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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타이거즈 한국 시리즈 우승컵 품에 안다.
한국 프로야구의 전통 명문구단인 호랑이 군단 기아 타이거즈의 일성포효가 잠실벌을 잠들게 했다. 기아 타이거즈는 10월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한국시리즈 마지막 7차전에서 치열한 혈전끝에 에스케이 와이번스를 누르고 마침내 한국 시리즈 우승컵을 품에 안은 것이다.
5대5 동점을 이룬 가운데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두번째로 타석에 오른 프로2년차 나지완이 볼카운트 2-2 상황에서 에스케이 마무리 채병용이 약간 높게 뿌린 직구를 그대로 통타 한것이 좌측 펜스 상단에 꽂히는 통렬한 끝내기 홈런으로 폭발하면서 기아 타이거즈는 통쾌한 역전 우승을 일구어 냈다.
이번 2009년 한국 시리즈 우승으로 통산 10번째라는 한국 프로야구 사상 전무후무한 금자탑을 이룩한 호랑이 군단은 호남의 꿈이요 희망이었다. 기아 타이거즈의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 시절, 호랑이 군단은 중견기업이었던 모기업 해태그룹이 재정 형편상 넉넉하게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없었기에 약체 구단이라는 소리를 듣는 가운데서도 한서린 호남인들의 전폭적인 응원을 백절불굴의 투혼으로 승화시켜 내로라 하는 호화군단들을 연거푸 격파하면서 무려 아홉번이나 한국 시리즈를 제패하였다.
이처럼 우승 제조기 천하 무적군단으로 군림하던 타이거즈였지만 외환위기 앞에 모기업 해태가 부도나고 연이어 해태 타이거즈를 아홉번이나 우승시켰던 신화적 존재 김응룡 감독과 우승의 주역 선동렬,이종범등 핵심 전력이 빠져나간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서 타이거즈는 이빨빠진 종이 호랑이로 전락하고 말았다.급기야 팀해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몰린 상황하에서 천만다행으로 2001년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결단으로 기아차로 인수되어 기아 타이거즈로 거듭났지만 유남호,서정화 감독시절 포스트 시즌에 발톱을 내민것 외에는 꼴찌를 어슬렁 대는 처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긴잠에 빠져있던 호랑이 깨운 조범현,호남팬,현대,기아차 그룹
한국 시리즈 아홉번 제패라는 초유의 빛나는 기록이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 이야기가 되어 버렸을 만큼 팬과 호남인들의 외면속에 무등산 기슭에서 무려 12년동안 긴잠에 빠져있던 백수의 제왕 호랑이 군단을 깨운것은 조범현 감독,호남기아팬,그리고 현대.기아차그룹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었다.
2007년 11월부터 지휘봉을 잡은 조범현 감독의 지도력에 호남의 정신적 지주 김대중 전 대통령이 50년만에 교체한 정권을 노무현 정부가 재창출에 실패하고 보수세력의 국민,참여정부에 대한 공격,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구심점을 상실한 호남인들이 기아 타이거즈를 다시금 지난날의 영광을 되살려줄 희망과 꿈의 매개체로 삼아 결집하기 시작했다는점,그리고 여기에 모기업인 현대,기아차 그룹의 지속적인 관심과 재정적 지원이야말로 우승의 원동력이었다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2003년 에스케이 와이번스를 한국 시리즈에 진출시킬만큼 데이터 야구를 구사하여 지도력을 인정받아 '조갈량'이라는 별명을 얻은 조범현 감독은 '잠을 자는 사람은 꿈을 꿀수는 있지만 잠을 자지 않는 사람은 꿈을 이룰수 있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선수개인은 물론 선수단 분위기,전반적인 전력을 철저히 분석,이를 토대로 주도면밀한 훈련계획을 수립,카리스마를 앞세워 개인주의와 패배주의, 무기력한 타성에 빠져있던 호랑이들을 눈에 불똥이 이글거리는 명실상부한 백수의 제왕으로 조련해 나갔다.
