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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니 박근혜 정부의 김용준 총리후보가 낙마했다.임명 때도 놀랐는데 이번에는 갑자기 사임해 또 놀랐으니 총리지명만 둘러싸고 놀란 것이 벌써 두 번째다.
대법관과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그는 법조계에서는 상당히 존경받는 인물에 속했는데 이런 사람마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총리가 될 자격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나고 마니 한국 전체가 양심파산 사회라는 느낌이 든다.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된 이동흡 전 가정법원장도 비 청렴인사로 낙인찍혀 국회인준을 받지 못해 사실상 낙마했다. 20-30년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되어온 관행이 오늘 들이대는 잣대에서는 부정과 파렴치로 몰매 맞는 세상이다. 사람들과 사회풍토는 변하지 않고 잣대만 변한 것이다.
애당초 김용준 위원장이 ‘부동산이 꽤있는 부자’라는 소문이 났을 때만 하더라도 이해할만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두 아들의 병역면제가 드러나면서 “어째 이상하네. 제2의 이회창 케이스가 되는 것 아닌가”하고 고개가 갸우뚱 해 지기 시작했다.
이어 서초동 땅 투자가 법원의 강남 이전 직전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민사법원의 부장판사인 그가 내부정보를 미리 알아 강남땅을 사들였다는 의혹을 사게 된 것이다. 그 이후 안성 등 10여건에 달하는 부동산투자로 엄청난 재산을 모은 것이다. 이쯤 되면 ‘부동산 투자’가 아니라 ‘부동산 투기’에 속한다.
어머니가 재산을 물려주었다는 말도 신빙성을 잃었다.게다가 두 아들이 김대업 리스트에 올랐었다는 소문까지 퍼지고보니 스스로 용퇴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김용준 총리후보의 부동산 투자는 20여 년 전에는 그럴 수도 있다는 정도의 상식적인 것이었으나 오늘의 한국정치 풍토에서는 비양심적 행위에 속하는 것으로 판정 받는다.현재의 잣대로 과거를 들이대면 한국에서 총리가 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게 되어있다.
너무 가난하거나 청렴하면 한국 사회에서는 무능한 사람으로 취급당한다.유능하면 비도덕적인 재산축재가 문제가 된다.언론은 박근혜당선자의 이번 총리후보 실패를 비밀인사와 불통인사 때문인 것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한국사회의 가치관 상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명 인사들을 향해 “총리후보 자신 있는 사람 나와 보라”고 외치면 몇 명이나 자신 있게 나설지 의문이다. ‘청렴’하면서 ‘능력’있는 총리후보를 과연 발견할 수 있을까.
한국은 민주화를 부르짖는 사람이 민주화 되지 않고(진보정당의 선거부정을 보라) 청렴을 외치는 사람들이 청렴하지가 못한 사회다(판검사와 교육자의 부정).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등 대통령들이 지도자로서 국민에게 시범을 보여야 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나 가족들의 부정 때문에 망신당하고 물러나는 사회다.
한국은 물질적 가치와 정신적 가치의 균형이 깨진 위선적 사회다.무 밭에 삼 심어도 무가 되는 사회다. 대통령의 비극은 마음대로 되는 것과 마음대로 안 되는 데에 있다.총리와 장관을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또 마음대로 인준되지가 않는다.
말하는 것 다르고 행동하는 것 다른 이중인격 사회에서 법치확립에 모범을 보일 인물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박근혜당선자의 국정철학인 ‘법치 확립’은 앞으로 대통령의 인사와 맞물려
수없는 잡음을 일으킬 것이다. ‘박근혜 인사’가 산 넘어 산이다.
<이철:미주한국일보 고문/전 주필, 편집국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