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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이 노래를 잘하는 이유는
한국인은 노래를 왜 잘할까? 굳이 전문적인 음악 평론가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질문을 누구나 한번쯤은 흔히 받아봤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변은 지금까지는 대단히 천편일률적이었다. “한(恨)이 많아서!”라고.
그렇다. 우리민족은 한 많은 역사를 살아왔다. 밖으로는 무수한 외침에 시달려야 했고, 안으로는 권력을 쥔 지배층의 혹독한 가렴주구가 민중의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백성들의 가슴에 켜켜이 쌓이고 단단하게 응어리진 한의 덩어리들은 한국인들을 세계 어느 민족보다도 이른바 가무, 즉 춤과 노래에 탁월한 이들로 만들어온 것이 일견 사실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민족이 노래를 잘하는 이유를 한이 아닌 데서 찾았던 일종의 선각자들이 몇몇 있었다. 그들은 한국인이 노래를 잘하는 것은 한이 많아서라기보다는, 재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여겼고, 그 재능이 평범한 술자리에서 자신의 울분과 정념을 토로하는 도구로만 허투루 쓰이지 않고, 좀 더 체계적이고 과학화된 시스템의 세례를 받을 수만 있다면 막대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쓰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 애플과 삼성도 본바탕은 굴뚝산업
한의 산물로만 오랫동안 인식돼온 한국인의 끼와 재능을 하나의 산업의 영역으로까지 승화시킨 주역들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이 현재 SM 엔터테인먼트의 회장으로 있는 이수만 씨이다. 물론 이수만이 본격적인 기획자의 길에 뛰어들기 이전에도 연예기획사와 음반회사는 꾸려졌었다. 가수와 매니저 역시 무수하게 명멸해왔다. 그러나 방금 언급된 모든 존재들은 개별적 사업의 수준에 머물렀을 뿐,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전근대적이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 터였다.
이수만 회장과 SM의 역사를 전반적으로 조명하는 일은 필자에게 할애된 공간이 매우 협소할뿐더러, 글의 본래 목적과도 어긋나기 때문에 과감하게 생략하기로 하겠다. 대신에 필자는 이수만 개인의 성공과 기업으로서의 SM 엔터테인먼트의 약진이 가능할 수 있게끔 그 배경이 되어준 거대한 시대적 흐름을 간략하게나마 평가하고 전망하는 걸로 글의 논지를 전개해갈 작정이다.
‘창의경제’니 ‘지식기반 사회’니 하는 말들은 꽤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가 되어왔다. 이들 두 용어를 결합시킨 “지식기반 사회에 어울리는 창의경제”의 조속한 구현이야말로 저출산과 고령화, 양극화와 청년실업과 같은 문제들로 인해 만성적으로 신음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필수적으로 지향하고 이뤄내야 할 사활적인 국가적 과제이자 목표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럼 과연 어느 것이 지식기반 사회에 걸맞은 창의경제의 성과물과 조직일 수가 있을까? 수많은 기업인과 경제학자들이 아이폰과 이를 개발한 애플이나, 갤럭시 시리즈를 연달아 출시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이러한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심지어 나름 진보적이라고 자부하는 이들조차 이런 견해에 관해서 진지하고 본격적인 반론을 제기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냉정하게 직시해야 할 대목이 있다. 창의적 지식기반 경제의 총아로 각광과 우러름을 받는 삼성과 애플 모두 본질적으로 제조업의 한계로부터 여전히 벗어났지 못했다는 점이다. 곧 건물과 기계 등의 대규모 시설이 구비된 공장들을 자국 안에서든, 해외의 생산기지에서든 반드시 가동시켜야만 한다는 것이다.
- 한류는 멘털 인더스트리(Mental Industry)의 첨병
생산의 3요소가 토지, 자본, 노동임은 이제는 기초적인 상식이 되었을 만큼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생산이라고 하면 작업과 공정의 최종단계에서 결국은 유형의 사물을 만들어내는 제조업과 통상적으로 일맥상통하기 마련이다. 위에서 이미 이야기했듯이 애플과 삼성마저도 이러한 분류법에 의거한 범주에서는 아직도 자유롭지 않은 셈이다.
필자는 제조업의 의미와 중요성을 부인하거나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와 이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대변되는 과다한 에너지 소비와 환경 파괴는 그 어떤 논리와 수사법(Rhetoric)을 반박 차원에서 갖다 대더라도 제조업의 무한성장만으로는 작게는 한국경제가, 크게는 세계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과 균형 있는 발전을 더는 꾀하기 어렵게 되었음을 설득력 있게 웅변하고 있다.
우리는 거대한 생산시설을 상대적으로 덜 필요로 하는, 물리적인 요소보다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요소의 투입을 보다 더 중시하는 역사의 발전국면에 싫든 좋든 접어들은 상황이다. 인간의 정신적 후생과 감성의 만족을 극대화시켜주는 무형의 재화와 서비스가 지식기반 사회의 출현과 대두에 역동적으로 조응하는 창의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해줄 것이 확실시되는 근본적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바라볼 때 이수만 회장이 첫 물꼬를 트고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화려하게 꽃피운 한류의 물결과 K-POP의 열기는 향후 우리나라가 지구촌 경제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꿔나갈 ‘멘털 인더스트리’에서 선도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한류가 산업혁명 당시 증기기관의 발명이 해낸 것에 못지않게 인류사의 대장정에 커다랗고 긍정적인 족적을 남기리라는 기분 좋은 예감이 이번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보고서 실의와 좌절감에 빠져있을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의 원천이 되기를 바란다(출처:21세기 경제학 연구소 소식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