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과 석달 전만 해도 총선 과반수와 대선 승리가 눈앞에 보이는 듯 기세 등등하던 야권이 총선이 끝난 뒤 한달 뒤인 현재 완전히 망해버렸다.
현재로서는 독자적 12월 대선 승리는 난망한 상태이고 기껏 안철수를 끌어들여 공동정부 구성하자는 것이 자칭 원로들과 문재인 고문의 대안이다.
정통 야당의 계보인 민주통합당은 『무엇을 할 것인지도 모른 채 지리멸렬한 채 썩어가는 집구석 문고리 주도권 싸움에 열중』이다. 야권연대의 한 축인 통합진보당은 『주사파』의 그늘 속에 막장까지 가고 있다.
현재 야권 대선 주자의 지지도는 2010년 6월 지자체 선거 이전 수준으로 복귀해 죄다 보잘것없는 한자리 수준에 머물고 있다.그 한편으로 박근혜 전 대표의 압도적 독주가 계속되고 있고 그나마 정체불명의 안철수가 그를 유일하게 뒤쫓고 있다.아마 한국 정치사에서 야권이 이토록 예상 밖의 패주를 거듭한 기록은 찾아보기가 힘들 것이다.
나는 이번 대선이 전세계적 경제대공황 하에서 한국사회가 정치, 경제, 사회 등 제반 분야의 새로운 변화의 출발이 되기를 기대했다. 지난 수십 년간의 성장우선, 부자독식사회, 양극화, 투기, 물질만능, 반칙사회 등의 부정적 유산을 세계적 대변화의 시기를 맞아 대선을 통해 여ㆍ야권이 공히 개혁적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총선이 끝난 지금 야권의 지리멸렬과 여권의 일방적 독주가 계속되면 대선은 사회개혁을 앞당기는 장이 되기보다 오히려 기득권 수구세력의 로비의 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총선 전 그토록 여야에서 외치던 복지와 경제민주화가 총선이 끝난 뒤 쑥 들어갔다(나는 이를 ‘총선이 끝나면 잊혀질 소외계층’이란 글에서 예측한 바 있다)
대선은 다음 5년을 끌어갈 비전제시와 지난 5년 전에 대한 평가의 기회이다.는 기존 여야 정치권이 다 맘에 들지 않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은 여야 모두 아니 국민에게 해로운 것이기에 『야권이 석 달 만에 망한 이유』를 지적하고자 한다.원래 이쪽 저쪽에서 욕을 달고 살기에 개의치 않고 할말은 해야겠다.
2. 야권이 망한 첫번째 이유는 자신만의 총선시기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프레임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친노로 구성된 야권 집행부가 1월에 등장한 이후 주요 프레임은 『노통 복수와 검찰개혁』, 『MB 심판』이었다. 이 두 가지 양념이나 윤활유는 될망정 이것으로 총선, 대선을 이길 만한 적극적 『아젠다나 이슈』 제시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상대가 잘못한 것을 말하는 것 외에 자기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있었어야 했다.그러면 야권은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적극적인 아젠다 제시로 언급할 것이다.복지에 관해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먼저 시동을 걸어 치고 나갔다. (물론 시민사회에서는 복지 논쟁이 훨씬 전에 제기되었지만 이는 수면하의 일이었다)
경제민주화 또한 그 아이콘 김종인 전 장관을 새누리 측에서 비대위로 끌어들였다. 솔직히 야권이나 진보당 그리고 시민사회 측은 이 이슈가 오래 묵은 진보진영의 『전가의 보도』였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언급했듯이 서민들이 계급을 배반하고 보수정당에 투표하는 이유가 사실이나 진실을 몰라서 그러한 것이 아니다.유권자들은 오랫동안 자신이 생각해온 가치제계가 있고 그 가치를 떠올리게 하는 언어와 사고 프레임에 근거하여 정당과 후보자에 투표를 한다.
정치는 결코 논리적이지 않은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유권자들은 박근혜의 『복지와 경제민주화』가 똑 같은 이슈를 말하는 총체적으로 부실한 야권연합 측보다 더 신뢰할만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총선이 끝난 한달 뒤인 지금 시점에 많은 유권자들은 현 야권의 모습을 보며 박근혜를 선택한 것이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겠는가? 쌍방이 똑 같은 말을 할 때 유권자의 선택은 『더 신뢰한다』고 생각하는 무의식 속의 굳어진 가치관에 따라 투표하는 것이다.
