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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의 지역구 서울 동작을구에 천정배 이계안 등 야권 인사들의 출사표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민주통합당 천정배 의원은 최근 동작을 지역구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천정배 의원실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천 의원은 당의 승리에 기여하기 위해 서울에서 한나라당에서 가장 센 후보와 맞붙겠다는 입장이었다"며 "홍준표(동대문을), 이재오(은평을) 의원과 맞붙는 것도 고려했지만 가장 강한 후보는 정 전 대표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천 의원은 15대 총선부터 내리 4선을 한 안산 단원갑 선거구에 출마하지 않고 서울에서 한나라당의 가장 센 후보와 맞붙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말 그의 말대로 천 의원은 ‘가장 센 후보’와 맞붙기 위해 동작을 지역구를 선택한 것일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우선 민주통합당 허동준 동작을 지역위원장이 25일 “천정배 의원의 서울 동작을 지역 출마선언은 출마지역을 선점하려는 변명일 뿐”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그는 천 의원과 이계안 전 의원이 이 지역에서 출사표를 던진 것에 대해 “전·현직 중진의원을 자처하는 분들이 대의명분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당선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은 지역을 찾는 모습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그는 “동작을 지역은 천정배 의원, 이계안 전의원이 신경 안 써도 이길 수 있는 지역”이라며 “정몽준 의원은 더 이상 동작을 지역에서 절대강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몽준 의원은 뉴타운 공약으로 인해 선거법 위반으로 법원에서 겨우 의원직 상실형을 면했을 뿐이고, 지역구 활동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평가로 인해 지난 지방선거와 무상급식반대 주민투표, 박원순 서울시장 선거 등 3대 선거에서 패배할 정도의 약체 후보라는 것.
사실 천 의원은 그동안 동대문과 서초 출마여부를 최근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동작을구 출마를 결심하게 된 것은 그만큼 이 지역에서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정몽준 의원의 지역구가 있는 동작구에서는 한나라당 이재순 후보가 민주당 문충실 구청장 후보에게 무려 15% 이상 압도적인 표차로 참패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한명숙 후보에게 크게 밀렸다.
이른바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서도 동작구는 평균 투표율 25,7%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결과는 더욱 참혹했다.
당시 동작을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42.8%, 무소속 박원순 56.9%로 두 후보간 격차가 무려 14.1%에 달했다.
이는 박원순 후보의 전체 투표율 53.40%, 나경원 후보의 전체 투표율 46.21%에 한참 미달되는 수치다. 한마디로 동작을구에서 정몽준 전 대표의 존재감은 찾기 어렵게 됐다는 뜻이다.
따라서 민주통합당 허동준 위원장이 “동작을 지역은 천정배 의원, 이계안 전의원이 신경 안 써도 이길 수 있는 지역”이라며 ‘발끈’하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민주통합당만 이 지역을 눈독 들이는 게 아니다.
김종철 통합진보당 부대표도 통합진보당 예비후보로 이 지역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쯤 되면 동작을구는 가히 ‘야권 전성시대’라고 할만하다.
집권당의 당 대표를 지내고, 대권주자로서의 큰 꿈을 꾸고 있는 정몽준 대표가 어쩌다 이렇게 야권인사들로부터 ‘만만한 상대’로 여겨지게 됐는지 한심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은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니다.
당 대표로 있으면서 한나라당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고 ‘MB 거수기’노릇이나 시킨데 따른 국민의 분노가 각종 투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한나라당 쇄신에 발목잡기나 하고 있으니 참으로 걱정이다. 대체 정치인들은 얼마나 더 맞아야 정신을 차리게 되는 것일까?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