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1일 창립 60주년을 맞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를 통한 '제2의 도약'을 선언하던 당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베트남 사랑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뙤놈이 먹는다는 말이있다. 죽어라고 일한사람,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받아야 할 대가를 엉뚱한 사람이 가져간다는 뜻이다. 제조업이든 서비스 산업이든 또 문화예술분야 가리지 않고 노동력에 의해 생산이 이루어지는 경우라면 이러한 주객전도 현상은 도처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같은 대가전도(代價顚倒) 현상은 시공간에 관계없이 나타난다. 속담이 만들어진 시대상황은 노동, 직업윤리나 교환수단이 사회적 합의보다는 당사자들간 편의적 관행에 의해 이루어진 측면이 있어 그럴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이와달리 노동에 대한 지불수단, 절차가 법과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법 이전에 사회적 상식으로 보편화된 오늘날에도 이와같은 주객전도 현상은 끊이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를 든다면 1993년 아시아나 항공이 베트남에 진출한 이래 활발하게 기업활동을 벌이고 있는게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아닐까 한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1946년 박인천 선대 회장이 광주에서 택시 2대로 시작한 운수업이 모태다. 이후 광주버스등 전국적 운수회사로 성장을 발판삼아 타이어,건설,금융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사세확장에 성공하면서 아시아나 항공 설립, 잇따른 대우건설, 대한통운 합병으로 재계순위 10위안에 진입하였고 중국, 베트남을 중심으로 해외에까지 적극 진출, 글로벌기업으로 면모를 갖추었다.
특히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베트남에 진출한 이래 적극적인 기업활동으로 베트남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하는 것 말고도 각종 봉사, 나눔행사등 선진적 기업문화를 통해 사회적 공헌 기업으로 찬사를 받고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최근 6년동안 880명의 베트남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였는가 하면 가난한 음악영재에게 클라리넷을 선물하기도 하였고 또 현지 금호타이어 근무중 부상을 입은 베트남인 직원을 한국으로 긴급 후송하여 진료토록 하여 찬사를 받기도 하였다.
베트남내에서의 이와같은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열정적인 경제사회적 기업활동은 베트남 정부 고위인사들의 방한시 금호아시아나 그룹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서 잘 나타난다.지난해 11월 9일 방한한 쯔엉떤상 베트남 주석은 유일하게 금호아시아나 그룹 본사사옥을 직접 방문하여 박삼구 회장과 양국간 교류 활성화 및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환담을 나눌만큼 금호아시아나의 베트남에서의 위상은 상상 이상이다.
이처럼 베트남 정부 고위층과 금호아시아나 경영진이 뜨거운 우호관계를 과시할 정도라면 베트남 정부차원에서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하여 추진하는 국가개발 프로젝트, 이른바 국책사업에 참여 기회를 가질만도 한데 그동안 베트남 정부가 발주한 국책사업 수주기업 명단을 보면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길이 없다.
베트남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사회적 공헌기업으로 한껏 재주를 부렸음에도 정작 돈되는 대형국책사업은 다른 기업이 수주하는 바람에 만년 미역국, 메콩강 오리알 처지가 아닌지 심히 안타깝기 짝이없다.
지난 1월16일 GS건설과 SK건설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들 두 기업은 베트남 정유-화학회사인 웅이손이 발주한 21억달러(약2조2300억원)규모의 베트남 최대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공사를 공동 수주했다고 한다.
