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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무척 춥습니다. 영하로 떨어진 날씨인데, 이곳 워싱턴주에서 이런 날씨를 겪는다는 것이 참으로 오랫만의 일이기도 하거니와, 최근 몇년간 눈 때문에 고생한 것을 생각한 것을 생각하면 날씨의 패턴이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제가 처음에 이민왔던 1990년의 겨울에도 눈이 오고 추운 날이 며칠 지속됐는데, 이런 날이 별로 없는 워싱턴주 서부는 눈에는 매우 취약하고, 일단 조금이라도 눈이 쌓였다 하면 모든 것이 마비되는 날이 며칠이고 지속되곤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엔 거의 매년 큰 눈으로 고생했고, 이런 귀가 떨어질 것 같은 시린 날씨를 겪게 되는 일도 왕왕 늘어나고 있습니다. 덕분에 그리움은 좀 더는 듯 하지만, 그래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계속 들게 됩니다.
서북미의 날씨는 케스케이드 산맥의 서쪽의 경우라면, 여름엔 온난 건조하고, 겨울엔 역시 온화하지만 비가 많은 전형적인 '서안 해양성 기후' 입니다. 이 때문에 겨울은 우울하니 비가 많고, 그래서 커피 문화도 그만큼 다른 주보다 발달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날씨 패턴이 계속되니 이제는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이곳의 기후에 조금 몸이 익숙해진 듯 합니다.
이른바 엘 니뇨와 라 니냐가 계속해서 반복되는것은 우리가 살면서 만들어내는 에너지의 엔트로피에 기인한다고 들었습니다. 어쨌든, 우리가 화석에너지를 생활에 필요한 연료로 태우면서 배출하는 수많은 탄소는 온실효과를 낳고, 그로 인해 갇힌 열에너지는 여름에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 허리케인, 타이푼(태풍), 사이클론 등을 만들어내는- 을 더욱 거대한 에너지를 가진 파괴력 강한 것으로 만들어놓고, 겨울이라는 것이 온화하기만 했던 이 서북미엔 한국에서나 느꼈던 그 추운 겨울의 모습을 그대로 느끼도록 만들어 놓습니다.
이런 기상의 변화는 생물종에도 변화를 분명히 가져왔습니다. 동식물을 막론하고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종 분포의 변화, 더 나아가서 특정 생물의 멸종이 계속해서 '급속한 속도'로 진행되고, 극지방의 빙하들이 녹아 해수면이 올라가고 하는 연쇄작용들이 계속해 일어나면서 인간의 삶도 급속히 변할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르고 말았습니다.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 주적으로 대하던 중국을 분명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세계 환경을 바꿀 수 있는 2대국가가 미국과 중국이라고 분명히 선언했습니다. 물론 그 인식의 기저에는 '미국은 지금까지 낭비적인 에너지 소비 패턴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과 동시에 '중국은 에너지 사용량의 갑작스런 증가를 줄여야 한다'는 불평등한 무엇인가가 깔려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주적'이라기보다는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서 저는 자그마한 희망을 봅니다. 어차피 우리 역시 '멸종'을 피할 수 없는 지구상의 미미한 생명체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힘으로 그 멸종의 그날을 늦출 수는 있을 것입니다.
인간은 지금까지 우리 자신의 생활 방식을 통해 우리의 멸종을 이미 앞당겨 버렸습니다. 그 점을 우리는 명확히 인식해야 할 듯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공동으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저 우리 모두의 멸종을 조금 더 앞당길 뿐입니다.
'나만 사는 세상' 이 아닌, ' 내 자식들과, 그들의 아들과 손자가 모두 살아야 할 세상'이란 인식을 조금 더 분명하게 가질 수 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는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궁극적으로 우리를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것이, 우리가 살면서 지니고 있는 가장 큰 아이러니라고 할 것입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