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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쓴 글에서 우리나라 대선후보 TV 토론과 관련 미국 대선의 TV 토론처럼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만한 인상깊은 토론회가 없음을 아쉬워했는데, 생각해보니 정작 우리나라 대선은 TV 토론보다 ‘TV 광고’가 유권자들의 기억에 더 강렬히 남았었던것 같다.
당장 기억에 떠올려지는것이 2002년 대선 당시의 ‘두번 생각하면 노무현이 보입니다’. 나레이션과 함께 화면으로 깔렸던 ‘노무현의 눈물’ 그외 노무현 후보의 ‘기타치는 모습’이 나오는 광고 등 당시 노무현 후보측은 대체로 노무현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며 감성에 호소했던것 같다.
마찬가지로 2007년 대선 역시 가장 인상에 남았던것은 ‘이명박은 배고픕니다’라는 나레이션과 이에 화답하듯 말하는 순대국밥집 할머니의 ‘밥 처먹었응께 경제는 꼭 살려라 !’는 대사. 추운겨울 순대국밥집을 찾은 ‘이명박 후보’의 한 풍경은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서민들에게 ‘경제를 살릴 대통령’이란 기대와 희망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충분했다. 다시 거슬러 올라가면 97년 대선때의 ‘김대중과 함께하면 든든해요’란 노래 합창과 함께 나왔던 ‘DJ와 춤을’등. 확실히 우리나라 역대 대선은 ‘TV 토론’보다는 ‘TV 광고’가 기억에 더 많이 남았고 또 그만큼 유권자들에게 잘 먹혀들어갔던것 같다.
미국 대선이 대체로 ‘TV토론’이 유권자의 표심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반면, 우리나라는 주로 짧은 시간에 보여주는 화면과 나레이션등으로 감성에 호소하는 ‘TV 광고’가 더 잘 먹혀 들어갔다는것은 그만큼 미국 유권자들이 냉철하고 이성적인 반면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감상적’이란 방증도 될 수 있을까 ?
실제 한달여전쯤 한 방송사에선 미국 대선의 ‘TV 광고’와 우라나라 대선 ‘TV 광고’를 비교 소개하는 기사를 내기도 했는데, 미국 대선 ‘TV 광고’는 대개 상대후보를 헐뜯는 네거티브가 주를 이루는 반면 우리나라 역대 대선 광고는 주로 감성에 호소했다며 특징을 비교 분석하였다. 실제 화면으로 소개된 미국 역대 주요 대선후보들의 TV광고들은 주로 상대 후보의 정책이나 공약을 비난하거나 헐뜯는데 주력하고 있었다.
미국 대선 TV 광고가 주로 상대후보 정책 비난에 열을 올리는것은 그만큼 미국 대선에선 정책공방과 대결이 치열하게 이루어진다는 방증도 되겠지만, 여하튼 미국민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성적인 우리나라 유권자들에겐 감정에 호소하는 TV 광고들이 표심을 사로잡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18대 대선이 본격 선거운동기간에 접어들고, 엊그제 역시 이번 대선의 양강 후보의 첫 ‘TV 광고’가 나갔다. 역대 대선에서 ‘TV 광고’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으니만큼 첫 ‘TV광고’의 민심평점에서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늠해 볼 수는 있을까 ? 헌데 첫 ‘TV 광고’가 나가고 어느덧 이틀이 지났건만 아쉽게도 이번 박-문 두 후보의 TV 광고는 노무현이나 이명박때 만큼의 화제를 뿌리지는 못했던것 같다.
실제 문재인 후보의 경우는 ‘TV 광고’ 내용의 본질과는 별개로 화면에 내비친 의자가 알고보니 고가(高價)라는 시비에 휩싸이는등. 양 후보의 첫 ‘TV 광고’ 평점은 전반적으로 그리 좋지 않은것 같다. 다만 진보성향 웹진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의 경우 실제 광고홍보적 측면에서 보면 ‘상처’를 주제로 내세운 박근혜 후보의 광고가 메시지 전달력이 매우 간결했던 반면, ‘출정식’이 주제였던 문재인 후보의 광고는 구조가 좀 엉성해 보이더라는 평가를 내렸다. (MBN 방송내용 참조)
여하튼 ‘상처’와 ‘출정식’이 주제였던 박근혜와 문재인 두 후보의 첫 TV 광고는 2002년 ‘두번 생각하면 노무현이 보입니다’나 2007년 ‘이명박은 배고픕니다’ 만큼의 호소력을 안겨주거나 화제를 끌어모지는 못한것 같다. 다만 다소 엉뚱하게 인터넷에서 불거져 나온것이 문재인 후보 의자의 고가(高價)논란이다.
미국 역대 대선에서 ‘TV 토론’이 큰 영향을 미쳤던 반면, 우리나라 역대 대선은 ‘TV 광고’가 큰 영향을 미쳤던것을 생각해본다면 박근혜,문재이 두 후보의 첫 TV 광고가 나간뒤 유권자,네티즌의 반응과 평가는 주목해볼 의미가 매우 크다. 박근혜의 ‘상처’와 문재인의 ‘출정식’은 과연 대선이 끝난후 두 후보에게 어떤 결과를 안겨다준 광고가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