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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아직도 汚名이 부족한 것인가?
생각할수록 기가 차고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 도대체 이 나라 검찰은 생각이 있는 집단이며 최소한의 상식이라도 있는 집단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제버릇 개 못준다고, 검찰이 노 전 대통령 수사 때와 마찬가지로 최근 한명숙 전 총리의 금품수수 의혹을 또다시 사전에 공표해 비난을 자초하더니 이번엔 어이없고 해괴한 일을 저질러 혀를 차게 만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 때 소란을 피운 혐의(장례 방해)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을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백 의원은 지난 5월 29일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 때 이명박이 헌화를 하려고 하자 “사죄하라”고 소리치다 경호원에게 끌려나간 바 있다. 백의원에 대한 기소는 ‘국민의병단’ 이라는 정체불명 집단 소속인 전 모씨가 지난 6월 백 의원을 특수 공무집행방해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전 모라는 자의 고발행위도 어이 없고 웃기는 노릇이지만, 더 우스꽝스러운 건 바로 검찰의 행태다. 그런 걸 고발했다고 "옙, 알겠습니다!" 하듯이 기소하는 행위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간단히 말하면 고발하는 자나 기소하는 검찰이나 그 수준이 한심스럽기는 매일반인 것이다.
사실상 노 전대통령을 죽게 만든 근원적 책임자라 할 이명박의 가식적인 헌화에 대한 분노의 표시로 '사죄하라"고 소리친 것을 특수 공무집행방해 및 명예훼손이라고 고발하는 위인도 정신나간 작자지만, 그걸 어떻게든 기소하려고 '장례방해' 혐의를 갖다 붙이는 검찰의 작태는 '정말 저런 수준들이 이 나라의 검찰인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백의원은 당시 장례위원 자격으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소리 한번 질렀다고 장례 방해라니, 그런 식이라면 장례식장에서 문상객이나 유족들이 큰 소리로 통곡하는 것도 장례 방해에 해당될 것이다. 장례와 상관없는 외부인이 상주나 유족들에게 소릴 지른 것이라면 또 모를 일이다. 어쩌면 유족들, 그리고 노 전대통령의 죽음을 슬퍼하는 국민들과 같은 마음이었을 장례위원이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실상의 책임자에게 분노의 표시로 소리 한번 지른 것이 검찰이 기소해야 될 만큼 중대범죄란 말인가.
검찰의 작태가 추하고 저질스러운 이유는 또 있다. 애초 전 모라는 자는 백의원을 특수 공무집행방해 및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그런데 특수 공무집행방해나 명예훼손으로 엮기는 너무 무리인지라 궁리 끝에 장례방해라는 혐의를 갖다 붙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명예훼손은 친고죄로서 당사자가 아니면 (고발이 아니라) 고소를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전 모라는 자의 고발은 그 자체부터가 온전히 성립이 안되는 것이다. 설령 성립이 된다 하더라도 누구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냐라는 부분에 이르면 실소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명박의 명예? 유족의 명예? 이명박에 대한 것이라면 무슨 욕설을 한 것도 아니므로 명예훼손 혐의를 뒤집어씌우기도 억지스러운 노릇이고, 유족에 대한 것이라면 전 모라는 자는 유족 당사자가 아니므로 애당초 고소고발 자격조차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친절하게도 애초 고발장에도 없던 장례방해라는 죄목을 찾아내 기소했다. 검찰의 추한 속내가 드러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은 아마 전 모씨가 아니라 누구라도 좀 백의원을 국가원수 모독죄 쯤으로 고발해주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러면 기소하기가 한결 더 쉬웠을텐데...' 하면서 말이다. 백의원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게 지금 이 나라 검찰의 수준이자 현주소라고 하면 과연 과언이겠는가?
제대로 된 검찰이라면 설사 그런 황당한 고발이 들어왔어도 상식과 법리를 이유로 불기소 처분 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고발장에 씌어 있지도 않은 죄목까지 찾아내가며 기소하는 짓거리라니... 그런 위인들이 검찰이랍시고 목에 힘주고 있는 나라의 국민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자괴감이 들 따름이다.
안 그래도 이 나라 검찰은 주요 정치-사회적 사건 수사에서 정권의 눈치를 살피고 알아서 기는 짓을 함으로써 '정치검찰', '정권의 사냥개' 소리를 듣거나, 삼성그룹 돈을 받았다는 정황증거가 안기부 X-파일(도청녹음 테이프 )에서 드러남으로써 '떡찰' 혹은 '삼성 장학생'이라는 오명(汚名)을 얻은 바 있다. 그런데도 무슨 더러운 별명을 더 얻고 싶어서 그런 생각없고 한심한 짓을 하는 것인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다.
아직도 오명이 부족하다는 듯 이 나라 검찰이 더러운 별명을 더 얻고 싶어 저렇게 안달을 한다면, 우리가 별명을 또 하나 지어주는 친절을 베풀어야 하지 않을까...
'무뇌검찰', '장례검찰', 아니면 '어폼검찰'(어깨 위의 것은 폼으로 얹고 다니는 검찰)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좌우간 검찰은 웃기는 짓을 했지만 법원 만큼은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