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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부부는 인천을 떠난 지 거의 24시간 걸려 시바난다 요가 아슈람(Sivanada Yoga Ashram)에 도착했다. 2011년 12월 말. 2012년 1월 4일~2월 10일의 요가 지도자 양성 과정 (Yoga Teachers’ Training Course)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께랄라(Keralala)주 주도 트리반드럼(Trivandrum) 비행장(*트리반드럼은 인도 최남단 역삼각형 꼭짓점 끄트머리 왼쪽 사면에 위치)에 내려 택시로 1시간 이상 달린 끝에 울창한 밀림지대의 경관이 수려한 호숫가에 위치한 아슈람에 당도하였다. 계단을 오르니 우리를 맞이하는 글귀: ‘Health is Wealth. Peace of Mind is Happiness. Yoga shows the Way.’(건강이 자산이다. 마음의 평화가 행복이다.요가가 그 길을 알려준다)
대강당 입학식에서 보니 전 세계에서 200여명이 참가했다. 동서남북, 선진후진,대국소국, 종교인종의 벽을 넘어 정말 세계 방방곡곡 에서 왔다. 그야말로 총 천연색 인종전시장이다. 대부분이 20~30대, 여자가 2/3 다수, 내가 최고령이었다. A4용지 400여 쪽에 달하는 교재(Sivanada Yoga Teachers’ Manual)와 노란색 반팔 티셔츠와 흰색 긴 바지로 된 두벌의 교복을 지급받았다.
그런데 알려주는 일정이 장난이 아니다. 아침 6시와 저녁 8시에 각각 1시간 반의 ‘Satsang’이라는 ‘예배’시간. 오전, 오후 두 시간씩의 요가 체위법(Asana)수련. 낮 12시부터 3시까지 이론 강의.오전 10시와 오후 6시의 두 끼 식사. 아침식사 후 1시간의 까르마 요가(Karma Yoga)시간! (*까르마는 업보(業報)를 의미하는데, 좋은 업보를 쌓게 한다는 미명아래 아슈람이 일상적으로 돌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일 - 청소, 식사준비, 배식, 매장운영, 강의실 출석 점검, 등등...- 을 수강생들에게 할당하여 시키는 강제사역 시간)
주의사항
1. 매일 배우는 세 시간 이론수업의 핵심내용을 그 다음날 리포트로 제출.
2. 이론수업시간에는 지급된 교복 착용. 3. 최종 합격여부는 출석, 수업참여태도, 봉사활동,이론, 실기, 리포트 등을 종합하여 결정.
실제로 겪어 보니 새벽 5시부터 저녁 11시까지 눈코 뜰 사이 없었다.아! 인도 영어! 얼마나 알아듣기 힘들었는지? 학도 공수, ROTC, 월남참전 맹호, 국선도 검은 띠의 명예와 자존심을 다 걸고 젖먹이부터 69세까지 축적해 온 모든 힘을 쏟아 붓기로 했다.
숙소는 부부용 트윈 룸으로 배정되었는데, 간이침대 2개에 화장실 달린 ‘최고급’이었다.일반 수강생들이 40~50명씩 막사 시멘트 바닥에 자는 숙소에 비교하면 말이다. 하루 두 끼 식사는 짠맛, 매운맛 등의 자극성 없는 100% 채식이다.
반드시 신성시하는 오른 손으로 먹는다. 스테인리스 식반에 밥과 3가지 정도 반찬에 액체 요구르트가 나오는데 항상 질퍽질퍽하다. 그런데 흘리지 않고 손으로 살살 말아서 감아 먹는 기술이 예술이다. 에너지 소모가 많으니 손이 아니라 발로도 먹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한 겨울인데도 남 인도의 낮 기온은 섭씨 30도정도, 저녁은 20~25 정도였고,습도는 높지 않아 쾌적하였다. 주변은 밀림이라 이름 모를 새소리가 환상적이었다. 원숭이가 방에 들지 않도록 발코니 문은 항상 닫아놓고 나가야 했다.
‘Satsang’(삿쌍)이라고 불리는 아침, 저녁 두 차례의 ‘예배’시간은 참으로 특이하였다. 지도자 자격증 과정 생 외에 ‘요가 휴가’(Yoga Vacation) 차 와 있는 일반 대중을 포함하여 아슈람에 머무는 모든 사람에게 ‘예배’참가는 의무적이었다.
한 시간 반 동안 호흡, 명상, 찬가, 설교(요가관련 성현들의 말씀과 일화 등에 대한) 순서로 진행되었는데, 이 중 ‘산스크리트’어를 영어 알파벳으로 옮겨 적은 가사에 독특한 리듬을 붙인 찬가의 비중이 제일 높았다. 단상의 지도자들이 번갈아 한 소절씩 선창하면 대중이 따라 부른다.
