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良心인가, 兩心인가?
세종시를 둘러싼 논란이 가히 점입가경인 가운데 이 정권에서 또다시 '양심' 타령이 나왔다. 한마디로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는 느낌이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11일 여권의 세종시 수정추진과 관련, "대통령이 자손대대로의 국익을 위해 온갖 손해와 비난을 감수하고 양심상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야당 및 친박계 등 반대자들은) "정치적 이유로 반대하지 말고 협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서 지난달 이명박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대통령의 양심상 그대로 추진할 수 없다"는 낯두껍고 해괴한 양심타령을 한 바 있다.
세종시와 양심을 연계시키는 것도 참으로 기이하고 해괴하거니와, 우리는 도대체 이명박이 말하고 여권의 유력인사가 리바이벌하는 그 양심이란 것의 정체가 몹시 궁금해진다.
良心인가, 兩心인가?
여론조사에서도 원안대로 추진하는 게 옳다는 게 다수로 나타나고 있는 세종시 문제는 양심을 들먹이고 백년대계를 들먹이며 이미 여야 합의로 제정되고 공표된 특별법을 수정하려 들면서,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고 있는 4대강 정비사업은 어째서 기를 쓰고 자신의 생각대로 밀어붙이려 드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그러니 이명박이 말하는 양심이란 兩心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사실상 대운하 사업과 다를 바 없는 공사를 '4대강 살리기'란 이름을 붙여가며 꼼수를 부리면서, 세종시로 정부 부처 일부가 옮겨가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국가백년대계'와 '양심'을 운운하는 것은 두 얼굴의 인간임을 스스로 확실하게 증명하는 작태가 아닌가 한다.
더구나 이명박은 대선 후보시절 충청도에서 유세를 하며(07.11.28)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 세종시를 안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대로 추진하겠다. 명품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약한 바도 있다. 그렇다면 그때는 없던 양심이 대통령 되고 나니 갑자기 생긴 것이란 말인가? 참으로 개그 같고 코미디 같은 양심타령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이나 한나라당 인사들이 양심 운운하려면 이명박이 대선 때 무려 12번 가량이나 거론했다는 원안대로 추진 공약은 어찌된 것인지부터 해명해야 옳다고 본다. 아니면 솔직히 고백하라. 선거 때는 무슨 말을 못하냐고. 그때는 충청도 표좀 얻을려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은 것이라고. 그리고 또한 고백하라. 4대강 파헤치는 데 퍼붓는 수십조원의 어마어마한 돈은 안 아깝지만, 충청도에 행정도시 만드는 데 쓰는 돈은 아깝기 짝이 없다고 말이다.
지금 원주, 무안 등 전국 곳곳에서 기업혁신도시 공사가 벌어지거나 진행되고 있다.(11일 MBC보도) 그런데도 유독 세종시에 대해서만 비효율이니 자족기능 부족이니 하며 문제가 많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도 논리상 맞지 않거니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박근혜 전 대표가 지적했듯이 국민과의 약속이자 정치 신의의 문제인 것이다.
묻지 않을 수 없다. 세종시 특별법에 합의한 그때의 한나라당과 지금의 한나라당은 다른 정당인가?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은 입법부에서 여야 합의로 만든 법률도 마음에 안들면 뜯어고치려 시도해도 되는 것인가? 이것이 도대체 헌법이 엄연히 3권분립을 규정하고 있는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별 잡음 없이 진행되고 있던 세종시에 대해 이명박이 태클을 걸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같은 분란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어째서 이명박은 그렇게 하는 것마다 분란을 일으키고 국론을 분열시키며 국민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인가? 참으로 기괴한 재주 아닌가... 이제는 아예 전여옥이 "당시 한나라당이 세종시법에 합의한 것은 충청표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는 자중지란, 자해쇼 같은 발언까지 내뱉는 지경에 이르렀다. 요컨대 한나라당은 그런 당이란 말인 것이다.)
우리는 세종시(행정중심도시)특별법이 전혀 문제없는 완벽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정권이 주장하는대로 행정부처의 분산에 따른 비효율도 있을 수 있고, 인구 유입 부족으로 인한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런 개연성이 있다면 원안대로 추진하며 보완할 생각을 하는 게 순리지, 애초의 수도권 인구분산과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근본취지를 망각하고 무시하는 듯한 수정론은 옳지 않은 것이다.(인구를 분산시키고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방책으로 행정부처 일부를 이전시키려는 것인데, 행정부처는 가면 안된다는 식의 논리를 펼 바에는 차라리 전면 백지화 하자고 주장하는 게 옳을 것이다.)
그렇게 세종시 원안대로 추진이 국가의 백년과 양심에 위배되는 일이라면 한나라당 공성진이 말한대로 국민투표에라도 부치길 바란다. 멀쩡한 강바닥 파헤치고 생태계 파괴하는 데 수십조원씩이나 쓰려 하면서 국민투표 비용이 낭비라는 말은 차마 못할 것이다. 그러니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고 국론이 분열되는 중차대한 문제는 국민투표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어차피 이명박도 투표에 의해 뽑혔다는 이유로 수많은 국민들의 경멸과 탄식과 비난을 받으면서도 지금 그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 아닌가. 마찬가지로, 결과가 어찌 나오든 국민들은 투표결과에 승복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제발 그리 하라! 그리고 하는 김에, 저 말 많고 또한 수많은 국민들을 분노에 떨게 만들고 있는 4대강 꼼수와 날치기 신문-방송법도 시행여부를 함께 국민투표에 부치기 바란다. 양심이 '兩心'이 아니라면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양심타령은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양심이라... '준법'이나 '도덕'처럼 이명박 덕분에 본래의 좋은 의미가 망가져버린 단어 하나가 또 하나 늘어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