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1 총선을 어느 정도 앞두고 있던 무렵, 야권 지지자들의 가슴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엠비 실정 4년 동안 참다 참다 곪아 터질 지경에 이른 종기를 이제는 드디어 터트려 버릴 때가 왔노라면서 한 마음 한 뜻이 되었다. 인터넷에서, 트위터에서, 페이스북에서, 심지어는 카톡에서 조차, 썩을 대로 썩은 이명박근혜 새누리 정권을 심판하기 위한 사전단계로, 총선 압승하여 의회부터 점령할 것을 서로서로 다짐하였다. 우리는 총선 압승에 대한 꿈만 가지고도 벌써 배가 불렀다.
총선과 대선을 관리할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렸다. 자칭 친노와 486(이해찬, 문재인, 정세균, 안희정, 이광재 등)이 지지하던 한명숙과 그 밖의 일반 대중의 지지를 받던 문성근이 최후까지 열전을 벌였으나, 욱일승천의 기세로 밀어 붙인 한명숙이 민주당의 대표가 되었다.
같은 친노에 속하고 있었지만 한명숙은 이미 정치권에 깊이 발을 들여 놓아 정치의 찌든 때가 잔뜩 묻은 상태였고, 문성근은 참여정부 출범의 1등 공신이었음에도 그 과일을 마다하고 정치권과 거리를 둔 채, 자신이 선택한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러나 어찌하랴, 사석에서 형으로 호칭할 정도로 친하던 노 대통령을 서거에 이르게 하고, 1%만을 위해, 99%를 착취하는 엠비악정이 계속되는데? 문성근은 참다 참다가 드디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칼을 빼어 들었다. 그가 빼어든 칼이 내리는 국민의 명령에 복종하고자 전국의 양심, 개혁 세력이 100만 민란을 부르짖으며 백만송이 장미로 결집하게 되니, 그들의 의기는 사뭇 장하였다.
국민의 명령의 목적은 정권 재탈환이지 결코 어느 계파를 위한 충견 역을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5천만 국민을 도탄에 빠트리고 있는 엠비정권을 선거혁명으로 타도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꾸던 ‘사람사는 세상’을 이땅에 실현하기 위해 일어섰던 것이다.
바로 그러한 희망, 목표를 알아보았기에 많은 양심 인사들이 문성근 대표에게 기대를 걸고 자발적 선거운동을 하였으나, 요원의 불길과 같은 기세로 민주당을 점령한 친노 486들에 의해 패퇴하고 말았다.
하지만 노 대통령 밑에서 총리를 지낸 한명숙 대표와, 똑같이 총리를 역임하고 한명숙의 후견인 역을 했던 이해찬의 결백성과 순수성을 믿었기에 우리는 패배했지만 총선승리의 희망을 버리진 않았다. 오히려 더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새로운 대표체제 탄생을 축하하였다.
아, 그런데 어인 일인가? 공천심사위의 핵심인 사무총장과 총선 전략위원장 부터 의외의 인물들이 선임되어 의혹을 갖게 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한명숙 대표와 안병욱 공심 위원장의 공정공천에 대한 철석같은 약속에도 불구하고, 날이면 날마다 불공정 공천에 대한 원성이 높아만 갔다.
당 대표를 뽑는 한명숙 캠프에선 이런 말이 돌았다 한다. “낮의 황제는 정세균, 밤의 황제는 이해찬이다.” 그만큼 선거캠프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컸고, 정세균의 영향력이 이해찬보다 더 컸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 영향력만큼 이들은 실제 공천에서 힘을 발휘해서, 한명숙 대표 뒤에서 수렴청정하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불리웠다. 거기에 자칭 친노 486들이 지역마다 위세를 떨쳤다. 불공정 공천에 대한 원성이 극에 이르자, 결국 사무총장이 물러났으나, 이미 때는 늦어 공천이 모두 마무리된 뒤였으니, 그는 자리에 물러나면서도 권토중래의 꿈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을 것이다.
불공정 공천의 주역에 대해 지역공천은 정세균과 486, 비례공천은 이해찬이라는 말이 있으나, 지역별 친노 맹주들의 영향력도 막대했다. 그들은 자신들과 친한 인사들을 공천하기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악랄한 수를 다 썼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행해졌던 모든 추악한 행위들이 더욱 더 세련되게 행해졌다.
지역선거 중, 특히 호남지역과, 강원도에서 불공정 공천이 심했다 한다. 새로 들어서는 당 대표가 이를 철저히 조사해야겠지만, 총선패배의 주역이 당 대표가 된다면 이마저도 흐지부지되고 말 것이다.
