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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통령 출마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저울질하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9일 오후3시, 드디어 18대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린다.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에 대해서는 ‘선문답’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실제 그는 단일화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 2가지가 있다. 정치권의 변화와 혁신, 국민들이 그것에 동의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 시점,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 논의는 부적절하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단 현 시점에서는 단일화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면 나중에는 하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가 분명치 않다.
그러나 안 원장의 이날 출사표에 진정성이 담겨 있는 것이라면, 후보단일화 문제는 민주당 생각처럼 이뤄질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우선 안 원장은 자신이 국민들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라며 ‘정치가 이래서는 안 된다’, ‘문제를 풀어야 할 정치가 문제를 만들고 있다’, ‘국민들의 삶을 외면하고 국민을 분열시키고, 국민을 무시하고, 서로 싸우기만 하는 정치에 실망하고 절망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출마하는 이유에 대해 “지금까지 국민들은 저를 통해 정치쇄신에 대한 열망을 표현해주셨다. 저는 이제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함으로써 그 열망을 실천해내는 사람이 되려 한다. 저에게 주어진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안 원장은 이른바 ‘안철수 현상’, 즉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 기존 정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으로 인해 국민들이 자신을 지지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더구나 그는 “저에게는 당선여부보다는 잘 해낼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는 비록 독자 출마해 당선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기존 정치에 실망한 국민들의 정치쇄신에 대한 열망을 담아내기 위해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뜻은 아닐까?
특히 안 원장은 “많은 분들이 정치 경험도 없는데 막상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걱정을 하셨다”며 “저는 정치경험뿐 아니라 조직도 없고, 세력도 없지만, 그만큼 빚진 것도 없다. 정치경험 대신 국민들께 들은 이야기를 소중하게 가지고 가겠다. 조직과 세력 대신 나라를 위해 애쓰시는 모든 분들과 함께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안 원장이 언급한 ‘정치경험’이라든가 ‘조직’과 ‘세력’이 모두 민주당을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는 그 대신 ‘나라를 위해 애쓰시는 모든 분들’과 함께 하겠다고 하지 않는가.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이 있다.
안 원장은 “국민의 반을 적으로 돌리면서 통합을 외치는 것은 위선이다. 선거과정에서 부당하고 저급한 흑색선전과 이전투구를 계속하면, 서로를 증오하고 지지자들을 분열시키며, 나아가서는 국민을 분열시킨다. 그렇게 선거가 끝나고 나면 선거에서 이겨도 국민의 절반 밖에 마음을 얻지 못한다”고 지적한 부분이다.
지금 현재 안 원장의 말대로 국민의 반을 적을 돌리는 쪽은 ‘통합행보’를 보인 박근혜 후보일까? 아니면 ‘반족행보’를 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일까?
실제 박근혜 후보는 대선후보 선출 이후 첫 일정으로 지난달 21일 국립현충원 이승만·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들의 묘역을 참배하고, 그날 오후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전격 방문했다.
이른바 ‘국민대통합행보’를 보인 것이다.
반면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문재인 후보는 후보 선출 뒤 첫날 박근혜 후보처럼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현충원 방문을 첫 일정으로 잡았으나,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만 참배하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는 찾지 않았다. 박 후보가 자신의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의 정적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렇다면, 만일 안 원장의 출사표에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담겨 있다면,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논의에 응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겠는가.
아무튼 안 원장이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에 대해 “모두 한자리에 모여, 국민들을 증인으로 선의의 정책 경쟁을 할 것을 약속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만큼, 세 후보가 끝까지 아름다운 정책대결을 펼쳐 나가주기를 바란다.
특히 중간에 특정 후보들끼리 야합해 대통령과 책임총리 자리를 나눠먹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