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고도 욕얻어 먹을 상징적 대북지원
속된 시쳇말 표현으로 "참 배터지게 주었다"라는 말이 있다. 이말의 뜻은 식량을 비롯한 먹거리 또는 물건을 넉넉하고 여유있게 주었다는 의미 보다는 줄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데도 맛이나 보라는듯 감질맛나게 형식적으로 주는 시늉만 낸 자린고비의 무정한 행태를 반어법적으로 비아냥 댈때 쓰는 표현이다.
이처럼 주고서도 오히려 인정머리라고는 병아리 눈물만큼도 없는 독사같은 인간이라는 욕을 얻어먹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지만 그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사람을 들라하면 아무래도 이명박 대통령을 빼놓을 수 없을것 같다.
집권 1년8개월만에 처음으로 북한에 지원하는 대북 식량의 종류나 규모가 낯간지러울 만큼 민망할 수준이라는 점때문이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은 북측의 요청이 있을경우 지원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2008년 5월 북한의 신량난이 심각하다는 판단하에 옥수수 5만톤을 북측의 요청이 없는 상태에서 지원하겠다고 제의하였으나 북측이 거절한 이후 대북강경 대결주의 고수로 인해 남북관계가 급속히 경색되자 대북 인도적 지원 전면 중단 상태를 계속 유지해 왔다.
그러던것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현대 현정은 회장의 김정일 위원장 면담을 계기로 해빙 분위기가 조성된것을 계기로 북측의 개성공단 차단조치 전면해제에 뒤따라 추석전 이산가족 상봉이 이어지고 이어 10월16일 개최된 남북 적십자사 실무접촉에서 북측이 공식적으로 인도적 지원을 요청하자 10월26일 적십자사를 통해 쌀도아닌 옥수수 1만톤을 지원키로 한것이다.그런데 그 지원규모가 상식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극히 소박한 규모라는 점에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옥수수 1만톤 지원,누구 놀리는 것도 아니고
물론 이번 대북 인도적 지원에는 옥수수 1만톤외에도 국내 민간 단체들이 추진하는 북한의 취약계층과 영.유아 지원사업에 남북 협력기금 9억4900만원을 지원하고 적십자사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1억5000만원어치의 분유와 의약품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모두를 합쳐봐야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차관형식으로 매년 쌀과 비료 각각 30~40만톤을 지원하던 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나 다름없다.
돈이없어 지원규모를 줄일 수 밖에 없다면 모르겠으나 2008년과 올해 각각 쌀40만톤과 비료 30만톤을 지원할 수 있는 남북협력 기금을 조성해놓은 상태에서 그것도 쌀이 아닌 강냉이를 겨우 1만톤 보내겠다니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드는 국민들이 의외로 많다.
더욱 괘씸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이러한 대북지원 행태가 진정성 보다는 마치 시혜를 베풀듯 장난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쌀,보리,강냉이 가리지 말고 적네많네 따지지 말고 그저 주면 주는대로 감지덕지하게 받아 먹으라는 식에 분통이 터지는것은 당연하다.
차라리 안주고 말지 이게 핏줄을 나눈 동포,민족에게 무슨 짓거리인가. 겹치기로 개탄스러운 것은 강냉이 1만톤이면 북한 주민 전체가 하루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양이라며 결코 적은양이 아니라는둥 야비한 생색까지 내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기구나 단체에서 밝힌바에 따르면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량이 백만톤에 이른다고 하는데 남한에서 소,돼지,닭사료로 쓰이는 강냉이를 겨우 1만톤을 지원하겠다니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세상 부끄러워 도저히 입에 올릴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이명박 정부의 입장을 전혀 이해 못하겠다는건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북측의 식량난을 모르지 않는 상태에서 북측이 대규모 지원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지원 결정을 하게 된데는 이명박 보수정권이 표방한 자칭 상호주의 원칙에 반하는 북측의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과 핵실험및 로켓발사,미사일발사등 일련의 무력시위행위에 대한 결자해지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하에서 대규모 지원을 결정할 경우 상투를 잡고있는 보수언론과 극우단체들이 들고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권내 속사정 때문에 주는 손이 부끄러울 만큼 쑥쓰러운 소규모지만 대화구걸,퍼주기 논란과 북측의 군전용을 막기위한다는 구실을 내세워 상징적 지원을 결정했을 것이다.
북한을 중국에 헌납하는 대죄짓지 말아야
보수세력의 눈치를 봐야하는 이명박 정부로서는 쥐가 소금먹듯 점진적인 지원 방식을 취할 수 밖에 없겠지만 대다수 국민들이 가슴 아파하는 것은 300만명이 굶어죽는 고난의 행군시기를 거치면서도 자존심 하나로 버텨온 북측이 옥수수 1만톤을 감사히 받겠다고 수용했다는 점이다.
얼마나 식량난이 다급했으면 목숨처럼 여기던 자존심,염치,체면 모두 내팽개치고 삼년굶은 각설이 마냥 얼씨구 좋다하고 받아 들였을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안타까운 국민여론과 달리 북측이 극우세력들에게 상투가 잡힌 이명박 정부의 처지를 이해하고 더 큰지원을 위한 물꼬트기 차원에서 자존심을 접고 수용하였을수도 있다.
굶주리는 북한 동포를 생각한다면 안타까운 노릇이지만 첫술에 배부를수 있겠느냐는 속담에 위안을 삼고 이제 트인 첫물꼬가 막히지 않고 인도적 지원이 줄기차게 흐를 수 있도록 남과북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특히 지원하는 쪽인 이명박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북핵문제를 고리로 길들이기 식으로 상징적 수준의 지원 방식을 계속해서는 안될것이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1874호도 인도적 지원을 제재 대상으로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지원을 확대하는것이 바람직하다. 북측도 남측이 지원을 확대할 수 있도록 남측이 요청한 인도적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등 여건조성에 협조해야 겠지만 인도적 식량지원을 북측의 자세전환에 연계하기 보다는 조건을 달지 말고 지원하는 것이 남북간 신뢰형성,민족 공존을 위해 바람직하다.
그러지 아니하고 길들이기식의 상징적인 지원으로 일관한다면 주고도 욕얻어 먹고 남북관계 개선도 더욱 어려워질것이다. 남측지원이 없으면 북측이 견딜 수 없다는 환상은 부메랑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남측지원이 없더라도 북에는 중국이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다. 제꾀에 제가 넘어가는 잔재주로 북한을 중국에 상납하는 우를 범한다면 이명박 정권과 반민족 보수집단은 천추에 씻지못할 민족의 대역죄인이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