 자신의 영달을 도모할 수 있다고 여긴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되물을 수 있어야 한다. 강태공이 대어를 낚기 위해서 끈질긴 기다림을 마다하지 않는다. 적어도 민통당만이라도 일관되고 끈질긴 자기 입장을 견지할 수 있어야 한다. 시류에 따라 줏대 없이 설왕설래한다면, 이는 머잖아 자신을 묶는 올무로 작동될 것이다. 아울러 그러한 작태는 스스로가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결코 취할 입장은 아니다.
물론 우리의 대북 안보 태세는 상시적으로 철저하고 또 빈틈이 없어야 한다. 북한의 어떠한 국지적 도발에도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또 신속하게 물리쳐야 한다. 이를 부인할 대한민국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적 불안을 부추기는 듯하며 필요 이상의 긴장 정국을 조성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민통당은 민족의 앞날을 보다 크게 그리고 보다 멀리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성태 : 시인 / 칼럼니스트(E-mail : jst010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