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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에서 소위 합종연횡(合從連衡)이 시작되고 있다. 합종(合從)은 강자에 대해 약자가 협력하여 대항한다는 뜻이고, 연횡(連衡)은 강자와 약자가 손을 잡는다는 의미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을 상대하여 국민참여당은 민주당과 합종할 것이고 제1 야당인 민주당은 부족한 부분을 국민참여당과 연횡하여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합종연횡이 정계에 화두로 등장하게 된 것은 국민참여당의 창당과 이를 검토한 지지율이 향후 민주당과의 관계 정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계산이 서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민참여당에 참여하는 인사는 대중적 인물이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최근 유시민 전 장관이 국민참여당에 입당하면서 양상은 변하고 있다. 친노의 적자임을 자타가 공인하는 유시민 전 장관의 입당은 국민참여당이 향후 제2의 열린우리당으로 갈 수밖에 없음을 예고하는 내용이며 아울러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정신의 승계를 의미하고 있다.
지난 11월 15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참여당의 지지율은 현재 국회의원을 보유하고 잇는 7개 정당을 포함한 전체 8개 정당 중 민주당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1위 한나라당 30.1%에 이어 민주당 20.8% 그리고 아직 창당 준비과정에 불과한 국민참여당이 13.4%의 지지를 받았다. 이 수치는 상당히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제1 야당 민주당이 얻은 지지율 20.8%와 국민참여당이 얻은 13.4%를 합치면 35% 이상의 높은 지지율이 단순 계산으로 나타난다. 이는 그동안 정치 혐오를 경험하면서 지지정당이 없었던 국민들이 그리고 민주당의 정치에서 실망하여 이탈한 세력이 국민참여당에 대한 지지로 돌아선 결과이기도 하지만 합치면 한나라당 보다 더욱 큰 지지율을 보인다는 뜻이다.
결국 국민참여당의 창당은 민주당의 미래를 흔드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은 자초한 결과이다. 국민참여당의 창당은 과거 새천년 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분당해 나가던 당시의 모습과 흡사하다. 구태에 연연하면서 기득권 사수에 안주하던 당시 새천년 민주당을 파괴하고 개혁정치를 부르짖던 열린우리당 창당 정신과 비슷하다. 결국 지금의 민주당은 과거 새천년 민주당을 모방하고 있다는 말이다. 과연 그런가?
2002년 노무현 정권의 참여정부를 탄생시켰던 새천년 민주당은 국민의 정부에서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연이어 정권 재창출을 기록한 정당이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새천년 민주당을 강제 분당시켰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하여 딴 살림을 차리고 나갔다. 그 와중에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섣불리 시도하였다.
이는 노무현 정권의 형편없는 실체가 제대로 밝혀지기도 전에 성급히 이루어진 행위로서 국민들에게는 정치보복의 모습으로 비쳐지게 되었다. 그 결과 국가 초유의 탄핵사태는 국민들의 차가운 외면속에 실패하였고 그 역풍에 기인하여 민주당은 2004년 총선에서 의석수 9석의 꼬마 정당으로 전락하였다. 이후 민주당은 인고의 세월을 거치고 열린우리당의 폐당으로 기사회생하였다.
민주당은 다시 고난의 시험에 들게 되었다.
열린우리당이 폐당할 당시의 모습은 현재의 민주당과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다. 당의 체제와 관련한 비판적 발언이 백가쟁명으로 난무하였다. 민주당의 실망정치가 주춤하고 있는 사이에 한나라당은 특별히 잘난 정치를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독주를 하고 있는 상황도 비슷하다. 결국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서서히 이탈하면서 이를 국민참여당이 흡수하는 꼴이 되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불안한 당 운영과 자신의 대권 도전이라는 사심이 앞서면서 국민의 실망은 유시민을 포함한 국민참여당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는 것이라 판단된다. 그리고 이들이 주장하는 친노무현 정신의 승계와 대안 세력으로서의 정신과 정책은 향후 논점이 대상이 될 부분이기도 하지만 일단 국민참여당의 창당은 예상외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참여당이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차기 권력을 장악할 수 있으면 당연히 바람직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제 1 야당인 민주당에 비해 국민참여당은 소수이고 향후 발전적 변화는 국민적 요구와 기대, 그리고 다른 객관적 여건과의 상호관계 속에서 진단되어야 한다.
과거 열린우리당은 폐당하면서 민주당과 소위 '도로 민주당'의 형태로 통합의 과정을 거쳤다. 이제 민주당은 또 다시 국민참여당의 창당으로 분열의 위기에 처했다. 이는 시대적인 변화와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결과라 할 것이다. 이제 국민참여당의 성공적 창당이 구현된다면 민주당은 회복하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혹자는 국민참여당의 창당과 지지율 상승 요인이 진짜 친노와 가짜 친노의 갈등에서 빚어진 문제라고 하지만 필자는 모든 문제가 민주당의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한다. 일찌기 민주당은 분열과 탄핵으로 아픔을 경험했던 정당이었으면서도 또 다시 친노세력에 의해 분당이라는 자멸의 상태로 진행하는 것이다.
결국 한국 정당의 문제점은 지역이기주의 고수와 인물중심적이라는 데서 나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