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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보육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실제 정부는 지난 24일 '2013년도 0~5세 보육지원체계 개편안'을 발표하고 내년 3월부터 0~2세 유아의 보육료를 가구별 소득수준이나 맞벌이 여부에 따라 차등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소득 상위 30%는 가구당 월 10~20만 원씩 보육료 지원 혜택이 줄고, 전업주부 가정은 종일반 대신 6~7시간만 무상보육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무상 보육 정책이 시행된 지 7개월여 만에 사실상 폐기되는 것이다.
그러자 당장 난리가 났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포퓰리즘에 빠져 몇 개월 할 정책, 줬다 뺏는 그런 정책을 왜 시작했나요. 국민이 무슨 실험 대상도 아니고..."라는 불만의 글이 올라오는 등 비난의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날 복지부 자유게시판에 올라 온 글들 중 상당수의 글들이 이런 새 정책의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들이었다.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득 30% 상위계층은 물론, 종일반 보육 바우처(아이사랑 카드)의 절반 수준만 지원받게 된 전업주부들의 불만이 잇따랐다.
전업주부를 하고 싶어 하는 것도 아닌데,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서 못하는 데 혜택까지 줄여버리면 경제적으로 더욱 고통을 받게 된다는 것.
결국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또 총대를 메고 나섰다.
박 후보는 '전면 무상보육'을 당 차원에서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고, 여당 의원들의 반발도 거세다.
박 후보는 25일 강원도 양구 육군전사자 유해발굴 현장 탐방을 마친 뒤, 이번 정부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약속한 대로(전면 무상보육이)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 "새누리당은 이 문제를 두고 정부와 오랫동안 논의하며 관철시키고자 노력해 왔지만 전체가 반영되지는 못했다"며 "소득상위 30%에 해당하는 분들도 다들 빠듯하게 살아가는 젊은 부부들로서 꼭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보건복지위원들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새누리당과 아무런 협의 없이 무상보육을 폐기하고 국민적 혼란만 야기 시키는 보육지원체계 개편안을 발표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도 이에 대해 "착잡한 심정이다. 이래서 정치와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말을 하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경제정책본부장을 맡았던 장병완 의원도 "무상보육은 여야 합의한 사항이고 정부스스로 약속한 사항인데다, 보건복지위에서 법 개정안을 의결한 바 있다"며 "무상보육 혜택을 줄이는 예산을 편성한 것은 국민과 국회를 무시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무상보육 후퇴 방안’에 대해 박근혜 안철수 문재인 등 유력 여야 대선주자들이 모두 한목소리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 방안을 백지화시켜야 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복지 문제가 대선 최대 이슈로 떠올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 후보가 모두 자신의 복지 정책을 국민들 앞에 분명하게 제시하고, 실현가능한 정책인지그 여부를 국민들 앞에서 검증 받도록 하자는 뜻이다.
특히 복지 확대를 위해 필요한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그것이 분명하게 나와야 한다는 판단이다.
필요하다면 증세방안도 함께 논의를 해야 한다. 이 문제는 도외시하면서 복지 확대만 부르짖다가는 이번과 같은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소득 하위 70%의 0∼2세 자녀에 대해 지급하기로 한 양육 보조금을 전 소득 계층을 확대할 경우 6419억원의 예산이 더 소요된다.
결코 적은 비용은 아니다. 하지만 사전에 이런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정책을 시행했을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는 땅에 떨어진 신뢰회복을 위해서라도 국민들 앞에 약속한 이 정책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