그 당시 지역선거에 출마한 최고위원을 포함한 당내 유력인사들은 힘든 선거운동을 하느라 그러한 불공정 공천 상황을 다 파악하는 일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였다. 그러나, 트위터에서는 이미 한명숙을 규탄하는 트윗들이 넘쳐 났으며, 한명숙 언팔(=친구 끊기)운동까지 일어나기에 이르렀고, 민주당 지지자들 중 많은 이들이 차라리 진보당 지지를 택하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중 말없는 다수, 특히 신선한 정치를 기대한 20-40들은 왜곡되고, 타락한 민주당의 공천결과에 실망한 나머지 기권을 선택하였을 거라 생각한다.
필자는 한명숙 대표체제는 친노 배후세력들에 의해 휘둘릴 것을 예견하며, 그가 당 대표되는 일을 몹시 경계하였다. 그러면서도 막상 당 대표로 선출이 되자 그가 ‘누나같은 리더쉽을 발휘해서 깨끗한 이미지 그대로의’ 공정공천을 할 거라고 애써 믿었다.
하지만 그런 믿음은 철저히 버림 받았다. 당 대표 한명숙은 사라지고 검은 손들의 손길만 바삐 움직였다. 도대체 허수아비를 뽑지 않았나 할 정도가 되었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한명숙 이미지는 ‘계파를 대표하고, 계파 이익에 봉사하고, 계파에 의해 조종되는’ 정치인 한명숙으로 대체되었다.
한명숙은 대표에 출마하면서 ‘역사의식’에 대해 생각해 봤을까? 그가 맡아야 할 대표란 직위가 주는 커다란 ‘역사의 짐’의 무게를 느껴 봤을까? 노 대통령의 소원인 ‘매국부패 수구척살’에 대해 생각해 보았을까?
아니다. 결과로 나타난 것들을 보면 그는 그저 등 떠미는 힘에 의해 출마했다가, 그 힘에 의해 춤을 추다가, 그 힘에 못 이겨 사퇴한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참으로 우리 민주개혁진보 세력의 큰 좌절이자, 슬픔이자, 분노이며 허망함이다.
국회의석 3분의 2를 차지하느냐 마느냐 하는 꿈에 젖어 있던 야권지지자들에게 과반수 이하의 참패는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그리해서 새로 유행어 목록 1위가 된 단어가 바로 ‘멘붕(멘=mental 정신적인+붕=붕괴)이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큰 패배에 모두 정신이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총선패배의 책임을 지고 한 대표가 즉시 사퇴하고, 비대위가 수립되고, 새 지도부 구성을 위한 투표가 현재 진행 중이다. 필자는 야권패배 소식에 접한 이후부터 정신이상 상태가 되어 그 이후 보름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모른다. 정신을 차린 이후에 대강 사태파악을 하였지만 불충분하다. 지도부 사퇴가 어찌 결정되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점 하나만은 분명하다. 한명숙 지도부가 총선패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면, 총선패배에 음으로, 양으로 관련된 ‘보이지 않는 손들’도 마땅히 자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민주당을 말아 먹고, 양심세력들을 ‘멘붕’ 상태로 만들었으며, 노 대통령을 서거케 한 원흉들의 숨통을 끊을 절호의 기회를 계파 이익과 맞바꾼 진짜 책임자들인 것이다.
국회 원 구성을 두고 상임위원장 배분을 10대 8로 했다 한다. 중요 상임위를 둘러싸고 여야가 다툰다고 한다. 국회 의장직은 새누리당의 전두환 아바타 강창희 몫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허허, 웃음이 나온다! 일년내내 갖은 정성 다해 재배해서 수확해 놓은 볏더미를 잠깐의 소홀함으로 모두 불태워 버리고 텅빈 논에서 이삭줍기하고 있는 꼴이다. 역사의 소명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민중의 울부짖는 소리에 귀먼 빌어먹을 인간들! 그 인간 중의 대표가 “당의 대표가 되어, 강력한 리더쉽으로 독재를 하여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면서 당 대표직을 구걸하고 있다!
한 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말도 안된다! 역사의 죄인이며, 노 대통령 영전에서 가장 크게 울면서 참회해야할 바로 당사자가 오히려 큰 소리를 치다니? 당원 알기를 우습게 안다. 국민 알기를 똥으로 안다! 민주당 쇄신하겠다며 ‘혁신과 통합’의 명찰을 달고 들어 올 때의 위풍당당하던 기세 그대로 당원과 국민을 향해 협박하는 태도이다. ‘나 아니면 누가 있어 정권교체를 이루겠냐?’는 안하무인의 태도이다!
“하지만 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