GS건설과 SK건설이 따낸 공사는 하루 평균 20만 배럴의 정유를 정제할 수 있는 플랜트로 2017년까지 완공키로 되어있으며 GS건설은 생산설비와 정유 저장설비 부분을 SK건설은 원유 정제설비와 전기,수처리시설등을 각각 10억 5천만달러에 맡아 공사를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번 프로젝트 수주성공은 이명박 정부의 금융마피아 징악하에 있는 한국수출입 은행이 대주단을 꾸려 지난해 말 11억달러의 프로젝트 파이낸스(PF)자금 제공 약속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베트남 경제발전 기여, 사회적 공헌에도 불구하고 큰 과실은 다른 기업이 독식
그룹 산하 금호타이어와 금호건설, 금호고속등 그룹 주력기업들이 베트남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재주를 부렸음에도 돈되는 대형 국책사업을 GS, SK건설이 먹었다는게 잘못되었다고 하는게 아니다. 다른 외국기업이 아니고 우리나라기업이 수주했다는건 쾌거요 자랑이 아닐 수 없다. 다만 금호아시아나 그룹 계열 금호건설도 단독 수주는 아니더라도 컨소시엄에 공동참여라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지울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금호건설이 베트남에서 하는일이 없다는 건 아니다. 호치민시의 랜드마크가 된 21`31층 규모의 3개동 금호아시아나 플라자와 고급 주상복합,'타임스퀘어'를 준공하였으며 또 비록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정부 발주 공사를 여러건 시공중에 있다.
베트남에서 금호건설이 추진하고 있는 이와같은 사업이 짭짤하다는 소문이 없지 않지만 이번 GS,SK건설이 수주한 대형 프로젝트에 비교하면 새발의 피요, 잔챙이 사업에 불과하지 않나 한다. '깨가 만번 굴러 보았자 호박이 한번 구르는 것만 못하다' 는 말이 있다. 한방에 끝내버리는 쌍둥이 호박덩어리 GS, SK건설의 수주 성공앞에 만번 굴러봤자 제자리 뛰기 처지가 금호건설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큰 국책사업 수주라는 결정타 기대하고 여러모로 재주부리다 앞에 툭 떨어진 GS, SK호박기업에 놀라 나자빠진 격이니 어찌 금호아시아나가 안쓰럽지 않겠는가. 수시로 박삼구 회장이 베트남을 방문하여 총리, 국회의장, 기획투자부장관을 만나 경제협력을 논의하고 사회적 공헌기업으로 베트남 경제 발전에 기여하였으면서도 금호건설이 대형 프로젝트 수주 기회를 갖지 못하는건 무슨 이유일까.
우선 베트남 정부 고위층과 금호아시아 그룹 경영진과의 친소관계와 상관없이 금호건설의 시공능력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금호건설은 2012년 시공능력 순위 4위 GS, 9위 SK건설에 훨씬 못미치는 10위권 중후반에 위치하고 있다.특히 고도의 전문 시공능력이 요구되는 산업설비 프로젝트 시공능력과 경험에도 큰차이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더욱이 이번 베트남 정유시설 프로젝트가 조사, 설계에서부터 기기조달, 건설, 시운전등 전과정을 맡게되는 턴키베이스식 일괄 수주방식이었다면 엔지니어링 능력을 갖추지 못한 금호건설로서는 엄두를 내지 못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또 결정적인 것은 자금 조달 능력이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합병 후유증으로 인한 유동성 문제로 기업개선 작업중에 있어 자체 자금 조달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계획적으로 금호아시아나 그룹을 궁지로 몰아넣은 이명박 영남 패권정권 금융마피아가 장악하고 있는 수출입은행이 프로젝트 파이낸스 자금을 제공할 가능성이 전무한 점도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그림의 떡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방법이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베트남 정부 지도층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최대한 활용, 베트남 정부가 발주하는 국책사업에 금호건설을 포함한 컨소시엄 구성을 입찰자격으로 내세우는 조건부 입찰자격을 명문화하도록 협조를 성사시켰으면 하는 것이다.
물론 공사수주와 관련된 보이지 않은 리베이트 문제등 다른 문제도 있었을 것이란 점에서 쉽지 않았겠지만 그러나 사람이 하는일인만큼 금호아시아나 그룹 고위층이 적극 나섰다면 좋은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떨쳐버릴수가 없다.
호남의 자존심 금호아시아나, 사면초가를 사면찬가로 바꾸라
기업개선 작업으로 고난의 경영행군을 계속하고 있는 금호아시아나 그룹을 바라보는 광주,전남북 가리지 않고 호남 지역민의 심정은 참담함 그자체다. 한국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나라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하던 호남이 박정희정권 집권후 영남지역 중심 경제개발 정책을 추진하면서 호남경제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