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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의원의 1인시위
-시선 끌기인가, 소신에 찬 행동인가
민주당 천정배 의원 등이 20일 오전부터 헌법재판소 앞에서 22일 밤까지의 시한부 1인시위를 시작했다. 미디어관련법 날치기 처리에 대한 헌재의 29일 권한쟁의심판 결정을 앞두고 신속하고 올바른 결정을 촉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1인시위에는 천의원 뿐만 아니라 같은 당 최문순 의원 및 영화배우 문성근씨,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등도 릴레이로 동참한다고 한다.
시위에 참여하는 인사들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사람은 천의원이다. 법무장관 출신의 4선의원인 그의 행동은 사실 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왜, 무엇이 아쉬워서 그는 그런 튀는 행동을 하는 것일까. 혹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싶어서 그러는 것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앞으로 더 큰 정치활동을 위한 나름의 명분을 쌓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혹은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지면 못견뎌하는 사람이라서 그러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르긴 해도 천의원이 그런 이유로 1인시위에 나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말이 좋아 시위이지 웬만한 배짱과 절박함이 아니고서는 하기 어려운 게 1인시위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야 되고 몇시간 혹은 하루 종일을 서 있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임은 직접 경험이 없어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간에 그것이 대의명분에 적합한 것이냐 하는 것일 터이다. 우리는 천의원의 행동이 대의명분이 서는 일임은 물론이려니와 대단히 용기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이 미디어악법을 대리-날치기 투표로 통과시켰을 때 비분강개한 것은 천의만이 아니었다. 민주당 의원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국민들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비열한 행위에 분노를 표출한 바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 중 천의원처럼 적극적으로 1인시위 같은 행동에 나서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물론 여당의 날치기 행위에 대해 분노하고 미디어악법이 원천무효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모두 1인시위에 나서야 하는 것도 아니고, 또 그럴 필요도 없는 것이다. 어차피 헌재의 판단이 시위자 숫자에 좌우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천의원이나 시위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그들이 외로운 시위를 하면서 헌재의 올바른 결정을 촉구하는 것은 실질적 영향력 여부를 떠나 대단히 중요한 상징적 의미가 있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공익을 위해 자신이 개별적 이해당사자가 아님에도 1인시위에 나선 경우는 여럿 있었다. 개그맨 노정렬도 얼마 전 '반값 등록금 공약'을 이행하라며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를 한 적이 있다. 어떤 이의 1인시위 한번에 금세 무엇이 달라질 리는 없지만 그 상징성은 민심의 표출이란 면에서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천의원의 행동이 주목받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것임은 지난번 대검찰청 앞에서 미공개 용산참사 수사기록의 공개를 촉구하며 벌인 1인시위에서도 읽을 수 있다. 한때 자신의 부하직원이었던 김준규 검찰총장의 출근길에 맞춰 1인시위를 한 것을 단순히 언론의 관심 끌기 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것은 웬만한 용기와 신념이 없이는 하기 어려운 행동이었다.
이번 시위에 동참한 문성근씨, 차병직 변호사, 영화감독 변영주씨 등과 그리고 전-현직 언론인으로서 그 정도는 어찌보면 당연하다 할지라도 최문순 의원이나 노종면, 최상재 위원장 등의 행동도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따지고 보면 거대여당의 횡포와 다름없는 악법 날치기 처리에 대해 헌재의 판단을 구하고 무효결정을 촉구하는 자체가 부끄러운 이 나라의 수준을 드러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런 한편으로 우리는 이 나라에는 천의원 같은 용기있고 신념에 투철한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에서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오는 11월 1일부터 발효 예정인 미디어법에 대해 헌재가 만일 적법 결정을 내린다면, 우리는 조만간 조중동이 사실상 지배하는 왜곡방송을 봐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안그래도 왜곡보도를 일삼는 조중동이 만드는 방송이라면 국민들의 눈과 귀를 흐리게 하고 교묘하게 호도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주로 이 정권 인사들의 황당하고 어이없는 장면을 포착해 방송함으로써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던 YTN의 '돌발영상'이 친정권 인사가 사장이 된 후 정권홍보성 영상으로 변질된 것은 방송이 어떤 식으로 변질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적나라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헌재 재판관들은 이번의 미디어법 관련 결정이 얼마나 이 나라의 운명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를 심사숙고하여 진실로 양심과 역사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판단해야 마땅한 것이다.
천의원에게 마음으로나마 격려를 보내기로 하자.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대검청사 앞이나 헌재 앞에서의 1인시위는 정치인 천정배, 민주당 의원 천정배를 떠나 해괴하고 철면피스러운 정권의 횡포에 양심이 무디어져가는 듯한 이 시대에 한줄기 희망의 빛을 던져주는 의로운 행위임에 틀림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