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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하사극 ‘대왕의 꿈’이 지난 9월 7일부터 1TV를 통해 매주 토,일 밤 9시 40분에 한창 방영중이다. ‘대왕의 꿈’은 나당연합을 통해 백제를 멸망시키고 삼국통일의 기반을 다진 태종무열왕 김춘추(* 삼국통일의 완성은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당군을 몰아낸 문무왕때에 이루어짐)와 역시 삼국통일의 1등공신 김유신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사극이다.
헌데 하필이면 공교롭게도 대선정국을 앞두고 여당의 대선후보를 비롯한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모두 영남출신이란 점에서 혹 특정후보 띄워주기 위한 기획 아니냐는 오해를 일각에서 받고 있기도 하고, 또 신라의 삼국통일 자체가 결과적으로 고구려가 다스리던 만주땅을 잃어버렸다는 점에서 갈수록 그 의미가 평가절하되고 있는 상황이라 실제 드라마 게시판에서도 김춘추,김유신의 이야기를 다루는 ‘대왕의 꿈’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청자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하지만 실상 ‘대왕의 꿈’은 지난 2010년 KBS가 고구려,백제,신라가 한반도에 공존했던 삼국시대 각 왕조의 전성기를 누린 임금들의 일대기를 다룬다는 취지하에 기획한 ‘근초고왕-광개토대왕-태종무열왕’ 3부 연작의 ‘삼국영웅’ 시리즈의 결정판으로 이중 백제 고대국가의 기틀을 다룬 ‘근초고왕’편이 2010년 11월부터 2011년 5월까지 방영되었고, 고구려의 영웅 ‘광개토태왕’편이 2011년 6월부터 지난 4월까지 장장 11개월에 걸쳐 방영되었으며 그후 약 4개월 정도 잠시 휴식기간을 가진뒤 바야흐로 삼국영웅 시리즈의 마지막편인 ‘태종무열왕’을 다룬 ‘대왕의 꿈’을 방영하기에 이른것이다.
따라서 일단 ‘대왕의 꿈’이 특정 대선후보 띄워주기란 의혹은 쓸데없는 정치공세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삼국영웅 시리즈를 기획한게 2010년 초의 일이고 대하사극이 일반적으로 1년정도 분량을 기준으로 방영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삼국영웅 3부작’이 결과적으로 2년후인 2012년 대선정국을 의식한것 아니냐는 의혹에서 아주 자유로울수는 없는것이지만, 여하튼 ‘대왕의 꿈’은 근본적으로 애초에 삼국영웅 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 기획된 것이란 사실관계는 분명히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헌데 우리나라 방송사의 구조나 문화 풍토 자체가 워낙 권력이나 정치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한 공간이기도 하고, 특히 공영방송 KBS의 대하사극은 이따금 이런저런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던게 사실이기도 하다. 실제 KBS 대하사극의 시초라 일컬어지는 80년대 초반 이성계의 건국과정을 그린 ‘개국’은 5공 신군부의 집권을 합리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극이란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었고, 90년대 후반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용의눈물’ 역시 당시 정치상황과 맞물려 이런저런 화제를 뿌리기도 했었다.
허나 필자는 지금 그런 정치적인 문제나 논란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고, 근본적으로 사극은 왜 만드는것이며 특히 공영방송에서 ‘대하사극’은 왜 만드는것인가 하는 문제를 좀 짚어보고자 한다.
실상 대하사극의 원조는 일본의 공영방송 NHK로 알려져있다. 실제 NHK는 이미 1960년대부터 어느덧 반세기 넘게 주로 일본의 전국시대나 메이지유신등 자신들의 찬란했던 시대의 다양한 이야기나 영웅들의 스토리를 다양한 관점과 시각으로 담아 꾸준히 방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무엇보다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는다는것’이 NHK 대하사극의 특성이면서 강점이라면 강점이라고도 할수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일본은 보통 대하사극을 만드는 이유로 ‘지나간 시대의 역사를 돌이켜보며 자라나는 청소년,젊은이와 일반인들에게 올바른 역사인식을 일깨워주기 위함’이라 역설하곤 한다는 것이다.
