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나 마나한 선거라 했다. 그러나 예상을 뒤 엎는 일이 속출하더니 어제 결과가 또 뒤집혔다. 최후의 승자는 기호 1번 이해찬 후보로 결정났다는 얘기다. 그결과 통합민주당의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선거에서 대표최고위원은 이해찬(24.3%) 후보가, 이어 김한길(23.8%), 추미애(14.1%), 강기정(10.0%0, 이종걸8.4%), 우상호(7.5%) 후보로 정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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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와 2위의 차이는 불과 0.5% 차이였다. 당원과 대의원 투표에서 시종일관 1위를 달리던 김한길 후보가 막판 모바일투표에서 근소한 차이로 밀린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는 1등과 2등의 차이는 큰 의미가 없다. 다만 승자가 모든 권력을 독식하는 집단이나 단체에서는 승자의 전리품은 크고도 막강 달콤하다. 민주당을 살펴보자. 대표가 된 사람은 최고위원 3사람을 비롯하여 사무총장 등 당의 요직을 임명하여 자파에 유리한 지형을 형성하게 된다.
우리나라 정치는 아직도 독재시대의 구태가 많이 남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정파의 패권논리도 강하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라면 잘 지켜지던 경선의 룰도 하루아침에 뒤바꿔버리는 무리수가 횡횡한다. 여기에 소수파일수록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할 사람이 절실한 이유가 발생하는 것이다. 선거관리의 공정성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는 선거는 모두에게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간발의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피를 말리는 승부의 세계일수록 공정한 룰을 정하여 모두가 인정하는 선의의 경쟁이 되어야 한다. 이 같은 덕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순기능을 낫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국가나 사회, 그 어느 작은 공동체이든 억울하고 분한 사람이 속출하는 집단에서는 단결과 결집된 힘이 나오지 못하고,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융합의 파괴력이 솟아날 수가 없다. 한마디로 싸움질로만 치닫고 반목하는데 날밤을 지새는 바람에 애저녁에 그 나라 그 사회 그 집단 그 정당은 성공하긴 그른 거다. 그래서 룰은 중요하고 공정한 게임의 법칙은 지켜져야 했다. 이에 어긋난 행동을 할세라 국민은 따끔한 질책성 눈초리를 보냈던 것이다. 바로 이-박-문 담합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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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최고위원에 대한 정파 담합에 따른 촌평은 이 정도로 그치고, 다른 최고위원들에 대한 소회를 잠시 밝혀 본다. 먼저 3주간의 레이스 기간 동안 불굴의 뚝심으로 시종일관 1위를 달리던 김한길 위원에게 위로와 박수를 보낸다. 그에게 4년이란 정치공백은 1537표 차를 벌여 놨다. 그 약간은 알고 보면 얼마 아닌 표차였다. 김한길씨에게는 특히 이 말이 적용디고도 남는 사람이다. 정치적인 그 어떤 일도 하지 않고 보낸 4년 동안의 공백기는 그야말로 조직 하나 그 흔한 팬클럽 하나 없는 황무지에서 빈손 들고 단기필마로 뛰어든 격이었다. 있다면 그의 부인 최명길씨(?)
이에 비해서 친노 좌장이라 일컬어지는 이해찬씨로 말할 것 같으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조직의 수장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혁신과 통합’이 그의 조직인가 하면 ‘노무현재단’, 회원 16만여를 자랑하는 ‘국민의 명령’, 회원 20여 만 명이 넘는 정봉주와 ‘미권스’가 아군으로 합세하여 총력전을 기울였다. 왜냐고? 이해찬이 이겨야 다음 수순인 문재인을 대통령후보로 밀 수 가 있으니까. 여기다 현역 시도단체장과 자파공천으로 당선된 국회의원들까지 합해서 수많은 지원세력이 차고 넘친다.
이런 상황에서 용감하게 잘 싸우고 선전했다. 상대는 괴물 같은 힘을 가졌는데 표차가 1537표 밖에 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믿기지 않는다. 그러나 이 조그만 표 차이는 위에서도 말했듯이 엄청난 결과를 낳는다. 대표가 되고, 대표는 최고위원 3명을 임명하고, 당내 인사권을 틀어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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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여성으로서 3위를 먹은 추미애의원이다. 자신의 말대로 추다르크임이 분명하다. 오랜 정치경험과 실력으로 오른 최고위원임이 분명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강기정, 우상호의원도 그 어떤 섣부른 대세론이나 정파논리에 휩쓸리지 말고 시대적 사명을 다해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선생의 직계손자인 민주당 이종걸 의원에 대해서다.
“이번 대의원대회를 치르면서 어떤 각오로 임하셨나요?”
“민주당을 쇄신하고자 나섰습니다. 강한 민주당이 될 수 있게 중단 없이 쇄신에 앞장서야지요. 저의 각오입니다.”
4등과 5등을 한 적도 있었다 한다, 하지만 6.3일까지 종합 집계로 7위였던 이종걸의원이었다. 그런데 이종걸의원이 최후의 순간에 5위로 마무리를 지으면서 웃었다. 최고위원에 입성했다는 얘기다. 쾌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전에도 최고위원에 도전한 적이 있었지만 두 번째 시도 끝에 달성해 이룬 꿈이다. 조직도, 계파도 없는 그였기에 판판히 밀리는 형국에서 막판에 그의 호소가 주효했나 보다. 종북주의 논란과 색깔공세가 고개를 들고, 4.11총선 이후 여론의 우호적인 눈길도 못 받은 채 국민으로부터 왠지 천덕꾸러기 마냥 외면과 질책만 받는 당, 지지율이 20여%나 떨어진 당, 민주당은 그렇게 죽을 쑤고 있었다.
이런 때 “새누리당에 ‘친일 부역자의 딸’이 있다면 민주당에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저 이종걸이 있다.”고 일갈하며 국민을 향해서 호소를 한 사람이 이종걸이다. 12년 동안 민주당 쇄신과 민족정기의 바른 풍토 조성을 위해 ‘이종걸’을 꼭 최고위원에 올려달라고 외쳤다. 그의 말대로 거대한 조직이나 계파 없이 홀홀단신 나선 그 한 사람의 입지가 어떻게 결정되는가에 관심을 기울였다. 대표최고위원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이종걸의원의 역할에 가치를 부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종걸 그가 민주통합당의 최고위원이 됐다.
그로 인해 민주당의 역동성이 살아나길 바란다.
박정례 / 르포작가 /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