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요즘 바쁘다.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때문이다. 울산을 시발점으로 해서 오늘 토요일까지 14개 시.도당 개편대회를 끝마쳤다. 6월 9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전국대의원대회만 남겨두고 있다.
이번에 당대표에 출마한 사람은 모두 8명으로서 경력도 다채로웠다. 내겐 그들이 몇 선 의원이라는 것은 중요히 않다. 정치에 문외한인 입장에서 보면 그들에게서 연상되는 이미지의 범주에서 오락가락할 뿐이다.
이 중에는 민주당을 다시는 돌아보지 않을 듯이 뛰쳐나갔던 사람도 있다.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나섰다가 미역국을 먹은 바로 그 사람이다. 또 학생회장 출신인 만큼 꽤나 똑똑함을 달고 다녔음직한 사람, 정계은퇴를 했다가 역시나 다시 등장한 흰머리의 사나이, 서울에서 4선 고지를 달성한 여성의원, 골수보수 이회창의 정무특보 출신이었다가 변신한 사람 등 버라이어티 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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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민주화투쟁으로 복역했던 사람도 있고, 인터넷 업체의 CEO를 지낸 사람이 있다. 마지막으로 독립운동가 이회영선생의 손자도 있다. 바로 안양시 만안구에서 내리 4선을 한 이종걸의원이다. 이사람 이종걸 의원에 대해서 좀 더 언급을 하려고 한다.
나름 당권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사람이나, 목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보도가 많이 되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위권을 달리고 있는 후보들에 대해서도 더 이상의 언급은 필요 없다고 본다. 그들에게 커다란 이슈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무방하리라고 보니까. 이종걸 의원이 마침 귀에 쏙 들어오는 2분 발언을 해줬고, 대회장 안팎에서 본 흥미로운 광경이 인상 깊어서다. 먼저 그의 발언 내용을 보자.
“지금 제가 7위를 달리고 있는데 죽을 쑤고 있습니다. 13번의 지방유세를 다니면서 지역연고를 내세우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경상도에 갔을 때는 경상도 출신이 충청도에 갔을 대는 충청도 출신이라 해서 대량득표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호남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 이종걸은 아주 외로워 죽을 뻔 했습니다. 저 이종걸은 계파도 없고 지역색도 없는 사람입니다. 오직 우리 민주당의 통합만 외쳐온 사람입니다. 여러분은 민주당을 살리는 ‘통합대표’를 뽑으시겠습니까? 계파대표를 뽑으시겠습니까?”하고 탈계파를 주장하고 있었다.
참 빠진 게 있다. 12년 동안 줄기차게 당의 쇄신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파당을 지어 계파에 휩쓸리지 않은 순수한 사람이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짓을 하지 않았고, 눈앞의 이익에 일희일비한 사람이 아니다. ‘장자연 사건’을 우리는 기억한다. 이종걸의원은 밤의 대통령이라고 하는 모 신문사 사장을 거론하며 경찰에 수사를 요구했다가 고소를 당했다. 이일로 인해 장장 3년여 동안이나 시달렸다. 요 얼마 전에야 겨우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대회장에서 알게 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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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아트홀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자당 대표를 뽑는 발언이 있고 보니 각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로서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일 테다. 노란 방망이를 두드리며 펼치는 응원전은 보기에 따라서 비장하기조차 하다. 열기 가득한 한증막이 따로 없었다. 뒷골에서는 또 이상하게 서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당대표 선출을 시작하기도 전에 민주당에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이 쏟아졌다. 그게 무슨 얘기인고? 하면 이-박-문의 담합사건 때문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 판, 한쪽 계파에서 짬짜미를 이뤄 대표자리를 따 논 당상처럼 굳히기를 하려던 일말이다. 좀 더 하자면, 친노 계파에서 각본을 짰는데 원내대표는 박지원, 당대표는 이해찬 대통령후보는 문재인으로 담합했다 한다. 이 번 대회를 또다시 자파의 독무대로 만들려 든 것이다.
‘재야원로’들의 이름을 은근슬쩍 팔아서 여론도 대세도 그리 원하는 양 포장하려던 게 문제였다. 4.11 총선 전에 실시됐던 야당통합을 위한 임시전당대회 때부터 각본대로 움직이며 점령군 행세를 하던 그들이다. 당대표에서부터 온갖 요직을 장악하더니 이어서 공천독식을 하였고 계속해서 그 맛을 자기들만 느끼려 했다. 그 행위 그대로 하려고 또다시 당대표에서 대통령 후보까지 먹어치우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런 행위에 이골이 난 모양새가 벌어졌다.
