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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은 아무래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양당 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것 같지 않다.
여야 모두 공천 탈락자들의 반발이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공천 탈락자들을 중심으로 ‘무소속 연대’가 이뤄지거나 신당을 급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정치인들에게 ‘금배지’는 사실상 생명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거기에도 ‘정도껏’이라는 게 있다.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납득할만한 수준의 ‘명분’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민주통합당이 노골적으로 ‘친노 부활’, ‘도로열린우리당’ 공천 방식으로 사실상 ‘DJ계 학살’이 이뤄지고 있는 마당에 공천에서 탈락한 DJ계 중진들이 탈당 후 무소속 연대를 결성하는 방안을 적극 구상하고 있다는 소식은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실제 새천년민주당 대표를 지낸 한광옥 상임고문은 "공천 과정에서 친노 세력은 '개혁공천'이라는 미명 아래 당권 장악을 위한 패권주의에 빠져 진정한 정권 교체를 갈망하는 국민의 시대적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따라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 정균환, 이훈평 전 의원 등 DJ계 중진들이 한 고문과 함께 '민주동우회'라는 이름의 무소속 연대를 결성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것.
오죽하면 한국노총 몫의 민주당 최고위원이 된 이용득 최고위원이 당무거부를 하고 나섰겠는가.
그러다보니,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DJ 무소속 연대’가 이뤄지는 것에 대해 ‘불가피한 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새누리당 공천 탈락을 우려하는 친이계들을 중심으로 ‘친이 무소속 연대’가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황당한 소식이다.
실제 안상수 새누리당 전 대표는 지난 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주민들이 '무소속 출마를 원한다. 전국적으로 무소속 연대를 만들어 한 번 해 봐라'고 하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무소속 출마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많이 있다. (20~30명보다) 훨씬 많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왜 친박계로부터 심판을 받아야 하느냐"며 무소속 출마를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민여론은 ‘DJ 무소속 연대’만큼 호의적이지도 않고, ‘명분’도 없다.
따라서 그다지 힘이 실리는 분위기는 아니다.
하물며 ‘DJ 무소속 연대’와 ‘친이 무소속 연대’가 손을 잡고 신당을 만든다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물론 낙천한 금배지들의 참여로 덩치는 커지겠지만, ‘명분’이 없기 때문에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그런데도 운동권 출신의 여권 중진급 인사가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친이계와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DJ계, 그리고 박근혜 새누리당 위원장과 척을 지고 있는 박세일 국민생각 대표 및 정운찬 전 총리 등을 모두 한 곳에 담는 ‘이삭줍기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소식이 들린다.
거론되는 인사들을 보면, 여권에서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안상수 전 대표,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 박세일 국민생각 대표,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성식·정태근 의원 등이고 야권에서는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 이훈평 전 의원 등이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이삭줍기 당’을 만들면, 상당한 파괴력을 지닌 ‘제 3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앞서 지적했듯이 ‘명분’이 없는 정당은 결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DJ 무소속 연대’가 가지고 있는 명분만 잃게 될 뿐이다. 따라서 공천에서 탈락한 DJ계가 국민들로부터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친이계’들과 함께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장담하거니와 ‘제 2의 민국당’의 꿈은 한여름 밤의 꿈으로 막을 내리고 말 것이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