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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검찰의 청와대 불법사찰 수사결과 발표에 숨은 조폭 마인드
이른바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재수사가 아무것도 밝히지 못한 채 마무리됐네요.그것도 중앙지검 특수부가 3개월이나 들여 수사했다고 하는 것이. 기껏 밝혔다는 게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일부 불법사찰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추가로 밝혔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게 박영준씨가 자기 스스로가 알아서 개입했다고 우기는 게 검찰 수사인가 싶네요.
여기에 '자칭 몸통', 코미디언 이영호 씨가 김종익씨에 대해 불법사찰을 지시한 혐의, 특수활동비 5천만원을 횡령한 혐의 등등이 새로 더해졌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제일 중요한 '진짜 몸통'(어쩐지 잿빛에 가까울 것 같고, 작은 몸에 긴 꼬리, 작은 귀에 길고 날카로운 앞니가 더해졌을 것 같은) 을 밝히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 수사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게 그럴까요?
사실, 그 몸통이 누군가는 굳이 애써서 밝힐 필요가 없이, 이미 정서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바 그대로입니다. 검찰이 밝힐 것이 있다면 그저 모두가 알고 있는 이 사실에 대한 디테일일 뿐이겠죠. 그리고 실제로 검찰 역시,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디테일'들을 이미 확보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정치적 의도'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겠죠. 이들 정치 검사들은, 뻔한 일을 가지고 손바닥을 가지고 하늘을 덮어보려는 처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스스로 지금 당장은 욕을 먹더라도, 조직의 미래(혹은 정치 검사 스스로의 미래)를 위해 쥐고 있는 정보를 가지고 지금의 정치권을 압박하는 셈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듯 합니다. 만일 맘에 들지 않으면 터뜨리겠다는, 일종의 조폭 마인드라고 하는 것이 맞을까요?
대부분의 검사들이 묵묵히 자기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또 양심으로 일을 한다는 것은 나는 꼼수다를 지켜냈던 박은정 검사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소수의 정치검사들이 국민의 열망을 외면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실제 밝히지 않은 수사의 이면을 가지고 정치권과 딜을 하려고 든다는 가정이 사실이라면, 이들 정치검사들은 분명한 개혁의 대상일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이들이 권력의 핵심으로 다가가는 데 다리가 되어온 중수부는 우선적으로 해체되어야 할 것입니다.
검찰, 스스로 권력의 변호사 집단임을 선언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비상식적인 뉴스들이 터져나오는 것이 이 정권 집권 이후의 트렌드이긴 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상식이 제대로 자리잡고 있지 않은 국가에서 일어나는 일상으로 자리잡고, 국민들에게 '체념 안겨주기' 프로젝트의 일환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입니다. 이정도의 뻔뻔함이라니 그리고 정권이 이렇게 뻔뻔하게 머리 쳐들고 있을 수 있는 배경엔 정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아니 정의가 왜곡되어 나타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배경엔 법을 공정하게 집행해야 할 책임을 진 검찰 집단이 있습니다.
물론 일부 특정 정치검찰 집단에 해당된다고 그 범위를 조금 좁히긴 해야 하겠지만, 검찰이 지금껏 국민적 관심을 받아온 사안들에 대해 수사하면서 제대로 된 것이 있었습니까?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결과도 그들이 원하는대로 조작해 만들어 주는 정치검찰은 최근 이명박과 그 가족들이 저지른 내곡동 땅과 관련한 비리를 신속하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뻔뻔하게' 덮어 주었습니다. 이것으로서 그들은 검사가 아니라 스스로가 '정권의 특별변호사'임을 자인한 셈입니다.
물론 이런 것은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다음 정권을 누가 잡는가에 따라서 검찰은 바로 그 정보를 가지고 '딜'을 하려 할 것은 분명합니다. 이들이 진행된 사실에 대해 모르고 이런 발표를 한다고 믿는 '바보들'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쌓인 정보들, 예를 들어 BBK와 내곡동 등이 터지는 시한은 현 정권이 아닐 것입니다. 만일 이 폭발 시한을 앞당기려면, 시민들이 함께 싸우는 길 밖엔 없을 겁니다. 진실을 요구하다 분노한 시민들이 실제로 6월 항쟁의 불을 당기고, 결국 6.29라는 항복선언을 받아낸 것처럼.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