사극 특히 대하사극을 만드는 진정한 취지는 우리나라라고 해서 일본과 크게 다를것은 없을것이다. 하지만 과연 ‘올바른 역사인식’이란 무엇일까 ? 또는 정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 사극은 정녕 청소년이나 젊은이,일반대중에게 올바른 역사인식을 일깨워주기위한 그와같은 지향점을 제대로 잡고 있는가 ? 헌데 이런 주제를 본격적으로 논하자면 아무래도 ‘100분토론’을 한 10부작 정도로는 기획해야 할 정도로 여러 가지 복잡하고 많은 이야기를 해야할것 같으니 생략하기로 하고, 다만 공영방송사의 대하사극의 미래를 위해 필부(匹夫)의 우견(愚見)이나마 짤막한 조언을 좀 해보고자 한다.
그보다 먼저 앞서 이미 그 소위 ‘역사인식’이란것에 대한 언급을 하기도 했지만, 사실 근래의 사극 패턴을 보면 - 꼭 대하사극의 경우에만 해당되는게 아니라 정통물,퓨전물을 가리지않고 대다수가 - 현실정치에서의 보수-진보 갈등구도를 고대사든 중세사든 바로 그 시대로 배경만 옮겨놓아 현실정치를 풍자하는듯한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러한 사극들은 - 드라마의 특성 자체가 그렇기도 하지만 - 선악구도의 갈등을 너무 극명하고 선명하게 대립시키다보니 수구세력은 그야말로 ‘악의화신’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역사 자체가 ‘어제를 돌이켜 오늘을 바라보는것’이라면 사극에서의 현실정치 풍자 역시 사극의 기능과 역할에 포함된다고 볼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근래에는 원래 사극의 고정팬이었던 노년층일수록 오히려 사극을 회피하거나 심지어 불편해하는 원인을 살펴보면 역시 근래의 사극에서 보여주는 그와같은 갈등구도의 패턴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게 아닌가 싶다.
물론 드라마란게 근본적으로 쉬워야 시청자들에게 잘 먹히고, 또 보수-진보의 대결이든 선악의 대결구도든 그와같은 갈등구도를 극대화시킬때 시청률 효과를 제대로 볼수 있으니 드라마를 그런 방향으로 제작하는 제작진만을 탓할수만은 없다. - 또 실제 근 10년내에 히트친 사극들을 살펴보면 바로 그와같은 갈등,대립구도를 극대화시킨 작품들이 많지 않은가.
헌데 실제 사극을 집필하는 작가들의 고충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가 있다. 어떤이는 사료가 적은 고대사가 오히려 빈틈이 많아 보다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칠수가 있다고 하고, 또 어떤 작가는 반대로 몇줄의 기록밖에 없는 고대사로 장편사극을 만드는건 여간 고역이 아니라며 기록과 증언이 풍부한 근,현대사나 시대극을 선호하는 작가가 있기도 하다.
고대사가 더 쓰기쉽건 중세나 근,현대사가 더 쓰기쉽건 그건 작가 개개인의 개성이고 특성이니 논할 문제는 아니고, 다만 필자는 이 시점에서 공영방송 KBS 대하사극의 나아갔으면 하는 방향점 하나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바로 차라리 사료가 풍부하고 증언확보도 용이한 일제시대 ‘독립운동가’ 시리즈를 대하사극으로 기획해보면 어떨까 하는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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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과거 모 방송사가 기획,제작했던 ‘조선왕조 500년’ 시리즈나 KBS가 2천년대를 맞아 기획했다 절반도 가지못하고 흐지부지 되어버린 ‘고려왕조’ 시리즈처럼,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독립운동가’ 시리즈를 대하사극으로 기획해보자는것이다.
헌데 사실 이와같은 제안은 필자가 처음 하는것은 아니고 원조가 따로있다. KBS 사극 게시판과 일일극 게시판에 종종 글을 올리시는 ‘천광로’ 선생님이시다. 연세가 50을 이미 넘은분으로 알려진 이분이 한 1-2년전쯤 하루는 KBS의 한 사극 게시판에 이와같은 시청자 의견을 남기신적이 있다. KBS 대하사극을 앞으로는 ‘독립투사 시리즈’로 한번 나가보면 어떻겠느냐고. - 이분의 표현을 그대로 정확히 옮기자면 ‘애국지사 열전’으로 가자고 말씀하셨었다.
