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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지면서 거의 창고로 쓰던 차고를 갑자기 정리하지 않는다면 도저히 차를 넣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한밤에 전쟁을 치렀습니다. 시애틀 지역의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지 않지만, 습가가 많은 날들이 많아서 일단 춥기 시작하면 차 창에 성에가 꽉 끼어버리는지라 아침마다 차 창을 스크레이퍼로 긁지 않는다면 도저히 운행 불가능이고, 그렇다고 늘 차창을 녹이기 위해 거의 10분간의 공회전을 할 수도 없는 터. 일단 아이들의 등교를 책임지는 아내의 밴이 차고에 들어오는 것이 맞겠다 싶어서 한밤중에 난리를 피우면서 차고 청소를 했습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청소를 하면서 우리가 뭘 이렇게 많이도 쌓아 놓았는가 하는 생각을 안할 수 없습니다. 사실 버릴 물건을 결정하는 순간에서부터 말다툼의 소지는 분명히 존재하는지라 나름으로 신경을 쓴다고는 했으나, 결국 더 버리려는 저와, 아까운 걸 왜 버리냐는 조그만 말다툼들은 일어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일단 어떻게든 정리를 마치고 아내의 밴이 성공적으로 차고에 들어오고 나서는 그런 마음 속에 담길수도 있었던 앙금들은 싹 잊혔습니다.
사실, 우리가 살면서 쌓아놓게 되는 것들의 대부분은 우리의 지금 삶과는 상관없는 것들일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보면 아직 사 놓고 쓰지도 않고 그대로 모셔놓고 사는 물건들도 많고, 먹는것들 중에서 상하지 않거나 장기보관이 가능한 것들이야 어떻게 나중에 먹기라도 한다지만, 우리 인생에서 그냥 한두번 쓰고나서는 잊혀지는 것들이 태반입니다.
그래서 살 때부터 고민을 더 많이 해야 하건만, 이 현대자본주의 사회는 우리로 하여금 그런 것을 고민하지 못하도록 구조적으로 방해합니다. 늘 충동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것들이 우리 옆에 있고, 또 그런 식으로 소비를 조장해야만 경제 자체가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이 구조 속에서, 소비의 촉진이 생산을 자극하는 것은 일견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한 가지 있으니 그것은 이 지구가 유한한 행성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지금과 같은 소비 패턴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지구의 자원이 앞으로 20년을 채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어느 신문을 통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사회적 활동, 그리고 경제적 활동은 오히려 이런 위기의 지구를 살리기 위한 방향으로 가기보다는 더더욱 지구를 약탈하는 쪽으로 이뤄지고 있고, 결국 인간들은 자기들에게 닥치게 될 절대 부족 앞에서야 정신을 겨우 차리게 될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 일상의 사소한 습관 바꾸기 하나가 우리 모두의 삶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것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솔직히 의문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의 소비의 패턴을 바꾸고, 삶 속에서 조금이라도 생각을 하고 소비하는 것이 그래도 맞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결국 덜 쓰는 것이 남는 것일 테니까요. 문제는 우리가 생산 일변도의 경쟁정책을 우선으로 가져갈 경우, 지구의 약탈로부터 비롯되는 자업자득의 피폐함은 더욱 빨리 찾아올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