장중한 서기가 대 강당에 울려 퍼지면서 각자에게 와 닿음을 느낀다.그런데 지도자과정 수강생에게는 무작위로 선창의 기회를 줄 뿐만 아니라 중요한 찬가의 소절을 쓰라는 문제가 최종시험에 출제된다고 한다.대충 건성으로 넘어갈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그러니 틈만 나면 뜻을 묻고 리듬을 익히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힌두 신과 요가 스승에 대한 찬미를 그 만큼 중요시하는 것이었다.이런 관점에서 보면 ‘요가는 종교다’.시바난다 요가 아슈람에서 가르치는 요가는 5가지 핵심 포인트로 집약된다.
첫째, 적절한 운동(Asana:체위법), 둘째. 적절한 호흡(Pranayama:호흡법),셋째, 적절한 휴식(Savasana:이완법), 넷째, 적절한 섭생(Vegetarian Diet:채식), 다섯째, 궁극적 본질 이해(Vedanta)와 명상법(Dhyana:선정)이다.
몸의 건강을 위한 첫 걸음이 체위법이다. 기본적 건강 체조라고 할까? 그런데 몸의 건강을 위해서는 호흡 수련이 동반되어야 한다. 호흡은 우주의 기(氣:Prana)를 내 몸에 받아들여 몸을 건강하게 함과 동시에 내 마음을 통제하는 수단이다. 나아가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완전히 이완시킬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몸을 정화시키고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한 필수적 조건으로 철저한 채식위주의 섭생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위 네 가지는 불가분의 연관관계를 가지는 준비과정에 불과하다. 궁극목표는 참된 자아의 발견이다.
정신 집중을 통한 명상으로 참된 자아를 보는 단계가 궁극 목표로 추구된다. 마음이 투명한 정지 상태에 이를 때 시(時)와 공(空)을 초월하는 삼매(Samadhi)의, 절대자와 우주와의 합일의 경지가 열린다.소위 윤회의 고리가 끊기고 자아가 실현되는(Self-Realization) 도통의 경지다.
시바난다 요가 아슈람은 기원 전 몇 천 년 전부터 인도에서 이어져 온 요가 가르침의 현대화와 세계화를 누구보다 앞서 추진하였다. 출발은 시바난다(Sivanada: 1887~1963)라는 도통(道通)한 요가 스승이었다.
200권 이상의 요가 수련 관련 저술을 남겼고, 인도와 스리랑카 전역에서 성인(聖人)으로 추앙 받았다. 그가 수제자 비슈누 디바난다(Vishnu-Devananda: 1927~1993)에게 서방 선진국에 요가를 전파하라는 임무를 부여하였고, 비슈누 다바난다가 미국과 캐나다를 교두보로 확보한 후 범세계적 요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성공하였다.
캐다나 몬트리올 근교의 발모랭(Val Morin)에 있는 수 십 만평의 요가센터가 시바난다 요가 아슈람의 세계 총 본부이다. 현재 전 세계 주요 국가에 시바난다 요가센터가 없는 곳이 없다. 두 스승이 인도 요가의 범세계적 붐을 견인한 선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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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오전 오후 두 시간씩 체위법과 동시에 호흡법을 배웠다.체위법은 고대로부터 전해오는 원리에 입각하여 짜인 내용과 순서가 준수되었다. 인간이 태초에 창조된 순서에 따라 머리부터 아래로 내려오면서 필수 12 동작을 한다. ‘물구나무 서기’부터 시작한다.
체위법을 하기 전에 워밍-업(Warm-Up Exercise)으로 ‘태양예배’ 40~50회와 호흡법을 한다. 호흡법으로는 정뇌호흡, 풀무호흡과 교호호흡의 세 가지가 가장 중시되었다.정뇌호흡(Kapalabhati)은 복식호흡을 초당 한 번 이상의 빠른 속도로 ‘펌프질’(Pumping)하듯이 한다. 그런데 인도 복식호흡은 숨을 내쉴 때 배를 횡경막 쪽으로 위로 바짝 감아올리면서 등뼈에 붙게 한다. ‘펌프질’을 각각 70, 80, 90회한 후 들이마신 숨을 최대한 참는 것이 풀무호흡(Bhastrika-Pranayama)이다.
