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캠프가 비상이다. 김종인 행복추진 위원장이 경제민주화에 대해 비아냥거리며, 비협조적인 친재벌 이한구 원내 대표와 자기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박근혜 후보에게 최후통첩을 했다. 그런가 하면, 안대희 정치쇄신 위원장은 나라종금 뇌물사건으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한광옥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전력을 문제 삼으며 그의 영입과 국민대통합위원장 내정에 반발하면서, 이를 취소하라고 박근혜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김종인은 나흘째, 안대희는 사흘째 당무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호응하여 재선급 의원들은 이한구 원내대표와 서병수 사무총장 등 지도부 퇴진을 이끌어내기 위해 단체행동까지 검토하는 등 새누리당의 인적쇄신 파동이 박근혜호를 뒤흔들고 있다.
따지고 보면 김종인이나, 안대희는 조금 덜 까만 까마귀고, 이한구, 서병수는 더 까만 까마귀일 따름, 양측 모두 다 까마귀이기는 마찬가지다. 박근혜가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세워며 국민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얼굴마담으로 삼기로 하고,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김종인은 1993년 동화은행 사건 때, 2억10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찬란한 경력이 있는 까마귀다.
안대희는 어떤가?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을 한 몸에 받으며 2003년 한나라당(=새무리당의 전신) 차떼기 불법 대선자금을 수사했고, 승승장구 승진을 거듭하여, 대법관 자리까지 올랐던 안대희는, 새누리당을 혁신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피력하며 새누리당에 입당했다지만, 그가 새누리당을 정말로 혁신할 꿈을 갖고 있다고 생각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위로 박근혜로 부터 거의 모두가 쇄신대상인 새무리에서 무슨 쇄신을 할 수 있겠는가? 그 보다는 박근혜 대세론이 형성된 마당에, 차기 대권에 뜻을 두고, 박근혜와 야합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까마귀 노는 곳에서 백로 탈 쓴 까마귀가 칼춤 추는 꼴이다.
이로 미루어 보아, 안대희는 그 동안 출세를 위해 까마귀의 신분을 교묘히 백로로 위장하고 있다가, 본색을 밝힐 필요가 있자 까마귀임을 과감하게 밝히고, 까마귀 무리에 합류했다고 볼 수 있다! 영혼이 깨끗한 사람들은 새무리 냄새만 나도 몸을 피한다!!
사실 그들이 당무를 거부하며, 칩거하고 있는 것은 박근혜 대세론의 붕괴와 무관하지 않다. 만약에 박근혜 대세론이 현재 까지 계속되고 있다면, 두 사람이 저런 태도를 취할 수 있을까? “천만에!!”다. 김종인은 ‘경제 민주화’란 특허품을 들고, 여야를 넘나들며 정치권을 호소해 왔다. 그가 왔다 갔다 했지만 실제 경제 민주화를 정책에 반영한 성과는 거의 없다. 만약 그가 진정으로 경제 민주화를 시행할 각오가 있었더라면 우리나라의 현재가 약육강식의 아수라 지옥이겠는가?
더군다나 그는 뇌물을 받아먹고 실형 선고를 받은 낙인찍힌 자이다. 그를 데려다가 도대체 어디에 쓸 수 있단 말인가? 뇌물 받아 먹어도 출세할 수 있다고, 새누리 지지자와 국민들에게 가르칠 셈인가?
어찌 되었든 박근혜 생각에 ‘덜 까만 까마귀’라고 생각되는 김종인, 안대희 양축이 흔들리고 있다. 박근혜로서는 그들 둘이 없는 대선을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최경환 비서실장의 사퇴로 이들을 무마하고 넘어 가려 하겠지만, 김종인, 안대희가 쉽사리 물러서지 않을 것 같다.
김, 안, 두 사람이 실제로 문제시하고 있는 것은 박근혜 캠프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그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종인은 경제 민주화에 대한 총괄권을 달라는 것이고, 안대희의 경우는 정치쇄신 위원장도 모르는 가운데 이루어진 한광옥 영입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한 마디로 ‘얼굴마담은 싫다. 실권을 달라!!’가 이들의 요구 조건인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내 의원들이 “대세론 붕괴의 책임은 친박 실세들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이들의 문책을 주장해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그 때문에 최경환 비서실장이 전격 사퇴했지만, 상황은 반전되지 않고 있다.
//쇄신파의 한 의원은 “박 후보나 당 지도부가 아직 위기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정감사 때문에 여의치 않은데 재선급 이상 의원들이 오후나 저녁에 모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용태 의원도 이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대선판을 끌고 온 것을 책임질 사람들이 물러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경환 전 비서실장의 퇴진은 인적쇄신의 출발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사퇴론에 휩싸인 이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퇴한다고 쓰면 완전히 오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나와 이한구 중 선택해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선 “그건 박 후보에게 물어봐야지...”라면서 “내 생각까지 얘기하면 똑같은 사람 되라고?”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헤럴드경제)
하지만 박근혜는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당내 의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답함으로써 이 소동을 봉합하려 하고 있다.
//“자꾸 친이, 친박을 나눠 당 또는 국민에게 혼란을 줘선 안 된다...선거를 코앞에 두고 모두 화합해서 가야 하는 마당에 비난하고, 잘못했느니 뭐 했느니 할 게 아니라 각자 선 자리에서 ‘나는 당의 승리를 위해 그간 뭐를 열심히 했는가, 또 내 자리에서 내가 해야 할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를 생각해야 할 때...”
의원들이 주장하고 있는 전면적인 지도부 쇄신, 친박 핵심 2선 후퇴 요구를 친이-친박 계파간 갈등으로 몰아붙이며 불평하는 이들을 질타한 셈이다. 박 후보는 “선거가 코앞인데”라며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 서병수 사무총장 등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당 지도부도 쇄신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박 후보는 의총이 열린 지난 4일에도 “내일 모레가 선거라 힘을 모아야 한다”며 의원들의 전면 쇄신 요구를 일축한 바 있다.(한겨레)
하지만 박근혜는 자기가 내세운 자기의 얼굴들인 김종인, 안대희 없이 대선을 치룰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둘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지 실권을 찾을 것이며, 대선을 지휘할 것이다. 그 과정에 얼마나한 암투가 벌어질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박근혜 캠프가 ‘대세 붕괴론’과 함께 붕괴하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두 사람은 결국 더 까만 까마귀들의 밥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재관/ 칼럼니스트. 함께 살아가는 중프라이즈( www.joongpris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