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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괴뢰역도로 매도한 북한군부
지난해인 2011년10월3일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보수신문에 흥미로운 북한 관련기사가 실렸다.북한 군부가 최근 특수무기 생산공장 관계자를 대상으로 배포한 교양자료를 입수하여 일부 내용을 소개한 것이다.5년전인 2006년에는 각급부대 군관과 장령 사상교육용 교육자료인'학습제강'이 기사화된바 있다. 이들 두 가지 북한 인민군 사상교양 자료의 공통점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햇볕정책을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강도높게 비방,매도한 점이다.
먼저 최근 북한 정보서비스 회사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NKSIS)가 입수한 것으로 북한 군부가 핵무기·생화학무기 등을 생산, 수리하는 무기공장의 관계자들에게 사상교육을 하기 위해 발행하여 배포한 내부 교양자료는 남한의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을 제외한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을 육두문자식 욕설을 총동원하여 노골적으로 비방하고 있다.
문제의 교양자료는 ‘위대성 수기’, ‘해설’, ‘주체사상교양’, ‘반미교양’ 등의 섹션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한국의 역대 대통령을 비난한 것은 두쪽 분량의 해설면에 집중되어 있다.
비방 내용 가운데 대표적인 표현을 보면 이승만 전 대통령의 경우“남조선인민들에게 쫓겨나 해외에서 뒈진 늙다리 이승만 괴뢰역도 놈”, 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유신 독재자로 악명을 떨친 박정희 괴뢰역도 놈”이라고 규정하였다.
이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광주를 피바다로 만들어 인류를 경악하게 한 살인 악마, 살인 깡패인 전두환, 노태우 괴뢰역도 놈”으로 낙인 찍었다.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문민의 탈을 쓴 김영삼 괴뢰역도 놈”으로 공격하였다.
특이한 것은 의외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집중 비방한 점이다.서거후에도 남한의 보수진영으로부터 대북 퍼주기 비판에 시달릴만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일관된 대북친화적 ‘햇볕정책’으로 대북지원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에 앞장섰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반북반공 대결정책을 폈던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에 도맷금으로 묶어 ‘괴뢰역도’로 매도 한 것이다.
북한군부는 다른 대통령에 비해 3~4배가 넘는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김 전 대통령을 “김대중 괴뢰역도 놈도 여기서 예외가 되지 않는다”는 표현을 시작으로 비방 수위를 높였다. “(그는) 대통령 감투를 쓰기 바쁘게 민주투사의 너울도 다 벗어버리고, (미국) 상전 놈의 품에 달려가 안겼다”면서 “대(代)에 걸쳐 선교사의 탈을 쓰고, 우리나라에서 갖은 악행을 다 저지른 언더우드 놈의 유골까지 가져다 서울에 묻고 치적을 선전하는 광대극도 서슴지 않았다”고 비꼬았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한 비방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김대중 전 대통령의 출신까지 문제 삼은 것이다. 문건은 “김대중 괴뢰역도 놈은 남조선 목포에서 여인숙을 운영하면서 오가는 사람들의 봇짐과 부스러기 같은 돈을 털어내는 간상배(奸商輩) 출신”이라고 맹비난한 것이다.
끝으로 ‘해설’문건은 “역대 괴뢰역도 놈들은 미국 제국주의의 앞잡이다. 이들의 북침야망은 계속된다”면서 “단매(단 한 번 때리는 매)에 씨도 없이 족쳐 버릴 수 있게, 생산을 다그쳐 혁명의 총대를 날카롭게 갈아야 한다”고 독려했다.
두번째 2006년도에 입수되어 소개된 문건인 '학습제강'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추진한 '햇볕정책'을 집중 비판하였다.당시 처음으로 공개된 B5용지 20쪽짜리 분량으로 작성된'학습제강'은 북한 당국이 인민군 부대에 배포한 군관(장교)·장령(장성)용 사상교육 자료다.표지에 주체 95(2006)년에 조선인민군출판사가 발간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내용은 2005년도에 벌어진 일에 기초하고 있다.
