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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제 3제국은 유럽전체를 자신의 손아귀에 두면서 적국이건 중립국이건 가리지 않고 침략의 마수를 뻗쳤고 40년이 되자, 전 유럽이 그의 발아래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스위스만은 예외였다.
사실 스위스는 오랜 시간 무장중립으로 유명했지만 그 중립이 언제나 절대적으로 지켜져 온 것도 아니었고 고작 43만의 상비군을 가진 스위스의 지정학적 중요성, 특히나 동맹국 이탈리아와의 원활한 교통을 생각하면 4백만이 넘는 대군을 거느렸던 육군강국 나치 독일이 스위스를 그대로 놔둔 것은 지금 생각해도 경이롭다.
더구나 스위스는 23개의 칸톤(주)으로 나눠진 느슨한 연방이고 4개 언어가 공용어이며, 독일어를 쓰는 게르만민족이 전체의 75%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 누구보다 독일에 친근함 혹은 동질성을 느끼는 나라였음에도 2차 대전 기간 내내 스위스는 독일에 가담하지도 않았고 독일은 스위스를 무력침략하지도 못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현명하게 자신을 지킬 줄 알았던 주세페 모타를 위시한 스위스의 정치지도자들과 강단 있었던 스위스의 명장, 앙리 기샹 장군을 떠올려야 한다.
2차 대전 기간 동안 수많은 열강의 명장들이 명멸했지만, 앙리 기샹이야말로 손자의 금언이자 절대선인 ‘싸우지 않고 이긴다’라는 명제를 직접 실천해보인 2차대전 기간 중 최고의 군인이다. 물론 기샹 장군은 그 어떤 전투에서도 총 한발 쏴본 적이 없었지만 단 한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고 나라와 국민을 온전하게 지켜냈다는 점에서 그를 능가하는 지휘관은 없다.
유럽의 전운이 짙어지던 39년, 스위스군 총사령관에 발탁된 기샹은 나치독일이 이탈리아와의 원활한 교통로를 얻기 위해 스위스를 위협할 기미를 보이자 결사항전의 의지로 독일의 기를 꺾어버렸다. 독일군이 침공해온다면 평야지대는 내주겠지만 알프스의 험준한 요새에서 최후까지 저항하겠으며, 이탈리아로 통하는 모든 산악도로와 터널을 남김없이 폭탄으로 파괴해버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43만에 불과했지만 유럽 최정예군인 스위스군을 상대로 지형적인 불리함까지 감안하면 독일은 스위스를 점령하기 위해 백만 이상의 대군을 투입해야 하며 자칫 스위스가 이탈리아로 통하는 통로를 차단해버리면 입게 될 손실(스위스가 수백년에 걸쳐서 만들어놓은 이 통로들이 파괴되면 최소 10년간 복구가 불가능했음)이 너무도 크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치 독일은 이후 전쟁이 끝나는 날까지 두 번 다시 스위스를 무력으로 위협하려는 제스처를 취하지 않고 유화적 태도를 유지했다.
기샹 장군의 업적은 외침을 총 한 방 쏘지 않고 온전히 막아낸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듬해에 중립국 스위스를 지향했던 연방지도자 주세페 모타가 사망하고 이탈리아가 독일편에 서서 참전해 프랑스가 항복하면서 나치 독일이 전 유럽을 석권하는 듯 보이자, 스위스 주민들의 다수를 차지하던 독일계들이 독일편에 서서 참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기존의 중립 정책이 흔들렸다. 그러자 1940년 7월 25일에 기샹장군은 군의 간부 및 장교들을 스위스 건국전설의 땅인 류트리에 모아놓고 역사에 남을 명연설을 했다.
그는 스위스의 자유와 독립을 지키기 위해 선인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중립국 스위스가 흔들리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연설은 스위스 국내에 널리 퍼져 이후 독일에 붙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잦아들었고 스위스는 유럽에서 스페인과 더불어 2차대전의 참화를 직접 겪지 않은 매우 드물고 운 좋은 나라로 남을 수 있었다.
물론 스위스의 중립에는 유태인의 입국을 거부하고 또 나치스의 검은 재산을 은닉하는데 도움을 주는 등 어두운 측면이 존재하며 이는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약소국인 스위스가 자국의 주권과 생존을 위해서 취했던 현실적인 정책과 이를 결연하게 수행했던 앙리 기샹과 같은 이들의 업적은 분명하다.
오늘 날 우리에게, ‘위기상황이 오면 일단 닥치고 싸워보자, 죽을 때 죽더라도 최소한 저항이라도 해보고 죽자!’고 달려드는 단무지한 무부(武夫)가 필요할까? 아니면 사세에 따라서 유연하게 강온책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면서 싸우지 않고도 강대국의 기를 꺾고 우리의 것을 지키는 현명한 앙리 기샹이 필요한 것인가? 이 질문에 굳이 답이 필요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작금 동북아의 긴장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분명 위기가 몰려오고 있음이다.그리고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두 번 다시 한반도가 전쟁터가 되는 꼴은 용납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대륙세력 중국의 편도, 해양세력인 미국 혹은 일본의 편도 되어선 아니 된다. 그랬다간 나치독일에게 짓밟히는 스위스 꼴 되는 건 시간문제다. 무장중립 스위스도 나폴레옹의 위세에 눌려 그 편에 가담했다가 7만이 넘는 스위스 군인들이 러시아 벌판에서 얼어 죽었던 아픈 기억과 경험을 잊지 않았기에 그들은 2차 대전을 피해냈다.
현재의 우리에게 절대명제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민족의 화해와 재통일이다.그리고 그 절대명제를 위해서는 우리가 하지 못할 일은 아무것도 없음을 명심하자. 여기에는 북한과 손을 잡는 일, 김정은 체제를 인정하는 일을 포함해서 그 어떤 것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우리의 주권과 자존과 평화를 지키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
그리고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지휘관의 가장 좋은 모델은 2차 대전 최고의 명장, 앙리 기샹과 같은 사람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가장 최우선의 절대 명제는 전시 작전지휘권의 온전한 환수에 달려 있다. 대한민국 차기 대통령의 손에 우리 육해공 3군의 지휘권이 평시와 전시를 막론하고 언제나 들려 있지 않는 한, 우리에게 평화로운 시절은 존재하지 않음을 직시하자. 지금 이대로 가면 우리는 원하지 않는데 전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강대국에게 기죽지 않고 할 말과 할 도리를 다했던 앙리 기샹과 같은 군인이 요구되는 시대에 아직도 틈만 나면 스펙 뽀다구가 나는 무기만 잔뜩 들고서 쌈질로 쌈마이스럽게 외교와 안보의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쇼와 단무지스럽고 스펙 밀떡후스러운 병맛들이 사방에 넘쳐난다면 그런 나라에는 희망이 없는 것 아닐까?
안보와 전쟁의 지고지선(至高至善)은 백전백승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그래서 2차 대전 최고의 명장은 롬멜도 패튼도 니미츠도 주코프도 아닌, 약소국 스위스의 앙리 기샹이다!
이 기본적인 진리를 깊이 새기지 않고 재기발랄하게 군비증강만 떠들다간 강대국이라도 쪽박 차고 개망신 당하기 십상인데 하물며 지금 우리 주제에 이렇게 생각없이 살면 정말 큰 코 다치는 수가 있다.
또 경술국치와 한국전쟁 꼴이 나고픈가? (필자:나그네)
출처: 사람사는 세상 시애틀 모임 http://cafe.daum.net/saseamo/O0W1/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