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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의 현재 모습은 정치인으로서는 외견상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현재의 모습처럼 순탄하게 대권을 향한 항해가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2007년 12월 한나라당 입당 이후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기간에 거대 여당의 당 대표가 되었다는 것은 사실상 독자적 힘으로는 이루기 어려운 기적과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18대 국회의원수 167명의 집권여당에 무혈 입성하여 당 대표로 취임한 것 자체가 뉴스라 할 수 있는 정몽준 의원은 당 대표에 취임한 지 얼마 안된 기간을 밤낮으로 발로 뛰는 정치에 매진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민정치와 민생행보를 계승이나 하듯이 당사를 지키지 않고 밖으로 그리고 서민의 생활 한 복판으로 누비면서 자신만의 정치에 분주한 모습이다.
정몽준 대표의 행보는 빼곡한 일정 만큼이나 매우 바쁜 모습이다.
정몽준 대표의 행보가 내년 가을에 개최되는 한나라당 정기 전당대회까지 계속 이어질 것인가 하는 점은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표 취임 후 지금까지 당 체제 안정에 큰 무리가 없는 정 대표의 정치력이 오히려 문제라 하겠다. 굴러온 돌 정몽준의 당 대표 취임에 자존심을 훼손당한 당내 박힌 돌 그룹이 이를 못마땅해 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크게 공헌했던 공신 그룹이 당내에 친이라는 테두리에서 큰 지분을 내세우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음은 지금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여기에 최근 이재오 전 의원이 한나라당 당직을 탈당하면서 국민권익위원회라는 중도 실용적 정부기구의 수장으로 취임한 것은 여러 의미를 함축하는 가운데 일단 정치 최일선에서 한 발을 뗀 결과라 하겠다.
신임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위원장의 임기 3년을 채우고 싶다고 언급했다. 이는 내년 7월에 예상되는 은평을 재보선 출마 포기는 물론 한나라당의 조기 혹은 정기 전당대회에도 도전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확대 해석될 수 있는 사안이다. 나아가 이러한 내용은 친이 그룹의 좌장격인 이 전 의원의 현실 정치 후퇴로 여겨질 수 있는 부분이다.
한나라당은 친박계를 제외한 친이계 내부에서 향후 치열한 권력투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러한 예상에 부합하듯이 최근 안상수 원내대표가 한나라당의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리고 당 대표가 중도 사임하면 원내대표가 겸임하는 내용으로 당헌 개정을 주장하는 등 현 정몽준 승계 대표의 위상 저하에 버금가는 발언을 과도하게 쏟아내고 있다.
또한 지난 9월 7일에는 한나라당 친이계 대표적 인사인 공성진 의원이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체제에 대해 "정 최고위원이 잘 하면 그냥 그런 것이지만 잘못하면 이 분이 갖고 있는 큰 꿈이 자칫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조심조심 잘 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적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렇듯이 한나라당 친이 주류측은 정몽준 카드에 대해 여러모로 고심을 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정몽준 대표는 최고위원 시절에 당에 대해서 쓴소리를 많이 한 적이 있다.
지난 2월에는 "아스팔트 우파는 극우가 아니라 행동하는 우파이다. 한나라당은 이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고 있다."고 질타하면서 강경하고 보수 우파적인 발언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3월에는 "국회가 정당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있다"며 지방선거의 공천 문제에 이의를 걸면서 박근혜 전 대표 측과의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또한 4.29 재보선 실패 이후에는 '한나라당이 영혼이 없는 정당'이라고 일갈하면서 한나라당을 친목단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5월 4일에도 한나라당의 현행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방식에 대한 비판과 함께 당 체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5월 12일에는 한나라당 실세들이 최고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스스로 조기 전당대회도 피력했다.
정몽준 대표는 2007년 한나라당에 '굴러온 돌'의 입장에서 어록을 만들 정도로 과도하게 비판적 발언을 이어 왔다. 이는 결국 적자생존을 의식한 당내 '박힌 돌' 세력에 대한 공격이었다. 이제 정몽준 대표는 안상수 원내대표의 조기 전당대회 주장에 직면하였고 수세의 입장에 처해 있다. 이재오가 정치 일선에서 일단 후퇴한 현실이 결국 당내 치열한 권력 투쟁으로 확전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의 내부 문제를 과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것이 정몽준 대표의 정치 능력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