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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설득하려고만 드는 것인가!
유구무언(有口無言)이라는 4자성어가 있다. 겸연쩍거나 부끄러워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다는 뜻이다. 작금의 이 정권에 딱 들어맞는 말이 아닌가 한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권은 입이 100개라 한들 할말이 없어야 하는 정권이다.
4대강과 세종시 문제로 국론이 악화되고 내년도 예산안 처리마저 지연되는 등 상황이 나빠지자 안되겠다 싶었는지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한다고 한다.
오늘 대통령이 '대통령과의 대화'란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세종시 원안 추진 약속 번복에 대해 원칙적인 사과나 유감을 표명하고, 진솔하고 깊이있게 4대강 추진 및 세종시 수정의 불가피성에 대해 이해를 구할 것이라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국정의 최고책임자라면 진작에 그랬어야 한다. 4대강은 이미 공사판을 벌여놓고 나서, 세종시는 국민여론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분열된 상황에서 이제사 직접 나서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겠다는 것은 늦어도 한참 늦은데다 무엇보다도 앞뒤도 안맞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이명박이 공약 번복에 대해 적당히 사과하고 불가피성이나 당위성에 대해 설명한 것이 효과가 있어서 대다수 국민들이 수긍을 한다면 모르거니와, 그 반대일 경우는 어쩔 것인가. 4대강 정비는 취소하고 세종시는 원안대로 추진할 것 같은가?
그럴 리는 절대 없을 것이다. 아니 그런 쪽으론 아예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4대강이나 세종시 문제는 '생각대로 추진'이라는 결론을 내려논 상태이므로 이명박의 말은 들어볼 것도 없이 뻔한 것이란 얘기다.
4대강 공사는 국회의 예산승인도 받지 않고 이미 벌여놨고, 세종시는 '국가 백년대계'와 ' 양심'까지 거론하며 원안대로 하면 큰일 날 것처럼 떠벌여놨는데, 이제와서 "여론이 안좋으니 혹은 국민들이 설득이 안되니 원래대로 합시다" 이럴 가능성은 단 0.1%도 없는 것이다.
요컨대 제목은 '대통령과의 대화'지만 국민들은 결국 대화나 소통이 아니라 100분간 이명박의 일방적인 주장만 듣게 되어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국민과 대화하면서 여론을 수렴하여 추진 여부나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자리라면 100번이라도 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 방송이 과연 그런 의도에서 마련되는 자리인가 말이다.
국민들이 이명박이 4대강 정비나 세종시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는가? 국민들이 그런 사업들이 어떤 문제가 있으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모르는 생각없는 바보들인가? 다시말해 이명박이 하려는 얘기는 들어보지 않아도 뻔한 것이고, 복잡할 것도 없는 그 문제들에 대해 이명박이 무슨 말을 동원한들 지금의 여론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세종시 공약번복에 대해 사과나 유감을 표명할 것이라 하나, 국민들 중 그 진정성을 믿을 사람도 많지 않으려니와 그런 것이 사과나 유감 표명으로 번복시켜도 되는 문제인가. 정책의 신뢰성이나 일관성까지 거론할 것도 없다. 대체 대다수(여론조사에서 항상 70% 이상) 국민들이 반대하는 4대강 정비 문제는 악착같이 추진하면서 세종시 문제는 사과까지 하면서 번복시키려 드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가 궁금하다.
(행정부처 분산의) 비효율성을 이유로 세종시를 수정하려는 것이라면, 역사에 다시 없을 4대강 정비의 비효율성과 무모함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4대강 정비가 토목공사를 벌여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세종시도 다른 것 따질 것 없이 공사판 벌이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강에서 벌이냐 벌판에서 벌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한편 이명박이 세종시 번복을 진짜로 사과할 마음이라면,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4대강 공사를 밀어붙인 것부터 먼저 사죄해야 옳다. 자신이 번복하고 싶은 것은 백년대계나 양심상 불가피한 것이고, 국민들이 반대하는 것 밀어붙이는 것은 백년대계나 양심하고 상관없는 것이란 말인가.
설령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으로는 옳다고 해도 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는 게 국민에 의해 선출된 자, 스스로 국민의 머슴이라고 칭하는 자의 도리인 것이다. 그런데 작금 이명박의 행태를 보면 '나는 옳은데 대다수 국민들은 틀렸다,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투와 다를 바 없다. 그런 사고방식이다 보니 국민들을 설득하겠다며 아까운 전파를 100분간이나 쓰려 하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 이명박은 국민을 설득할 생각만 하는 것일까. 자신이 국민에게 설득되어볼 생각은 왜 못하는 것인가. 지도자가 국민에게 설득된다는 건 별 것 아니다. 국민 대다수의 여론을 따르면 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핵심이 다수결임을 생각하면(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것도 그 덕분이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민주적인 것이 아니겠는가. 또 그것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소통이자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닌가 말이다.
오늘 대화 아닌 대화로 국민들을 설득하겠다며 방송에 나서는 이명박을 보며 우리는 사실 묻고 싶은 게 많다. 갈등을 일으키고 국론을 분열시킨 책임, 혈세를 낭비하는 책임, 수많은 사람들을 살 맛 안나게 만든 책임, 수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5년 세월이 너무도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도록 만든 책임... 오늘 우리가 묻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묻는 정권이 있을 것이고, 역사는 또한 반드시 묻게 될 것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4대강이나 세종시 문제에 대해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는 게 목적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들으나마나 뻔한 그런 말보다 우리가 진짜 듣고 싶고 궁금한 건 따로 있다.
최근 보도된 바에 따르면, 정부가 결식아동 급식지원 예산을 재정악화를 이유로 전액 삭감하는 바람에 올 겨울방학부터 전국에서 25만여명의 저소득층 아이들이 점심을 굶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1조8천억만 지원하면 전국 초중교 전부 및 고등학교 취약계층 아이들까지 무상급식이 가능하다고 한다.
5조원만 지원하면 대학등록금을 반으로 낮출 수 있다는 건 차치하더라도 자라는 아이들을 25만여명이나 굶게 만드는 것이 OECD 가입국이자 세계 13대 규모의 경제대국, G-20 회의를 유치해 국격이 높아졌다고 대통령이 자랑하는 나라에서 도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4대강이니 세종시니 그런 건 설명 안해도 좋다. 왜, 어째서 아이들이 굶게 되는 일이 벌어졌으며 대책은 무엇인지 이명박은 그 문제나 확실하고 똑부러지게 설명하기 바란다.
아이들 굶겨가며 4대강 공사판에 돈을 처들이겠다고?
아이들 굶기는 정책을 추진하는 주제에 효율성이 어떻고 백년대계가 어떻다고?
다른 건 따질 필요도 없다. 이런 정권이 설명하겠다 어쩌겠다 하며 뻔뻔스럽게도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 것인가. 입이 백개 천개라도 닥쳐야 옳다.
우리는 진실로 바란다.
4대강이니 뭐니 쓸데없는 일 저질러서 나라 소란스럽게 만들지 말고, 애들 굶기지나 말고, 그냥 조용히 놀다 물러가라.(논다고 뭐라 할 국민 거의 없다.)
그게 당신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애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