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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국민참여당이 출범한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겠지만, 국참당은 유시민씨를 그 축으로 하는 당이다. 유시민씨로 말할 것 같으면, “고래를 삼키는 새우와 같은 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개혁당을 창당했다가, 이내 열린 우리당에 입당하였다. 그 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을 자임하여 노 대통령의 신임을 한 몸에 받은 후에 우리당을 무혈 접수하여 그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만천하에 증명해 보인 대단한 정치인이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막을 내리자, 그에게는 새우가 운신할 정도의 정치적 공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노 대통령의 나팔수가 되어 우리당 의원들을 몰아 댄 탓으로 그에게 호의적인 의원들은 거의 전무했고, 따라서 새우는 또 다른 물을 찾아 떠나기로 작정을 했던 것이다.
그의 선택은 옳았다. 온통 적에 둘러싸인 채 민주당에 한시라도 더 머물렀더라면, 아마 그의 숨은 끊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진보정치를 할 수 없다(그가 보건 복지부 장관으로 진보적인 역할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참다운 진보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당을 모색해 보겠다”라는 거창한 선언을 하면서 그는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대구에 출마하였으나 형편없이 패배했다.
그의 정치생명도 끝나는 듯 했다. 글이나 쓰며, 강의나 하면서 보내겠다는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그의 서거 이후 관심의 초점은 그를 향했고, 노 대통령의 추모열기를 자신의 지지열기로 바꿔 놓는데 성공함으로써, 그는 일약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가 주도하는 친노 단체인 시민주권 모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구태여 신당창당이란 수를 둔 것은, 시민주권모임에서 그의 운신의 폭이 넓지 않기 때문이다. 이해찬 전 총리는 그의 정치적 사부인데, 그 앞에서 어찌 머리를 높이 들고 발언할 수 있을 것인가?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는 그가 영입해 올 수는 있어도, 그들에 의해 영입될 수는 없다.
국참당 창당 과정에서 이병완, 천호선씨 등이 앞장을 섰으나, 누가 그들의 면면을 보고 국참당을 친노직계라고 평가해줄 수 있을 것인가? 따라서 국참당은 유시민씨가 창당 기획 단계에서부터 주도해왔다고 해야 할 것이며, 국참당은 철저히 유시민씨 한 개인을 상품으로 내 세운 당이란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참당이 전혀 공당의 성격이 없는 사당이라고 폄하할 수는 없다. 그 것은 유시민씨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이 야권에서 가장 높으며, 그 지지율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6개월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무시하려고 해도 그것은 현실이다.
따라서 국참당은 유시민씨가 국민들로부터 받고 있는 것과 똑같은 비율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확한 판단일 것이다. 그러므로 국참당은 창당 이전에 이미 어느 정도의 지분을 갖고 있는 셈이며, 여기에 상당한 추모 세력을 갖고 있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후광을 최대한 이용하려 할 것이므로 플러스 알파를 더해 주어야 한다.
민주당의 입장으로 보면 같은 뿌리에서 또 다른 정당이 태동한 것을 못 마땅하게 생각할 수가 있으나,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유시민씨 입장에서는 민주당과 합당을 해 보았자 고사될 게 뻔한데 굳이 민주당과의 합당을 원치 않을 게 분명하다. 정세균 대표가 아무리 애를 써도 국참당은 눈길 한번 주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대등한 위치에서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국참당은 고 노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영남을 주무대로 설정하고 있어서 영남을 포기하고 있는 민주당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지도 않다. 민주당이 야권 분열로 고전할 다른 지역에서는 자신들과 연대를 하자고 주장하고 있어 그 또한 민주당에 해를 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영남 이외의 곳에서 그들 세력을 키울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길 원하고 있다. 자신의 힘이 약할 때는 연대하여 상대 조직 속에 기생충 같은 세포 조직원을 투입시켜 그 조직을 갉아 먹으려는 전략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는 제 1차 국공합작, 제 2차 국공합작을 통해 힘을 비축한 후 장개석에게 결국 승리한 모택동의 기본 전략에 입각한 전략이며, 유시민씨는 자기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란 책에서 이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러한 전략은 개혁당에서 이미 시험한 바가 있는데, 국참당에서 이를 완결하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유시민씨를 과소평가해서는 큰 코를 다칠 우려가 있다. 그가 영남에 야당의 뿌리를 굳건히 박고, 호남에서 어느 정도의 지지를 확보한 후에 충청의 안희정씨, 그리고 서울, 경기의 이해찬씨, 한명숙씨 등과 손을 잡는 상황이 온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그들의 전략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서울, 경기 중 한곳에서 기반을 잡는 것이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 어느 한 곳에서라도 당선자를 낸다면 그들은 그곳을 전략거점으로 삼고 전국공략에 나설 계획을 갖고 있다.