야권은 여야 양측의 아젠다와 이슈가 비슷해질 때 『프레임의 재구성』을 했어야 했다.같은 복지나 경제민주화라도 전혀 방법이 다른 혁신적, 어프로치를 했어야 한 것이다.
예를 들어 복지재원에서 기껏 얼마 되지 않은 부유세 논쟁보다 『불로소득과 탈세의 근원인 지하 경제를 불식시키는 획기적인 정책 대안 같은것』을 냈어야 했다. 물론 이럴 경우 상당수의 부유층의 지지는 상실할 것이다.
선거란 지지 층과 결집시키고 중도 층 다수를 끌어오는 것이지 반대 층을 얻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더 중요한 것은 같은 말은 하더라도 그 말하는 사람의 신뢰성에 따라 신뢰도가 다른 법인데 야권은 공천과 경선 물갈이 등에서 이미 스스로 신뢰를 상실하고 열린 우리당 시절에서 한 걸음도 못 나갔다.
그러니 기왕 서로 비슷한 말을 하는데 이왕이면 『무의식적 신뢰』가 구축된 박근혜를 선택한 것이다.만약 내 생각대로 세계 대공황이 더욱 가속화되면 불안한 국민들은 신뢰와 리더십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더 커질 것이다.3개월 만에 망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3. 둘째 야권은 『반미주사』와 『2008년 촛불시위』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지난 주말 야권 지도부는 시청 앞에서 열린 광우병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에 참석했다.어쩐지 그 모습이 상당히 초라해 보였다(나는 이번에 광우병 촛불시위는 절대 성공 못한다고 이미 말한 바 있다)
솔직히 말하면 노통 탄핵은 2002년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는 보수세력의 반동이었고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는 야권과 진보진영의 2007년 대선 패배에 대한 반발이었다.
집권을 하려 한다면 현실을 있는 그대로 해석해야지, 스스로 『부정적 프레임』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거나 지나치게 이념에 매몰되어 음모론에 가까운 추정을 아젠다화 하는 것은 자해행위이다.
총선시기 때맞춰 벌어진 야권의 『한미 FTA 폐기논란』과 『제주강정기지 폐쇄』 투쟁은 이 이슈가 하루하루 삶이 고통인 중산층 이하에게는 현실과 동떨어진 매우 생경 맞은 것이었다.
때맞춰 열린 탈북자 북송 반대와 상기 이슈 중 어느 것이 더 국민에 어필했다고 생각하는가? 시위에 나온 숫자가 국민의 지지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은 때론 대세에 눌려 말은 안 해도 각자 자기만의 사고 기준과 틀을 가지고 사는 것이다.
솔직히 다수국민은 중국어선의 영해 침범과 폭력행위, 중국의 영유권 침범, 한중FTA, 북한의 미사일 발사(이렇게 말하면 꼭 위성이라고 따지는 사람이 나온다) 등에 침묵하고 결사적으로 한미 FTA, 제주기지만 물고 늘어지는 것에 무언가 다른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한미FTA 통과과정이 석연찮고 개정의 필요성이 있긴 한데, 민주당은 정제된 용어로 감정을 빼고 이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지적했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다.
솔직히 SNS나 시위에서 상기 이슈를 주장하고 퍼트리는 열성지지자 표 결집만으로 대선 승리가 가능하며, 이들의 지지를 얻은 대가로 포기해야 될 지지가 얼마나 될지 계산이나 해봤는가?
설사 백 번 양보해 상기 이슈가 진리와 정의라 할지라도 정치는 다수의 표를 얻는 게임이지 진리를 설파하는 장이 아님을 알아야 했다.
이번에 터지고 나니 너도나도 패는데 앞장서고 있지만 그 동안 야권과 진보진영에 『주사파, 친북』의 그늘이 얼마나 짙었는지 그리고 이 문제를 얼마나 서로 쉬쉬하며 금기시 되었는지 야권 스스로 돌이켜봐야 한다(민주당 원내대표는 저런 줄 몰랐다고 했고 야권연대를 재검토하겠다 했지만 과연 이 말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 나는 이번 기회에 서로 색깔이 다른 진보세력은 갈라져 각기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북과 지원 교류하고 평화정착을 시키는 정책을 지지하지만 『종북』은 이와는 전혀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