이러한 훈련성과가 서서히 빛을 발하는 상태에서 맏형 이종범의 솔선수범,엘지에서 뛰다가 친정으로 돌아온 김상현,방망이 우울증에 빠져있던 메이저리그 출신 홈런타자 최희섭,새끼 호랑이 나지완,안치홍의 방망이가 불을 뿜으면서 월간 최다승이라는 신기록을 작성하기에 이르렀고 이어 2009 페넌트 레이스 1위에 등극하는 쾌거를 이루어 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페넌트레이스 우승으로 한국 시리즈에 직행하였지만 그러나 상대는 전력상 프로야구 최강팀으로 평가 받는 에스케이 와이번스여서 우승을 장담할 수는 없었다.
용쟁호투끝 역전우승한 기아 타이거즈,최선다한 에스케이 와이번스
에스케이 와이번스는 조범현 감독에게 데이터 야구를 전수한 원조 데이터 야구의 선두주자요 달인으로 에스케이 와이번스를 2007~2008년 시즌을 연속 한국 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은 '야구의 신'으로 불리는 야신 김성근 감독이 우뚝 버티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비록 2009 페넌트 레이스에서 기아 타이거즈에 간발의 차로 2위에 머물렀지만 김성근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인 19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운데다 팀전력의 핵심인 에이스 김광현,12승 투수 송은범,핵심 마무리 전병두,주전 포수 박경완이 부상으로 빠진 상태임에도 두산을 3대2로 꺾고 한국 시리즈에 진출시켰다는 점에서 기아 타이거즈로서는 추호도 방심할수 없는 상대였다.
이러한 예상은 그대로 적중하였다. 홈구장에서 1,2차전을 승리하여 우승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기아 타이거즈는 적지인 인천구장에서 에스케이의 반격에 말려 연거푸 고배를 들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예측불허의 상황을 맞았다. 다행히 잠실에서 맞붙은 5차전에서 완봉승으로 역투한 용병 로페즈 덕분에 한숨 돌렸으나 6차전을 또다시 내주면서 마지막 7차전에서 최후의 일전을 겨루게 되었다.
양팀이 총 15명의 투수를 투입하는등 총력전을 편 7차전은 4시간 27분이 걸린 대혈투였다. 초반에 에스케이 용병 게리 글로버의 구위를 공략하지 못하고 4회까지 무안타에 허덕이는등 5대1로 끌려가던 기아 타이거즈는 5회부터 반격을 개시 나지완의 투런포,안치홍의 솔로포등으로 7회말 동점을 이룬상태에서 7회말 마지막 공격을 맞아 한국 시리즈 최우수 선수로 뽑힌 히어로 나지완이 마무리 채병용을 솔로포 한방으로 넉다운시켜 버리고 우승컵을 거머쥔 것이다.
조범현 감독의 뛰어난 지도력,선수들의 투혼,기아 타이거즈 팬과 연고지역인 호남인들의 성원,모기업 현대.기아차의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원등 4박자가 하모니를 이루어 달성한 열번째 한국 시리즈 우승은 세계적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 욱일승천 하는 현대.기아차에게 값진 선물이자 호남인들에게 다시금 꿈과 희망을 불러 일으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명문구단의 명성을 되찾은 호랑이 군단은 잠실구장에 뿌렸던 승리의 눈물을 명문구단의 전통을 이어가는 밑거름으로 삼아 한국 야구사를 다시쓰는 호랑이 군단으로 일취월장하기 바라마지 않는다. 다시금 용쟁호투를 방불케 한 대혈투끝에 드라마틱한 역전우승을 쟁취한 기아타이거즈의 투혼과 승부정신,그리고 아깝게 우승의 마지막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분패하였지만 주력선수의 부상으로 전력공백이 큰 상태에서도 막상막하의 혈전으로 야구의 진수를 보여준 에이스케이 와이번스의 백절불굴의 감투정신에 경의와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