‘조성된 정세의 요구에 맞게 자기 부문의 싸움준비를 빈틈없이 완성할 데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된 '학습제강'에서는 당시 정상궤도에 올라섰던 금강산관광에 대해"금강산 관광은 우리를 녹이려는 술책 남조선 괴뢰들 잘보이려 무진 애쓴다”고 비아냥 댔다. 또 "미국놈들의 눈치만 보면서 우리에게 못 되게 나오던 남조선괴뢰들도 여기에 맞장구를 치면서 우리에게 잘 보이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다"며 김대중정부를 괴뢰정부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놈들은 이번 6·15통일대축전 행사에 력사상 처음으로 괴뢰 정부와 남조선의 각 정당, 사회단체로 구성된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했다. …여러 가지 간판을 단 수많은 대표단도 그칠 새 없이 들이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를 속여넘기고 내부로부터 녹여내기 위한 적들의 교활한 기만술책 외에 다른 아무것도 아니다"며 햇볕정책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최근 적들이 벌리고 있는 반공화국 책동의 위험성은 어디에 있는가 적들의 그 어떤 책동도 우리를 굴복시키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오히려 우리 군대와 인민을 사상정신적으로 더욱 각성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하였다. 때문에 적들은 기만적인 유화전략으로 여기에 파렬구를 내려 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적들의 검은 속심을 가려보지 못하고 순간이라도 놈들의 책동에 말려들어가게 된다면 타락과 변질의 길에 굴러 떨어져 당과 조국을 배반하게 된다"고 정신무장을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남한의 햇볕정책에 대한 대비책으로 ' 자기 부문의 싸움준비를 빈틈없이 갖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라는 제목하에"① 자나깨나 언제나 적과 싸워 이길 생각만을 하여야 한다. 이백년 숙적의 무리들이 스스로 무기를 놓고 우리와 ‘좋게’ 지내며 ‘자비’를 베풀리라고 생각한다면 그것보다 더 어리석은 짓은 없다. ② 지휘성원들은 높은 혁신적 안목을 가지고 싸움준비 완성에 자기의 지혜와 정열을 다 바쳐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햇볕정책으로 무장해제,군사적 응징으로 참패 안겨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두려워한 북한군부
북한군부가 반공과 김일성-김정일체제 타도를 외치면서 일관된 대북강경전략을 기본으로 첨예한 군사적 대결구도를 유지했던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과 달리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햇볕정책으로 대표되는 평화적 유화전략으로 민간교류와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은인이나 다름없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가장 혹독하게 비방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김대중 정부는 지상 최후의 왕조적 권위주의 체제로 평가받는 김일성-김정일 세습정권과 이를 떠 받치는 권력도구인 군부의 존재근거였던 남한의 대북 강경친미보수정권과 전적으로 다르다는 점이었다.남한 보수정권이 북을 이용한 반공과 안보로 정권을 장악하고 유지한바처럼 북 김일성-김정일체제 역시 남한 반공정권의 군사적위협과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바탕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내세워 북한 내부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내부를 결속,장악하여 체제를 유지해 왔다.
군사적으로는 으르렁대는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였지만 이러한 군사적 대결을 정권유지라는 정치적 목적으로 서로 이용한 것이다.따라서 남북의 상호 대결적 권위주의 정권은 겉과는 달리 권력유지 차원에서 순망치한(脣亡齒寒)과 같은 서로 없어서는 안될 상호 보완적 관계였던 것이다.
이처럼 권력적 동지관계였던 권위주의 정권과 달리 군사적대결이 아닌 교류협력을 통한 상호신뢰에 바탕한 평화적 관계개선을 통해 긴장을 완화시켜 공존공영,나아가 궁극적인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통일철학과 이를 뒷받침하는 햇볕정책은 북한체제의 정체성을 근본부터 흔들뿐 아니라 군부의 존재감을 무력화시키는 최대의 적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파산지경에 빠진 경제난도 그렇지만 북한체제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생존문제와 직결된 최악의 식량난을 타개하고 국제적 핵포기 압박으로부터 시간을 벌기위한 전략차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과 햇볕정책을 받아들여 남북관계 개선에 응하면서도 다양한 남북교류를 통한 관계개선에 따른 부작용과 파급효과에 대한 강한 경계심이 '학습제강'과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인 원색비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