이것은 필자의 상상력으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그들이 공개적으로 밝힌 내용이다. 바로 그 때문에 유시민씨가 경기도지사 출마냐, 서울시장 출마냐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같은 친노계열인 한명숙씨가 서울시장에 출마할 경우에는 그들의 당력을 집중시켜 서울의 한명숙씨, 경기의 유시민씨를 당선시키려 하고 있다.
현재 반 MB 전선을 형성하기 위해 야권의 대표들이 모여서 연석회의를 하고 있는데, 시작은 좋은 듯하다. 그러나 문제는 국참당에서 서울, 경기 중 어느 한 곳의 자치단체장 자리를 요구할 때, 민주당에서 이를 수용할 용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이들의 연대가 성공할 것이냐, 성공하지 못할 것이냐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민주당에서 단체장 자리를 내어 준다는 것은 그들의 집 안에 도둑을 들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될 것이며, 내어 주지 않는다는 것은 야권 분열에 의한 지방선거 패배라는 결과를 가져 올 가능성이 많다.
민주당으로서는 참으로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 분명하다. 민주당에서는 경기도지사 선거전에 김진표씨, 이종걸씨, 원혜영씨, 천정배씨 등이 이미 출마 선언을 했거나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현재 한나라당의 김문수 지사가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어느 정도 밝힌 마당에 야당의 총력을 모아도 김문수 지사를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여기에 유시민씨가 출마를 한다면 김문수씨의 재선은 불을 보듯 확실하게 될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도 마찬 가지이다. 현재의 오세훈 시장의 재선 도전이 굳혀지고 있는 마당에 민주당의 후보와 유시민씨가 함께 출마를 한다면 오세훈씨의 필승 국면이 될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울며 겨자먹기로 서울시장 후보자리나, 경기도지사 후보 자리 중 하나를 국참당에 내어 주지 않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또, 서울시장 후보로 한명숙씨 이외의 인물이 결정된다면 국참당에서 이에 승복하지 않고 그들만의 후보를 고집할지도 모른다. 유시민씨가 서울시장 자리에 출마하기를 고집할지도 모른다.
이로써 물론 국참당이 야당의 불모지가 된 영남에서 야당 성향의 국민들을 규합해준다는 측면에서는 범야권에 어느 정도 플러스적인 요인이 되겠으나, 중원인 서울, 경기, 인천 지역에서는 민주당과 국참당이 처절한 전투를 벌여야할지도 모른다. 민주당으로서는 참으로 고약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양자 공멸이냐, 공생이냐의 기로에 서서 어떠한 결과에 이를지는 지금으로써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신생 정당인 국참당에서 서울, 경기 어느 한 쪽의 자치단체장 후보 자리를 요구하는 것을 민주당과 범야권에서 받아 줄 리가 없다는 것이며, 국참당에서는 연립 지방정부의 구성에 참여함으로써 그들의 지분을 챙기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한다. 그러는 가운데 그들의 지역 기반이 될 영남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여, 한나라당의 아성을 깨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첫 술에 배 부르랴?’라는 속담처럼, 영남권에서 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