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대위원의 탈당요구에 눈치를 보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이른바 ‘MB 탈당론’으로 인해 한나라당이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김종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이 지난 18일 “탈당은 대통령 스스로 판단할 일”이라며 “정치적 감각이 있다면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고 사실상의 탈당을 촉구한 데 이어, 19일에도 “(대통령 탈당은)일반 상식적인 판단”이라며 거듭 ‘MB 탈당론’을 제기했다.
사실 맞는 말이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있는 ‘선거의 해’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국민으로부터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것과 다를 바 없는 이명박 정권 심판론을 제기할 것이 분명하다.
실제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20%대를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20%대마저 끝내 지키지 못하고 곧 붕괴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 하락은 필연적으로 집권당의 지지율 하락을 불러오게 돼 있다.
그것이 총선과 대선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이미 경험해 봐서 알고 있지 않는가.
권영진 의원이 “현재 국민들은 한나라당이 제대로 태어나려면 대통령은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맞다”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MB측근인 이재오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김 위원이 MB 탈당문제를 거론하면서 비대위 공식입장이 아니라, 개인 의견이락 밝힌 것에 대해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니 공식적으로 말할 것도 아니지만 짜고 치는 고스톱인 것 같기도 하다"고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심지어 그는 "이런 일이 한 두 번도 아니고… 좀 더 두고 보면 알겠지만 갈수록 가관"이라고 비난했다.
사실 MB 탈당 문제는 벌써 제기됐어야 했다.
필자는 이미 2010년 1월 3일, <유익한 사람과 害가 되는 사람>이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MB 탈당 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한 바 있다.
그러니까 2년 전, 6.2 지방선거를 앞둔 당시 상황을 살펴보자.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각종 선거에서 ‘이명박’이라는 간판은 자취를 감추고 있는 반면, 너도나도 ‘박근혜’라는 간판을 앞 다퉈 내걸고 있었다.
이른바 ‘박근혜 마케팅’이라는 게 등장한 것이다.
앞서 4.9 총선 당시에도 ‘박근혜 마케팅’이 곳곳에서 벌어졌었다.
당시 친박연대는 TV광고에 박근혜 위원장을 데뷔시켰다. 한나라당 천막당사 모습을 시작으로 광고 내내 박위원장의 육성과 모습만 나온다. 선관위에 등록한 공당이 다른 당에 소속된 정치인을 모델로 총선광고를 만든 것 자체가 전무한 일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김무성, 유기준 의원 등은 자신들의 선거 포스터에 ‘박근혜를 지키고’라는 문구를 동일하게 삽입했고, 친박연대의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홍사덕 의원은 대구 서구유세어서 “5년 후 박근혜 전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출마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금배지를 달았다.
반면 이명박을 간판으로 내걸었던 이재오, 이방호, 정종복 등 이명박을 간판으로 내세웠던 친이계 핵심들은 모두 전멸했다.
그 이후 각종 재보궐선거에서도 ‘박근혜 마케팅’은 어김없이 위력을 발휘했다.
그 때부터 각 후보들 사이에서는 ‘이명박 빼기 마케팅’ 전략과 함께 ‘박근혜 더하기 마케팅’을 주요 전략으로 채택하기 시작했다.
그때 필자가 ‘이명박 빼기 마케팅’의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바로 ‘MB 탈당’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한나라당 소속 후보들이 제아무리 기를 쓰고 ‘이명박 빼기 마케팅’을 벌인다고 해도, 그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유일한 방법은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후보들의 당선을 위해 자진 탈당을 결심하든가, 아니면 한나라당 의총에서 그의 출당을 결의하는 길뿐이다.”
이게 2년 전 필자가 쓴 칼럼의 일부다.
그렇지 않을 경우 6.2 지방선거에서 ‘MB 정권 심판론’으로 인해 한나라당은 궤멸 당할지도 모른다는 경고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한나라당 내부에서 그 누구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탈당을 권유하지 않았고, 결국 한나라당은 치욕스런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문제는 4.11 총선과 대선이다.
지금처럼 한나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짐을 끌어안고 가야하는 상황이라면, 총선과 대선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이명박 스스로 당을 떠나는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국가 발전을 위해서도 대통령이 어느 정당에 소속되는 것보다는 무소속에 남아 중립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하승/시민일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