하지만 난 이분의 의견을 접하고 혹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는 순박한 시골의 촌로(村老)이거나 아니면 정치적 이상향의 눈높이가 너무 높은 몽상가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 사실은 실제 전혀 그런분이 아니라는것을 알기 때문에 일부러 이와같이 말해보는 것이다 ^^;;)
사실 쉽지 않은일이다. 우선 근본적으로 요즘은 트렌드가 80년대나 90년대와 비교해봐도 그때에 비해 너무나 빨리 많은것이 바뀐다. 이런 상황에서 5년이든 10년이든 그런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대하사극을 기획한다는것은 솔직히 무모한 도전이다. MBC의 ‘조선왕조 500년’ 시리즈가 성공할수 있었던것은 정말이지 80년대니까 가능했던 일로 봐야할것이다. KBS의 ‘고려왕조’ 시리즈도 결국 ‘태조왕건’, ‘제국의 아침’, ‘무인시대’ 까지만 하고 막을 내리지 않았던가.
그리고 알고보면 80년대 MBC의 조선왕조 시리즈도 도중에 정치적 이유와 시청률 문제로 두차례나 중단된바 있었고, 그와같은 사정 때문에 당파싸움 시기나 세도정치등 중간중간 빼먹은 역사가 은근히 있다. 헌데 하물며 1-2년도 안 지나 유행과 선호가 바뀌는 2010년대에 ‘일제시대 독립운동가’ 시리즈를 장기적으로 기획해보자고 ? 솔직히 필자가 생각해도 거의 무모한 도전이 될것같아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진다.
하지만 독립운동가 시리즈 기획이 쉽지 않은 근본적이고 더 큰 이유는 정작 따로 있다. 바로 친일청산을 제대로 하지 않은데서 꼬여져버린 우리의 현대사 때문이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친일청산 문제가 언제부터인가 보수-진보 양 진영간의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민감한 이슈가 되어버리지 않았던가. 게다가 2천년대 중반에 생겨난 ‘뉴라이트’란 단체는 심지어 ‘식민지 근대화론’을 역사관으로 채택하기까지 했다.
현실이 이럴진대 과연 ‘독립운동가 시리즈’를 공영방송사가 대하사극으로 기획한다고 했을때, 어떤 정치세력이 집권하는가의 여부에 따라 사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구상단계에서부터 생기기 시작하는게 ‘독립운동가 시리즈’ 기획이다. 또한 사회주의 계열에서 독립운동을 한 인사들을 어떻게 다룰것인가 하는점도 이와같은 기획에서 가장 심각하고 중대한 고민거리가 될수밖에 없을거이다.
하지만 정히 공영방송사의 ‘대하사극 제작’의 목적이 소위 ‘올바른 역사인식’을 심어주게 하기 위함에 있다면, 그렇기 때문에라도 꼬여져버린 현대사를 바로 잡기위한 목적에서라도 ‘독립운동가 시리즈’ 대하사극 기획을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감히 주장하는 바이다. 사실 쉽지않은 일이다.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방송구조가 어떤 정치세력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그 영향권하에 놓일수밖에 없게 되어있고, 무엇보다 그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곳이 공영방송이자 ‘국가 기간방송’을 자처하는 KBS다. 헌데 그 KBS의 대하사극으로 ‘독립운동가 시리즈’를 기획한다 ? 생각보다 쉽지 않은 기획이 될수밖에 없을것이다.
허나 역설적으로 생각해본다면, 그렇기때문에라도 더더욱 KBS는 어떤 정치세력이 집권하느냐의 여부에 상관없이 의연하고 대범하게 ‘독립운동가 시리즈’ 대하사극을 준비하고 기획해볼 필요가 있다. KBS가 진정으로 정치권력에서 자유롭고 무엇보다 보수-진보 양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우리나라 정치현실을 뛰어넘는 보다 중립적인 ‘공영방송’이자 ‘국가기간방송’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면 - 사실 그것을 이루기엔 갈길이 너무나 멀고 솔직히 너무나 꿈같은 이상이기도 하지만 - 그래서 한번 대하사극 기획에서부터만이라도 그와같은 정치권력의 입김을 넘어서는 진득한 계획을 세워볼 필요가 있다는것이다. - 독립운동가 시리즈를 기획한다는데 그걸 방해하는 정치세력이 있다면 그 자체가 뭔가 수상한것 아닌가 ?
