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원래 쉬는 날이긴 했습니다. 일 스케줄 상, 지난 주는 내내 일하고 이번 주는 월요일에 쉬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마틴 루터 킹 데이로 쉬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 2기가 취임식과 함께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겠다고 선거 기간동안 짬을 내어 오바마 선거운동에 참가했던 제게 조금은 뜻깊은 행사였습니다. 이번에 오바마를 재선에 당선시킨 큰 힘은 그 어느때보다도 높았던 젊은이들의 정치참여와 극심한 양극화를 온몸으로 체험한 미국 시민들이었습니다.
TV화면은 종종 그를 지지하는 군중들과, 그 안에서 오바마의 연설을 경청하는 다양한 얼굴들을 보여주었습니다. 흑인 노파와, 평범해 보이는 백인 아줌마, 군인들, 그리고 아이들... 잠깐잠깐동안 크게 화면에 클로즈업되어 보여지는 그들의 얼굴은 비록 동장군이 매섭게 대기를 지배하고 있는 1월의 미국 동부의 날씨를 아랑곳하지 않고 기대와 믿음에 가득 찬 따뜻함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제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2기에 공식적으로 들어선 것입니다.
"시대가 변했고, 우리도 변해야 한다"고 역설한 오바마는 미국의 건국 이념에 충실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특히 개인의 자유가 지켜지는 것은 미국민 모두의 '전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역설을 강조하며 소수민족, 사회적 약자, 동성애자 등 소수자들의 권리도 지켜져야 한다는 것을 특히 강하게 말했습니다. 미국 대통령 취임연설에서 '게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말도 들립니다.
그의 연설은 인권과 평등, 기회의 균등에 대해서도 촛점을 맞췄습니다. 여러가지로 봤을 때, 진보적 의제들이 다각적으로 다뤄졌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수단들에 대해서도 제시됐습니다. 그가 강조한 경제 정의라는 것이 증세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기에, 아마 앞으로 의회와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입니다. 그가 연설하는 동안 바로 가까이에 앉아 있던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에릭 캔터 원내대표는 연설 내내 무표정한 상태였지만, 아마 지금 총기관련 문제에서부터 세금인상까지, 의회는 절대로 편안하진 못할 것 같습니다.
오바마의 문제의식이 두드러지는 부분이 몇 군데 있었는데, 특히 미국의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들 중에서 인권과 가치 등이 건국의 이념임을 몇 번이고 되새긴 부분이 마음에 특히 남습니다. 결국 우리는 그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내가 지켜내야 하는 것이 어떤 가치가 아니라 유형의 재산이라고만 할 때, 여기서 발생하는 황폐함은 결국 우리의 미래와 영혼을 동시에 갉아 먹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성공의 관건은 분명합니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미래에 기대를 걸고 있는 세대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는 분명히 부자 증세를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보편적 복지를 확대해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기업들이 미국에 돌아와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만들어 내야 합니다. 이제 재선에 대한 부담 같은 것도 더 이상 없으니, 오바마 2기엔 그가 원래 구상했던 정책들 을 흔들림없이 펼쳐나가길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가치'를 지키려는 미국의 이상이 실현되길 바랍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