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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에 나선 안철수 후보가 비전선포식을 통해 정치개혁 방안 및 야권 단일화 방식에 대해 진전된 입장을 밝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안 후보가 강조하고 있는 '정치개혁'이 단일화 논의의 전제조건으로서 등장했습니다. 이것은 기성 정당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하긴 안철수 후보의 등장 자체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정도를 그대로 말해주는 것이고, 기존의 정당이라는 틀 안에서의 정치가 국민에게 전혀 희망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안철수 후보의 가장 '강점'이 되는 포인트라는 것이 지금 정치의 비극이면서도 희망의 시작점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전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새누리당으로 입당한 것은 이번 대선의 형태가 분명한 세대간의 대결 양상으로 갈 것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안철수 후보가 대선의 성격에 대해 '지난 정권에 대한 평가'를 분명히 밝혔다는 것 자체가, 지금껏 국민의 여론 속에서 자신의 갈 길을 정했던 안철수 후보의 일련의 움직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앞으로 이 선거거 부패한 여당의 세력과 이에 반대하는 국민과 야당의 공조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도 아울러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후보의 민주당에서 한광옥 같은 구체제에 속했던 사람들이 새누리당으로 향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습니다. 스스로를 지금의 변혁이 필요한 민주당에서 뛰어 나가 버리는 것은 '자기 정체성의 고백'이라는 면에서 오히려 고맙기까지 하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리고 보면, 이번 선거는 해방이후 일제에 부역했던 세력들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던 탓에 지금껏 득세했던 세력들과 그렇지 않은 세력들의 분명한 세력이 될 것입니다. 민주당의 태생 역시 이승만을 중심으로 뭉쳤던 한민당(이후 이승만의 배신, 그리고 그의 자유당 창당으로 인해 팽이 되어 버린)에 있고, 그 중심세력들이 지방에서 친일행각을 통해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말하자면 그런 민주당의 과거 뿌리들이, 스스로 그들이 처음에 만들었던 둥지를 떠나 친일세력들과 그 잔존세력, 후손들이 뭉쳐 있는 당으로 옮겨갔다는 것만으로도 민주당 내에서의 변화 역시 기대할 만한 것이고, 여기에 안철수라는 제 3의, 그것도 비 한나라당 노선을 분명히 선언한 후보는 이같은 구도에 분명한 기름을 끼얹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 과정을 통해 훌륭한 후보로의 단일화가 이뤄지고, 또 이 과정 속에서 대한민국의 역사에 있어 원죄가 되고 있는 친일 세력에 대한 직간접적 청산이 분명히 이뤄지고 새롭게 맞을 세상으로 향하는 다리를 만드는, 그런 기회가 됐으면 하는 그런 마음 간절합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