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때만 되면 정치권과 대학에 양다리를 걸치는 대학교수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는 인맥이라는 말을 흔하게 접한다. 인맥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과거에는 부정적이었던 의미가 '인맥=능력'이라고 여길 정도가 되었다. 인맥이나 줄서기를 통해서 횡행하던 낙하산 인사의 좋지 않았던 이미지가 이제는 개인의 노력 결과로 높게 인식되는 분위기이다.
우리가 일생을 살아가면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성공을 원하는 경우 개인의 자질이나 인격 그리고 실력이나 능력도 중요하지만 부차적인 문제는 내 주변의 인적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일상의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회에서 출세하거나 성공이란 단어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고 친목을 통해 서로 가까워지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자기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오랫동안 좋은 관계로 동료들과 알고 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우물안 개구리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우물속 한계를 극복하고 외연을 넓히는 의미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구축하거나 인맥을 쌓고 친구를 만드는 일은 분명 자신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직업과 관련된 사람들로만 인간관계의 폭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자신이 마주하는 세상 이외의 색다른 세계를 알게 되는 기회를 스스로 줄이는 것이다.
인맥 관리를 잘하게 되면 자기 계발을 통한 전문성 확보는 물론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인맥은 한국사회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인맥 쌓기에 혈안이 되고 인맥 만들기 열풍에 동참하게 된다.
최근 18대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박근혜와 문재인, 안철수의 3각 구도로 대선 후보군이 형성되면서 요동을 치고 있다. 과거와 달리 네거티브 방식을 지양하고 정책대결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한 노력을 보이고 있다. 대선 후보들의 정책이란 정치인들 보다는 교수들의 머리에서 쏟아지는 법이다.
과거 정치권에서 교수들의 역할은 정책 개발이나 법안 작성과정에 자문 역할로 충분했다. 그러나 점차 교수들의 정치 참여가 본격화되면서 폴리페서라는 말이 유행하게 되었다. 교수들 역시 각 언론 매체에 기고하거나 토론 혹은 시사 프로에 경쟁적으로 출연하며 얼굴 알리기에 애쓰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당 문재인 그리고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 모두는 많은 교수들을 영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교수들은 과거와 같이 정책 자문 역할은 팽개치고 선거캠프의 중요한 직책을 맡으면서 대선전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교수들이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전폐하고 당적을 취득하면서 정치를 참여하는 모습은 추해보인다.
교수들이 인맥을 통해 정치권이나 대선 후보의 줄서기 행태는 자신의 학문을 자랑하고 외연을 넓히는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교수직에 몸담고 있는 자신의 입지와 학자의 위치를 외면하고 정치에만 몰입하는 일은 인맥관리가 아니라 과욕이며 도를 넘은 행태로서 비판받을 사건이라 할 것이다. <정인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