정작 ‘독립운동가 시리즈’를 제작하자면 문제는 생각보다 그 범위가 너무 방대하다는데 있다. 일단 3.1운동 민족대표만 벌써 33인이고, 임시정부 요인도 수두룩하고 그 외 무장투쟁세력,사회주의 계열 운동가, 여성 독립운동가등 이런식으로 나열해가다보면 그야말로 한도끝도 없다. 그야말로 그 방대한 일제 35년 독립운동사와 수많은 독립투사들을 어떻게 다 다룰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더욱이 이젠 시대가 많이 바뀌어 80년대 조선왕조 500년 시리즈 같은 10년 기획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 KBS 고려왕조 시리즈도 새천년들어 기획해서 절반도 못 가 중단해버렸고. 다만 실제 2010년들어 기획한 ‘삼국영웅 시리즈’ 기획은 3년간(2010년 11월 - 2013년 중반경까지. 근초고왕,광개토태왕,대왕의꿈(태종무열왕)에 걸쳐 그런대로 성공을 거둔 셈이다. 따라서 무슨 10년 계획, 5년 계획 같은것은 불가능하더라도 시즌제 같은 형식으로 주제별로 나누어 2-3년씩 나눠서 하면 어느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가령 예를 들자면 이런식이다. 삼일운동을 전후한 초창기 독립운동사를 2013-15년까지 시즌1로 2,3년 정도 기획을 잡고 다루고, 그 뒤 2-3년 정도 시차를 두고 쉬었더가 임시정부나 1930년대 독립운동사를 다루는 시즌2를 2018-2020년쯤에 만들어본다던가. 다시 그 뒤에 2-3년 정도 쉰후 또 다른 주제의 시즌3을 2022-23년쯤 계획한다던가 이런식으로. 분량도 굳이 1년 단위로 80부작, 100부작까지 갈것 없이 한 40-50부작 정도로 하나의 인물이나 테마를 중심으로 다루어본다면 3년정도의 한 시즌 기획속에서도 보다 많은 인물과 테마를 다룰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 30부작 이하가 되면 그건 대하사극이 아니라 그냥 미니나 중편이 되는거니 거기까지 갈수는 없는일이고.
공영방송 KBS가 대하사극을 제작하는 목적이 정녕 국가기간방송으로서 우리나라의 지나간 역사를 돌이켜보며 오늘과 미래를 생각하며 자라나는 청소년,젊은이,일반대중에게 ‘올바른 역사인식’을 일깨우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라면, 정말 한번 정치적 변화나 보수-진보의 진영논리 같은데 얽매이지 말고 나름대로의 주관과 역사의식을 갖고 그와같은 기획을 해보았으면 하는 바램에서 일제시대 ‘독립운동가’ 시리즈를 다루어 보았으면 하는 제안을 해보는 것이다. 사료가 빈약한 고대사를 다루다가 공연히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이거나, 어설프게 오늘날의 현실정치를 풍자한듯한 이야기를 그리다가 정치적 오해를 사는것보다는 차라리 그 방향이 공영방송 대하사극의 바람직한 미래를 위해 조금은 나은길이 되지 않을까 ?
물론 앞서 그 이유를 지적한바와 같이 솔직히 생각보다 일제시대 독립운동사를 대하사극으로 다루는것은 생각보다 난감하고 민감한 사안이 될수도 있다. 하지만 KBS가 정히 정치권력이나 보수-진보 정치싸움,진영논리에 휩싸이지 않고 나름의 주관을 갖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방송사의 길을 가고자 한다면, 한번 대하사극에서부터 정치논리에 휘말리지 말고 그와같은 담대한 기획을 해보는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런 제안을 하는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