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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도 중순을 향해 가는데, 시애틀의 날씨는 을씨년스럽다 싶을 정도로 우울합니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기온도 섭씨로 따지자면 20도 이상을 넘어본적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아침 저녁이면 집안에서 긴팔을 찾아 입어야 할 정도로 뭔가 썰렁합니다. 철 이르게 꺼내 입었던 유니폼 반바지가 부끄러워질 정도로 시애틀도 춥고, 지금 한국 뉴스를 들여다보고 있는 제 가슴도 조금 추워집니다.
두 가지의 다른 뉴스가 제 가슴 속에서 대비됩니다.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김재연 제명 건, 그리고 나주의 농토가 4대강 공사로 인해 '늪'이 되어버렸다는 것. 통합진보당 사태는 당초에 비례대표 후보를 뽑는 과정에서 '부정'이 존재했다는 것이 시발점이었는데, 그것이 점점 프레임이 이상하게 돌아가버리더니 나중엔 '종북 의원의 퇴출'이라는 구도로 몰려갔습니다.
대한민국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매카시즘과 더불어 당사자들의 책임회피까지, 참 많은 것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이 통합진보당 건이 아울러 지금 대한민국에서 묻히지 말아야 할 수많은 사건들을 종북 논쟁으로 묻어버리는 데 쓰인, 일종의 암매장 유기용 구덩이로 쓰인 것까지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나주에서 4대강 공사로 논이 늪으로 변해 농민들이 분노하고 심지어는 실신해 버리는 사태까지 일어났다는 가슴아픈 이야기가, 그리고 파이시티 건을 둘러싼 수사들이, 이른바 디도스 사태 특검이, 그리고 4대강 공사를 둘러싸고 담합하고 이권을 챙긴 건설사들의 이야기들이, 그리고 이 정권이 저지르고 있는 온갖 비리들이 통합진보당 사태에 관한 뉴스로 만들어진 거대한 블랙홀로 빨려버리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 저들은 지금 사태가 신나겠지요. 그들의 비리는 가려지고 온통 통합진보당 이야기 뿐이니. 여기서 어떤 뉴스가 더 비중이 있어야 한다느니 하는 이야긴 안 하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통합진보당에 관한 뉴스를 낸 만큼, 가카 비리에 관한 뉴스도 내야 합니다.
통합진보당 뉴스가 묻혀선 안 된다면, 이 정권이 저지르고 있는 이 수많은 비리들도 여기에 묻어버리려 하지 말고 함께 그만한 규모로 다뤄져야 합니다. 대선이 있는 해입니다. 방송은 파업중이고, 신문은 애초에 저들의 편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우리 편이라고 믿고 있는 매체들은 너무 작거나 혹은 저들이 만들어 놓은 이슈에 휩쓸려 버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눈을 제대로 뜨고 이 모든 것들을 공정한 시각으로, 또 사건들에 대해 '공정한 비율로' 바라보기 위해서도 지금의 언론파업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지지하고 도와줘야 합니다. 어느새 언론들이 '공정한 목소리를 내기 위하여' 시작한 파업은 벌써 몇 달이 넘어가는 장기 파업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김재철 같은 비상식적인 인물이 아직도 언론사 사장으로 앉아 있을 수 있는 이 상식과는 거리가 초절적으로 먼 한국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서도, 그들이 이길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하는 것이 상식적 사고를 가진 시민사회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