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준(FRB)은 지난 13일, 세 번째 “양적완화(QE3)”를 발표하였다. 즉 돈을 풀어, 고용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모기지 담보부증권(MBS)을 매달 400억 달러 규모로 사들이며, 더불어 초저금리 유지 기간은 종전 2014년 말에서 2015년 중순까지로 연장하고, 아울러 단기채권을 팔고 장기채권을 사들이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도 연말까지 지속하기로 한 것이다.
쉽게 말해,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장단기 금융시장을 가리지 않고 돈을 수혈하겠다는 정책을 표명한 셈인데, 이에 따라 전세계 증시는 일제히 2%가량의 급등세로 화답하였다.그러면, 과연 연준의 바람대로 세계경기는 회복될 것인가? 그렇게 간단해 보이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
돈을 푸는 “양적완화(QE)” 정책은 2008년의 금융위기 상황,즉 금융기관이 넘어가는등의 긴박한 상황에서는 분명 유효한 정책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긴박한 상황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유가및 곡물가를 위시한 원자재 가격을 앙등시키는 주범으로 작용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양적완화(QE)”정책이 원자재가격에 미친 영향은 과거 자료를 들여다보면 매우 확연하다. 예컨대, 1차 양적완화가 발표된후 2010년 3월까지 16개월간 원자재 가격을 나타내는 CRB지수는 36%올랐고, 유가는 59%가 올랐다. 2차 양적완화가 발표되고 2011년 6월까지 8개월간 다시 CRB지수는 추가적으로 10%, 유가는 다시 30%가 올랐다. 이제 3차 양적완화가 발표되자 다시 원자재 시장이 꿈틀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원자재 가격의 앙등은 바라던 경기회복을 오히려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예컨대 브랜트유 기준으로 유가가 배럴당 $120에 달한 2008년, 2010년, 그리고 2011년 중순경에는 어김없이 경기회복의 모멘텀이 꺾였였다. 즉, 유가를 위시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사실상 가계입장으로서는 생활비를 올리는 주범으로 작용해,경제전체적으로는 금리를 인상한 것과 같은 경기냉각 효과를 낳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양적완화정책은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확대시켜 사회적 갈등을 더욱 유발시키는 역할을 한다. 양적완화의 효과로 분명히 증권시장은 상승한다.하지만 증시상승으로 인한 부의 효과를 누리는 사람은 전체 국민중 얼마나 될까? 세계적으로 보아, 상위 10%계층이 소유한 주식이 전체 주식물량의 75%를 차지하므로, 양적완화정책으로 인한 부의 효과는 상위 소수계층에 집중되는 한편, 하위계층에게는 유류비 지출및 식료품 지출의 상승으로 인한 고통을 안겨주는 등의 계층간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와같이 한쪽으로 편중된 정책으로는 결코 전체 경기가 회복될 수 없다.양적완화에 의한 긍적적 효과는 이미 사라지고, 이제는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함을 주목해야 할 때이다.
<하태형/수원대 금융공학대학원장/경제학 박사(뉴욕주립대)/금감원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