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두고 말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업적 없이 노벨상을 수상했다는 비난이 주류이지만, 그의 노벨상 수상을 긍정하는 쪽에서는 앞으로 세계 평화를 위해 기여해야 할 그를 위해 격려의 차원에서도 더욱 이 상이 긍정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에게 노벨 평화상 수상은 이런 이유에서 마땅하다고 봅니다. 그가 대통령에 출마를 선언하고 도전해 온 과정, 백악관 입성 직후 세계가 보여준 반응들... 스웨덴의 한림원이 그를 아무 이유없이 평화상 수상자로 선출하진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가 수상받아 마땅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인류에 희망을 주었기 때문' 입니다.
가장 큰 희망은, 지금까지 유색인종이 발 디딜 수 없었던 성역에 당당히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나아가 미국 대통령이라는 위치가 가지는 위상에 따라서 세계적 지도자로 선 것에 대해 수많은 유색인종들이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사실 교육의 기회조차도 원천적으로 박탈당하는 경우가 많은 미국 내 유색인종, 특히 흑인들에게 그는 하나의 롤 모델로 섰습니다. 그리고 그는 케냐 사람의 아들입니다. 즉, 세계 어느 나라에서 왔든, 미국의 지도자로서 자격만 있다면 선출될 수 있고 세계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것입니다.
두번째는 역사의 변화를 수긍하는 자세로서 세계 평화에 대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 그의 이상과 현실, 그리고 그의 정책 추진 방향 사이엔 분명히 갭이 있고, 그 때문에 저는 그가 조금 더 이 영예로운 상의 수상에 걸맞는, 세계 평화 정착을 위한 정책들을 세우기를 바라는 희망이 있습니다. 그의 노벨 평화상 수상에는 아마 이같은 이유가 크게 작용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바마의 노벨 평화상 수상에 대해 당장 공화당에서는 '비극' 이라는 등의 독설을 아끼지 않고 날리고 있습니다. 국내 정책, 특히 의료보험 개혁 등 기득권 계층의 자기이익 보전과 독점을 막으려는 오바마의 정책들이 그들의 심기를 가뜩이나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노벨상 수상이라는 영예까지도 안게 됐으니 정말 '꼴 사납게'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하지요? 딱 그 꼴인 셈입니다. 그러나 오바마로서는 최근 공화당 소속 아놀드 슈와제네거 주지사의 정책 지지선언에 이어 커다란 선물을 하나 더 얻은 셈입니다.
그를 계속해 폄훼하는 공화당 수구 세력들의 모습에서, 저는 어느 나라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타게 되자 그를 반대하는 세력들이 스웨덴 한림원에 로비를 했던 모습이 겹쳐 떠오르는 것을 어쩔 수 없군요. 평화, 이상, 비젼, 그리고 희망... 무엇보다 '마이너 출신의 대통령' 이라는 점에서 오바마와 고 김대중 대통령, 그리고 고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은 많이 닮아 있습니다. 그리고 '개혁'이라는 화두를 잡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개혁의 화두'를 끈질기게, 끊임없이 방해하고 반대하고 여론을 엉뚱한 쪽으로 몰아가는 세력들과 대척점에 서 있다는 사실에서도, 그들은 참 많이 닮았습니다.
이곳에서도 수구언론이라 할 수 있는 폭스 뉴스 등에서는 노벨상 수상 소식에 대해 폄훼하는 투의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군요. 이 지역 로컬 언론이 비교적 공정하게 이런 저런 시민들의 의견을 모두 취합해 방송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톤입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이 뉴스는 '특정 언론들'에서는 그다지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그러나, '위대함'이라는 덕목은, 그들이 애써 가리려고 해도 가려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적어도 노벨 평화상이라는 영예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도 아니지요. 이 상의 권위 자체를 부정하려 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개혁'과 '진보'를 부정하는 거부의 몸짓이 숨어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들의 이익에 배치되는 것은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욕심과 독선이 숨어 있습니다. 그리고 오바마의 노벨상 수상과 공화당의 반응에서, 저는 우리 조국에서 펼쳐졌던 수구 기득권 계층의 낮부끄러운 생쇼의 모습을 그대로 느낍니다. 어디에서나, 역사의 흐름을 돌리고자 하는 세력들이 있고, 이를 부정하는 세력들이 있기 마련인 모양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며, 아울러 그의 건투와 세계 평화 정착을 위한 현명한 선택들을 앞으로 기대해 봅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