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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영 ? 이름만 봐선 아마 다들 낯설고 생소해할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을파소의 역사산책(http://history21.egloos.com)’이란 블로그를 운영해오고 있는 역사매니아 ‘을파소’라면 아마 들어본 기억이 있는 네티즌이 꽤 될것이다. 그 을파소(본명 : 신호영)가 최근 책을 한권 출간했는데 바로 ‘이순신의 전쟁’이다.
저자 신호영은 어린시절부터 역사만화등을 통해 우리 역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으며, 이후 인터넷의 역사카페등에서 활동하며 그에대한 지식을 쌓아나갔다. 이후 2006년부터 ‘을파소의 역사산책’이란 블로그를 운영하며 특히 각종 역사왜곡 논란 문제에 관한 반론을 펼치기도 했고,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연속 ‘이글루스 TOP 100’에 선정되기도 한 파워블로거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잘못 알고있는 사실을 바로잡고 역사적 진실을 널리 알리기 위한 소망을 갖고있는 인물이다.
이순신...언제부터인가 이른바 원균 옹호론이라면서 이상한 이야기들이 종종 들려왔다. ‘이순신이 원균의 어린 아들을 모함한적이 있다더라...,’, ‘이순신이 원균의 공적을 가로챈적도 있다더라...’ 등등. 바로 대개는 원균 옹호론자들에 의해 나오기 시작한 주장들이며, 급기야 수년전 방송된 모 드라마에선 그와같은 원균 옹호론의 영향을 받았음인지 원균을 이순신에 버금가는 맹장으로까지 묘사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와같은 원균 옹호론이 힘을 실어가면서 우리가 어린시절부터 배워 누구나 잘 알고있는 임진왜란때 왜적과 맞서 싸워 나라를 구한 ‘성웅 이순신’의 이미지에 조금씩 흠집이 가기 시작했다.
‘이순신의 전쟁’을 처음 접하고 읽어보면서 개인적으로 당혹스러웠던것은 ‘내가 이순신에 대해 이렇게까지 몰랐나 ?’ 하는점을 깨달았다는 사실이다. 총 10장으로 나뉘어져있는 ‘이순신의 전쟁’은 이순신의 출생 배경에서부터 성장기 그리고 이순신이 실제 임진왜란에서 세운 공적과 모함을 받게되는 배경과 과정. 그리고 성웅 이순신이 사라진 이후 어떤 방식으로의 ‘흠집내기’가 있었는지를 풍부한 역사자료를 인용해가며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순신의 전쟁’은 원균 옹호론에서 시작된 ‘이순신 흠집내기’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책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것은 ‘원균 옹호론’자들을 이순신을 모해하는 ‘내부의 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순신에 대한 모해와 폄하는 임진왜란 그 당시에도 있었고, 이순신 사후(死後)에도 일정부분 존재했었다. 그리고 근래에는 혹자는 학문적 관점에서 또 혹자는 소설이나 드라마를 통해 원균의 입장을 옹호하고 이순신을 흠집내고 있으니, 그것이 조선시대 이순신을 모해하던 사람들과 다를것이 무엇인가 하는 측면의 문제제기를 하고있는것이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이순신이 떠난지도 400년 세월이 흘렀건만, 이순신을 깎아내리려는 이들은 400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존재하고 있다는것이 저자의 문제제기다. 임진왜란은 끝났지만 이순신의 ‘내부의 적과의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것은 그러고보면 정말 흥미롭고 미묘한 사실이다.
어느나라나 그 나라와 민족이 모두 추앙하는 영웅은 존재한다. 가령 우리나라의 경우엔 이순신이라던가 세종대왕 그 외 강감찬,권율,을지문덕 같은 분들이 있다. 이중 세종대왕 정도를 제외하면 대개는 외적에 맞서 나라를 구한 무장(武將)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영웅은 신화를 만든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디엔가 그림자도 있기 마련인것처럼 그 영웅에겐 반드시 신화적인 요소만 존재하고 있을까 ? 혹 신화에 가려진 우리가 모르는 다른 이면의 이야기가 있지는 않을까 누구나 한번쯤은 의심해볼수 있는 일이다.
또한 인간은 근본적으로 콤플렉스를 가진 존재라 너무 대단한 존재를 접하게되다보면 알게모르게 시기나 질투심이 생기기 마련이라, 그런 영웅적인 존재를 깎아내리려는 주장이 있으면 ‘그래도 뭔가 근거가 있으니까 저런 주장을 하기도 하겠지’ 하며 솔깃해지는 심리도 생길수가 있다.
그러나 어설픈 역사지식으로 그럴듯한 근거를 몇가지 들어가며 시도해왔던 ‘원균 옹호’와 이순신 흠집내기가 얼마나 부질없는 짓이었는지를 신호영(을파소)의 ‘이순신의 전쟁’을 읽다보면 깨닫게 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꽤 방대한 역사적 자료와 근거를 들어가며 그동안 있어왔던 원균 옹호론과 이순신 흠집내기를 조목조목 반박해간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성웅 이순신’은 왜적과는 또다른 의미인 자신을 흠집내려는 ‘내부의 적’과도 400년간 투쟁을 해온것이나 다름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세상만사가 모든 것이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기 마련이고,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것도 모두 액면 그대로의 진실만 있을수는 없어 그 이면의 이야기나 행간을 파헤쳐보는것도 분명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순신의 전쟁’을 읽다보면 오히려 ‘성웅 이순신’은 도저히 흠집을 낼래야 낼 수 없는 오히려 더더욱 대단하고 위대한 400년전의 영웅중의 영웅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순신을 알고 싶은가 ? 또는 그의 영웅적인 면모가 의심되는가 ? 어디선가 귀동냥으로 들어본 기억이 있는 ‘원균 옹호론’이 제법 그럴듯하게 들리는가 ? 그런 사람들은 꼭 을파소의 ‘이순신의 전쟁’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순신을 ‘제대로’ 알고 싶은 사람들. ‘원균 옹호론’으로 인해 이순신의 영웅성을 조금이라도 의심하게 되었던 사람들. 필히 일독(一讀)을 권할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