교호호흡(Anuloma Viloma)은 오른손을 비슈누무드라(Vishnu Mudra:검지와 중지를 접고 엄지와 약지로 막는다)로 하여 코를 잡고, 왼쪽 코부터 시작하여 1:4:2로 들이 마시고: 참고: 내 쉬기를 번갈아 한다. 4초부터 시작하여 5초, 6초, 7초, 8초로 늘여나간다.
즉, 처음에는 왼쪽 코로 4초 들어 마신 다음, 16초 동안 양쪽 코 막고 숨 참고, 8초 동안 오른쪽 코로 내쉰 다음, 오른 쪽 코로 4초 들여 마시는 것을 반복하여 왕복 15~20회 한다. 모든 호흡 시 척추는 수직으로 바짝 세우고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호흡의 효과는 실로 엄청나다.기(氣)가 충만해짐을 금방 느끼게 된다.
체위법과 호흡법에 더하여 요가의 근원, 발전과정, 우주관, 생명관,인체구조론, 해부학, 계율 등의 이론을 ‘옛날’ 방식으로 배웠다. 매일 세 시간씩 대리석 바닥에 돗자리 깔고 앉아 책상도 없이 받는 수업이었다.
으뜸 경전으로 치는 ‘바가바드기타’(Bhagavad-Gita)는 메일 한 시간씩 공부하였다.마지막 날 본 종합 필기시험은 주관식 60문제를 바닥에 앉아 3시간 반 동안 쓰는 것이었다. 영락없는 ‘과거시험’ 이었다.
성대한 졸업식이 거행되었는데, 나이에 대한 예우였는지, 성적이 우수하였는지(?) 나를 맨 먼저 호명하여 최고 지도자께서 친히 자격증을 주셨다.
65세 대학 교수 정년퇴임을 하면서 행복한 노년의 조건에 대하여 생각해보았다.우선 마누라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할 궁리를 했다. 우리 집 사람이 브뤼셀 대학교 저학년 때 요가에 심취한 적이 있었다.우선 지금 살고 있는 유명산 휴양림 인근 주민자치센터에서 ‘동네’요가를 시작했다. 1년 반정도 하다 보니, 인도 본토 요가에 대한 호기심이 슬슬 발동했다. 몇 사람에게 자문을 구한 끝에 시바난다 요가 아슈람에 1인당 $2.500주고 6~7개월 전에 일찌감치 등록을 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기 때문에 자리가 일찍 동 날 수도 있다고 했다.등록을 해놓고 보니, ‘동네’요가 실력으로 감히 ‘인도’요가를 감당할 수 있을지 슬슬 겁이 났다. 그래서 국내에서 최고 권위라고 하는 ‘한국요가연수원’(원장 이태영 박사)에서 6개월의 요가 지도자과정을 먼저 밟기로 했다. 우리 부부는, 얼떨결에, 한국과 인도 양국의 요가 지도자 자격증을 따게 되었다.
그런데, 과제와 숙제만 단단히 받은 것 같다. 우리 두 사람은 집에 있으나 여행을 하나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2시간 정도 수련은 한다. 하지만 갈 길은 멀게만 느껴진다. 인도 요가의 핵심 가르침은 무엇인가? 요가는 건강체조가 아니다. 요가는 인간, 세계, 우주의 본질에 대한 시스템적 접근이다. 몸의 건강을 위해서는 마음도 다스려야 한다.
몸과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우선 적절한 섭생법을 실천하면서 우주의 기를 내 것으로 만드는 호흡법의 수련이 필수적이다. 정신집중과 통일이 없이는 호흡 수련이 불가능하다. 이 모든 것을 매일 매일 실천하고 정진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인도요가의 장점 중의 하나는 선각자들의 수련기가 책으로 잘 정리되어있다는 점이다. 단계 단계에 따라 어떤 경지가 열리며 어떻게 극복해야 한다는 구체적 가르침이 잘 서술된 책이 즐비하다.
또한 시반난다 요가 아슈람 지도자 자격증 소지자는 세계 어느 나라의 수련원에 가던 조교로 받아주며 숙식은 무료로 제공된다. 어떤 노년이 나의 노년이 될까? 전적으로 내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느 날 내가 한국에서 안보이면 프랑스나 바하마나 이스탄불의 요가센터에 가 있을 수도 있다. 원래 나는 워낙 천학비재 하여 노년에도 계속 공부하고 수련하며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봄을 맞이하여 모든분들의 보다 나은 건강을 염원하는 마음에서 감히 인도요가 체험담을 말씀드렸다.
<조태훈/건국대 경영대 명예교수/사회과학 박사(루뱅大, 부륏설大)/삼성그룹 이사 역임/서울대 문리대 종교학과 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