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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일, 최시중, 김재홍, 김희중... 이명박 정권 아래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세로 온갖 악덕을 저질렀던 인물들에 대해 설 사면을 감행하려 하자 대통령직 인수위 측에서 임기말 사면에 대한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며 제지하고 나섰고, 여기에 대해 청와대측이 '사면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 임을 강조하며 사면할 것임을 공공연히 내비쳤군요. 아마 서로간의 '딜'이 이뤄졌었을 건데, 그 딜의 내용에 대해서는 그 이해가 서로 틀리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뭐, 쉽고 가볍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소설을 써보면 이렇지 않을까요. 아마 이명박측에서는 '만사형통(萬事兄通) 상득대군'을 항소하게 하여 묶어 놓는 것으로 딜이 다 끝났다고 암시했을 것이고, 그 딜의 더 정확한 내용이 무엇이었든간에 박근혜 쪽은 만사형통대군을 비롯해 측근들에 대해 집권중 사면은 없을 것이고, 그 사면을 내용에 따라서 박근혜 집권 이후에 하는 쪽으로 계산하고 있었을겁니다.
그래서 상득대군이 항소를 함으로서 사면을 포기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 하나의 쇼였겠죠. 그런데 인수위 측에서는 "왜 딴애들은 항소 안 해?" 이런 식이었을 것이고, 이 반응에 대해 이명박 측은 "아니, 우리 '친형'까지 2년 형 이상을 걸고 교도소에 넣어 놓아야 하는 판에, 내 다른 수족들까지 묶으려는건가?" 하는 반발이 있었을 것이고, 특사를 감행해서라도 자기 사람들을 다 빼돌리려 하겠죠.
어차피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있고, 일단 확정된 사건에 대해서 심리를 다시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니 형을 확정시킨 후 특사를 할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그 배경엔 이 정권이 출범하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어떻게 했는지를 보면 답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쪽에서는 정권 초 조기 사면을 약속하며 건들지 말라고 했겠지만, 어차피 둘 사이는 오래전부터 삐그덕대던 사이였고, 친이계는 공천에서도 학살당했고 또 관련된 사건이 한두가지가 아닐 것인만큼, 임기초에 국민들의 인기를 얻어야만 하는 절박감을 가진 박근혜로서는 친이계 측근들, 더 나아가 이명박의 목을 죄고 마치 이명박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그랬던 것처럼 요리하면 국정을 장악하고 국민들의 협력을 얻기 충분할 거라는 계산은 바보가 아닌 이상은 했을 거라고 봅니다.
이걸 조금 달리 생각해보면, 이명박이 얼마나 치사하게 노무현 대통령을 괴롭혔는지가 보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수족을 하나하나 잘라가며 그 가족들에게까지, 나중엔 노 대통령 개인까지 죽음으로 몰아간 이명박은 자신의 죄악이 드러남으로서 박근혜의 인기를 얻게 하는 상황은 막고 싶을 것이 분명하고, 그것은 역시 '손발 자르기'에서 시작될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지요.
다른 건 몰라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해서 이명박 대통령의 의혹과 죄상을 단죄하겠다고 하면 이것만큼은 박수쳐 주겠습니다. 만일 이명박을 궁지에 몰아넣어 정말 그 죄상을 다 밝혀내고 합당한 처벌을 할 수 있다면 말이죠. 그런 일이 있기 전까지는 이 상황 자체는 그저 쥐와 닭의 싸움일 수 밖에 없죠. 만일 박근혜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최소한의 신뢰를 얻고 싶다면, 이명박 식의 '전직대통령 예우'를 하실 것을 추천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그건 이명박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했던 것보다는 훨씬 쉬울 겁니다. 숨기기엔 그 덩어리가 너무나도 큰 건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으니. 일단 내곡동부터 확실히 털어보시고, 4대강 자금 흐름도 좀 꼼꼼히 보시고, 공항 쪽도 좀 보시고 하다보면 아마 발에 수많은 소재들이 채여서 굴러다니겠지요.
뭐, 반쥐청문회도 이뤄질 것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박근혜 당선인이 속해 있는 그룹, 이른바 '로열패밀리'라고 스스로를 부르는 그룹들은 머슴 출신으로 마름이 된 자가 주인노릇해 온 것에 대해 고깝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것은 감히 성골 진골 출신이 아닌, 철저한 아웃사이더 노무현에게 그들이 가했던 복수만큼 처절할 수도 있겠지요.
나꼼수 유행어로 글을 맺습니다. "여러분, 이거 다 소설입니다, 소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