이 무슨 패권의식인가. 얼마나 자신 있었으면 또 그럴까, 하지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릴 줄 안다. 아무리 호구라도 그런 부당한 패악 질은 민주당을 망하게 하는 짓이라는 것을 감 잡을 줄 안다. 민주당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저항해야 하고, 누구라도 나서서 ‘해도 너무 하네!’하고 쓴 소리를 내뱉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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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6.3일 현재) 광진구 능동에서 서울특별시당 임시대의원대회가 열리고 있다. 장소는 어린이대공 안의 돔아트홀이다. 잠시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받은 인상은 이렇다. 날씨는 화창하고 시절은 하 좋았다. 초여름이라고 부르게 된 6월이 시작됐고 그 주말 첫 토요일 날이었다. 시간은 오후 2시, 7호선 전철을 타고 어린이대공원역에서 내려 6번 출구로 나가면 친숙한 기와 정문이 반겼다.
정문 쪽을 바라보니 주말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한껏 붐볐다. 몇 걸음 더 나아가자 분수에서는 시원한 물줄기가 춤을 추고 있었다. 수직상승을 하다가 갑자기 휘어졌고, 좌우로 번갈아 꺾이다가 부채 살처럼 퍼졌다. 물줄기는 그처럼 다양한 도약을 선보였다. 시원한 광경이었다. 정치도 이처럼 국민에게 큰 기쁨과 희망을 주면 좋겠다 싶었다.
잠시 넋 놓고 바라보다가 안내판을 따라서 대회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늘 밑에는 돗자리를 펴고 앉은 가족소풍객이며, 나들이를 기념하려는 사람들은 꽃을 배경으로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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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조금 비켜난 공간에서는 피켓을 들고 어깨띠를 두른 사람들이 나타났다. 재밌는 풍광이다. 다양성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각 후보들의 지지 피켓이 치켜 올려지고 내려지기를 반복하면서 동적인 흥미를 유발하고 있었다.
피켓이며 구호라는 것이 대게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위한 목적성이 있다. 그러다 보니 원색투성이다. 노랑 빨강 주황, 그런데 하양 무명 저고리와 검정치마를 입은 처자와 역시 검정두루마기에 태극기를 든 젊은이 세 사람이 눈에 띄었다. 이종걸후보의 운동원들이었다. 독립운동을 하던 할아버지 이회영의 후손임을 기억해달라는 호소인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자 문득 슬픔이 밀려왔다. 지금 우리나라는 지난날의 독립정신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의식이 흐려져 있다. 반면에 친일파를 중용한 이승만을 되려 건국의 아버지라는 식으로 호도하고 있다. 아예 그런 세력들의 세상이다. 우리는 잘 안다. 독립투사 자손들이 얼마나 비참한 삶을 이어왔는지. 이에 비해서 친일분자들의 후손들은 잘 먹고 잘 살았을 뿐만 아니라, 많이 배우고, 좋은 학교 나와 대한민국의 요직이란 요직은 다 치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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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독립투사들의 후예는 다 어디 갔는가. 국회에 입성한 독립운동가의 후손은 이종걸의원 뿐인가. 왜 오늘 날 그가 조직도 계파도 없이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단 말인가? 계파정치에 능한 선수만 득세를 하고 불의에 앞장서며 민주당을 올 곧게 지켜왔던 독립운동가 이회영선생의 후예는 지금 혼자 죽 쑤고 있다. 기라성 같은 삼정승 육판서를 줄줄이 배출했던 명문가였다. 그런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전 재산을 조국의 독립운동에 털어 바쳤던 이회영 선생의 직계 손자가 지금 7등으로 꼴찌에서 간당거리고 있다.
민주당 싫다고 떠났다가 세력을 키워서 점령하듯이 입성한 사람이거나, 관 장사에 능하거나, 잽싼 처세술로 일가를 이룬 염치 좋고 낯 두꺼운 인간들보다 어찌 그렇게 옹색한 등수에서 고전하는가 말이다. 민심이 천심이라 했다. 청정한 민심을 다시 불러 모으자. 제 아무리 어둠의 권세가 드세다 하나 한줄기 빛을 이기지 못한다 했다.
자 우리가 응원을 하자. 우리 후손들은 이회영선생에게 빚이 있다. 더구나 그의 손자 이종걸의원은 민주당을 꿋꿋이 지키며 한길을 걸어왔다. 든든하고도 보배로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이종걸 그가 세력 정치에 능한 자들 사이에서 살아 남았으면 좋겠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힘 좀 썼으면 좋겠다. 6.3일 민주통합당의 서울시당 대의원대회에서 보고 느낀 소회이다.
박정례 / 르포작가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