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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판 돈에서 절반을 뚝 떼 내어 자선기관에 냈다면 보통사람이 아니다. 더구나 14세의 딸이 이 아이디어를 낸 후 온 가족이 회의를 거듭한 끝에 결정한 것이라면 이처럼 모범적인 가정도 없을 것이다.
화제의 여학생은 조지아 주 어틀랜터에 사는 한나 샐웬양이다.한나는 목욕탕이 4개나 되고 침실이 6개나 되는 저택(6,500스퀘어피트)이 자기가족에게 정말 필요한가를 여러 번 생각한 끝에 아버지에게 집을 팔아 작은 집으로 이사하자고 졸랐다.
그리고 집을 판돈에서 절반을 떼 내어 자선기관에 희사하자고 했다.한나가 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아프리카 가나의 어느 지방에서 3만 명이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고 있는 뉴스를 TV에서 본 것이 계기다. 지구 한쪽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애를 태우는데 미국인들은 너무 넒은 집에서 너무 불필요한 것들을 많이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의 아이디어는 아버지 케빈과 어머니 조앤을 감동 시켰다.샐웬가족은 저택을 판돈에서 절반인 85만 달러를 자선기관에 보냈다. 그리고는 4명 가족에 알맞은 작고 아담한 집으로 이사했다.
아버지 케빈은 월스트리트 기자출신의 현직 작가다.아버지는 딸과 함께 자신들이 어떻게 해서 집을 팔게 되었는지 와 그 자선행위로 인해 집안 분위기가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책으로 썼는데 이것이 또 베스트셀러가 되어 거기서 얻은 수익금중 반을 또 도네이션 했다.
‘The Power of Half'(절반의 힘)가 바로 이들이 출판한 저서다. 한나의 스토리는 많은 미국인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매사추세츠의 어느 교회에서는 걷힌 헌금의 반을 자선기관에 보내는 등 전국에서 호응이 일어나 ‘The Power of Half'가 국민운동 비슷하게 번졌다. 한나 가족의 기부정신에 감동을 받은 빌 게이츠의 부인인 멜린다 게이츠여사는 한나양을 시애틀에 초대해 학교를 순방하며 강연하도록 주선했다.
‘The Power of Half'에 느낀바 있어 빌 게이츠와 통 큰 자선으로 이름난 부호 워렌 버핏은 미국의 억만장자들에게 기부운동을 펼치기로 뜻을 모았다. 게이츠와 버핏은 이 운동을 ‘Giving Pledge'(기부 서약)라 이름 짓고 억만장자들을 찾아다니며 자기 재산의 50%를 자선기관에 희사 하도록 설득했다.
2010년8월 ’기부 서약‘ 첫모임에 참석한 미국 억만장자들은 모두 40명이었는데 그 자리에서 1,250억 달러가 서약 되었다. 그리고 지난해 2011년 11월에는 이 캠페인 참가 억만장자가 69명으로 늘었으며 지난해에 12명이 또 가입해 2012년 11월 현재 총 81명의 미국 억만장자가 자신의 재산 중 50%를 자선기관에 희사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감동적인 억만장자들의 커밍아웃이다. 2012년 회원으로 가입한 Home Depot 창업주 아더 프랭크는 “미국의 빈부의 차이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이런 때에는 돈 있는 사람들이 뭔가 모범을 보여야한다”고 말했다.
통신업계의 재벌인 게리 랜페스트 부인은 “우리가 죽기 전에 자식들에게 얼마나 남겨주어야 하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한다”며 50% 희사운동에 선듯 참여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해답은 곧 어떻게 살 것인가의 해답이 된다.
14세 소녀 한나의 아이디어가 억만장자들을 감동시켜 부자들의 자각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얼마나 흐뭇한 일인가. 미국이 다시 보인다. 그리고 이번 대선에서 뭇매를 맞은 한국의 재벌들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돈 있는 사람들이 뭔가 시범을 보여야 하는 나라가 바로 중국과 한국이다. 빈부의 차이가 너무 심해 국민의 불만이 폭발직전에 이른 나라들이다.
추수감사절은 Thanksgiving Day다. 모든 것에 감사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베푸는 시즌이다. 성탄절로 이어지는 이 시즌에는 많이 소유하는 것보다 많이 존재해야 한다.
<이철:미주한국일보 고문/주필, 편집국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