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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분개를 하셨습니다.
"검찰이 한명숙을 강제로 잡아갔다면서? 그 사람이 얼마나 깨끗한지는 세상이 다 안다. 아주 노무현 세력이라면 다 죽이려고 환장을 했구나, 환장을." 어머니께서 던지시는 몇 마디의 말에 얼마나 많은 것이 시사되어 있는지를 알고 있는 터입니다. 우리 어머니의 마음은 아마 한국에서 사는 다른 많은 이들의 생각과도 맥락을 같이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때, '검사와의 대화'를 기억합니다. 거기에 몰려있던 그 수많은 총기 있던 검사들. 그들이 지금 이렇게 영 총기 빠진 행동을 하는 것과, 그렇게 그때는 소신있어 보이던 그 검사들이 지금은 그때의 그 소신 같은 것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것이 도대체 어떤 까닭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검사라는 계층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을 문득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검사들은 특정 대학교의 특정 학과 출신입니다. 물론 서울대 법대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해도 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여기에 몇몇 다른 학교들이 얹어지겠지만, 결국 지금 한국의 상황에서는 '서울대 법대'로서 축약되는 기존의 교육기관 하나가 독식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강남의 입시명문 인문계 고등학교들을 거쳐서' '고액과외를 받고' ' 중산층 이상의 부모를 둔' 공통점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들은 즉 이땅의 '기득권'계층의 색깔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검사와의 대화'가 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요? 아마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그들과 같은 '기득권 출신'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을것입니다. 심지어는 패기로 가득 차야 할 젊은 일선의 검사들마저도 그들의 '출신 성분'의 제한을 분명히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이명박 정권 출범이후 그 패기있었던 검사들의 변화는 바로 이런 그들의 한계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들이 이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 정치 수사의 칼을 다시한번 들었습니다. 그것은 현 정권의 지시 내지는 뒷배 없으면 이뤄질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그 '적극성'은, 자신들과는 다른 '계층' 출신의 지배자가 나올 수 없게 하려는 그들만의 본능적인 자기보호 근성의 일부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마 한명숙 전 총리가 서울 시장 후보로 나올 수 있다는 그 상황은 그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들게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런 조작 수사는 어느정도 먹혀들어갈 것입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 국민들의 내부에 어느정도 자리잡고 말았을 '체념'과, 아울러 '기득권층이 되고자 하는 어두운 욕망'에 기인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저런 것들을 감안해볼때, 한국에서도 미국, 적어도 제가 살고 있는 워싱턴주처럼 지방검사 이상의 검찰 보직들을 주민들의 선거를 통해 뽑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주민들의 견제가 가능하고, 특정 세력에만 휘둘릴 수 없는, 그런 공정한 검찰을 기대해보는 것, 지금 현재의 한국 상황으로서는 무리일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싸워야 합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