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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본 영화중의 하나가 '매트릭스' 입니다. 매트릭스 1편에 보면, 주인공인 키아누 리브스가 자신의 직장에서 누군가에게 배달되어 온 핸드폰을 받자마자 갑자기 전화가 울려 놀라 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기서 키아누 리브스가 분하는 주인공 '니오'는 어떻게든 빌딩에서 탈출해보려 하지만 결국 체포되어 어딘가로 끌려갑니다. 사방이 꽉 막혀있는 벽, 그리고 양복에 선글래스를 낀 수사관. 꼭 뭐가 겹쳐서 생각되지 않습니까?
니오는 여기서 자신이 변호사를 부를 권리가 있다며 전화를 내 놓으라고 호기롭게 외치지만,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어 자신의 얼굴을 만집니다. 말을 하려 해도 입이 점점 사라지는 괴로운 느낌. 말을 하려 해도 입이 떨어지지 않고, 입 자체가 없어진다는 것에 놀란 니오가 소리를 지르려 하지만 결국 입은 떨어지지 않으며 신음밖에 낼 수 없는 니오. 그리고 그는 꿈에서 깹니다. 사실 그것마저도 자신의 꿈 속임을 모른 채.
요즘 한국을 이곳에서 보고 있자면, 그것이 '매트릭스'에서 보여준 '입이 있으되 말하지 못하는 세상' 이라는 생각만 듭니다. 제대로 된 말을 하려고 하면 밥줄을 빼앗는 세상이 도래한 것입니다. 공중파에서 바른 말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문득 일제 시대에 유행했다는 민요 하나가 생각납니다. "쌀 깨나 나는 전답 신작로가 되고요, 말 깨나 하는 사람 가막소로 가구요." 그것이 비록 3공 때나 5공 때와 같은 직접적 물리적 탄압이 아니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밥줄을 빼앗는다는 것은 결국 입을 틀어막는 것과 다름없는 일입니다.
지금 정권이 본질적 언론 장악을 위해 촛불시위로 대변되는 민의의 폭발이 있을 때부터 얼마나 큰 공을 들여왔는지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우리의 삶의 무게에 끌려다니는 동안, 우리는 점점 우리의 입을 조여드는 수많은 압력들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입마저도 빼앗기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입은 미디어입니다. 비록 블로그며 1인 미디어들이 공중파와 케이블 방송들이 제대로 못하고 있는 사회의 감시 기능을 행하고 있다 해도, '매스 미디어'의 역할은 아직도 지금 세상에서 무시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것 때문에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수구 종이 미디어들이 정부와 합작해 언론법을 만들어 통과시키고 그들의 새로운 '입'으로 만들겠다는 발악을 하는 것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실제적인 조직된 자각한 시민의 힘을 엮어 내지 못하는 동안, 그들은 우리의 '입'을 참으로 교묘한 수단으로 틀어막고 있습니다.
윤도현, 김제동, 손석희, 진중권... 다음은 누구일까요.
앞으로 이 정권이 남은 3년동안 어떤 일들을 더 만들어낼지 자명하게 보이는 듯 합니다. 매스 미디어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대중이 자각하여 '다중'으로 진화하지 못할 때, 한국의 정치적 비전과 미래는 없을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 구성요건인 언론의 자유가 박탈당하는 것도 화나는 일이지만, 그것을 견제하지 못하고 자기 먹고 살 대책에만 바쁜 대자적 민중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것도 답답한 일입니다.
이미 다음 아고라와 같은 대중성이 꽤 강한 인터넷 안의 소통 광장들도 조금씩 변질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답답함을 느끼는 터입니다. 오늘 매스 미디어를 뺏기면, 내일은 인터넷의 광장들을 빼앗길 것이고, 이미 PD 수첩 제작진의 이메일 공개에서 봤듯, 개인이 운영하고 있는 진보적 시각을 가진 블로그들조차도 그들의 밥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하나 하나씩 자유로운 공간들을 빼앗기고 있는 동안, 여러분은 그냥 보고만 계실 것인지, 다시한번 아프게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