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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대로, 이명박의 측근 사면은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명박은 뻔뻔하게도 자기 측근들에게 퇴임맞이 훈장 뿌리기도 했습니다. 아내가 한마디 합니다. "잘했다 이 개*끼야." 허허, 쥐라니까, 개들 들으면 억울해서 어떡하라고.
아내가 잘했다고 말한 부분의 근거는 이렇습니다.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 놓으면 그 기간동안에 어떤 일들을 눈으로 보면서 겪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뻔뻔함이 우리의 삶을 이렇게 힘들게 만드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 그나마 "국민들이 그놈 때문에 얼마간은 배웠을 것"이라는 겁니다.
솔직히, 이명박 때문에 제가 직접 힘들었던 건 없었을 겁니다. 어차피 저희 가족이야 다 미국 시민들이고, 한국의 상황에 대해 그냥 눈감거나 아예 관심조차 주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냥 우리 살던대로 부대끼면서, 혹은 그냥 신경 안 쓰고 미국에 사는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살면 이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됐을 겁니다.
문제는 창피함, 쪽팔림, 이런 것입니다. 우리 가족이 한국 사람으로 살면서, 한국이 또 세계적으로 꽤 잘 나가는, 자랑스러운 나라가 되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들이 많아졌는가를 되돌이켜보면, 그 안에서 있는 정치권의 일들은 전혀 다른 스텝을 밟는다는 거지요. 이럴 때 보면 우리와 매우 닮은 나라가 하나 있습니다. 이태리라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라고 있습니다. 이 사람 굉장하죠. 나이도 많은데 자기 딸 결혼식은 빠져도 자기의 틴에이저 정부의 생일은 꼭 챙기는 놈입니다. 이런 게 그 나라 수상이었죠, 꽤 오랫동안. 이태리란 나라가 원체 우리나라의 돈 많은 사람들이 밝히는 명품들이 많이 만들어지는 나라인 걸 보면, 이 나라의 국민성은 이해가 안 가는 면도 있습니다. 장인정신 투철하고 열심히들 사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치를 보면 개판중의 상개판입니다. 여기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지역주의입니다. 특정 지역 비하, 그 지역 사람들과는 아예 상종도 안 하는 것 하며, 마치 어느 나라를 많이 닮았습니다. 정치에 대해서는 혐오하기 때문에 참여도가 높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CEO 출신의 정치인이 온갖 비리를 다 저질러도 지금껏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베를루스코니는 이미 정계은퇴를 했지만 번복하고 다시 정계를 장악할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보면 누군가의 다음 행보도 이런 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듭니다.
한국 정치에 대해 열심히 지켜보고 바라보면서 나름 돌도 던지고 응원도 하는 것은 내가 겪는 이 창피함을 자식들의 것으로까지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얘들의 조국이 세계에서 가장 멋진 전자제품들을 만들어내고 가장 멋진 음악들이 세계를 휩쓸 수 있는 역량이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가장 부끄럽고 늘 도둑놈들이 뻔뻔하게 권력을 잡아왔다고 말할 수는 없잖습니까.
다시한번 스스로가 도둑놈임을 뻔뻔하게 증명하면서도 이것이 '적법하다'는 이유로 국민의 감정을 완전히 짓밟을 수 있는 자들이 권력을 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이 또 하나의 이태리가 되어 가고 있는 꼴을 보면서, 내가 우리 자식들에게 물려줄 이 세상을 이해하는 가치의 전범들이 또한번 흔들림을 느낍니다. 이런 꼴 그냥 보고만 있어야 되는 겁니까?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