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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일요일에는 웨딩홀에 가끔 간다. 웨딩홀에서 이벤트를 기획하고 행사 진행을 담당하는 친구덕분이다. 이 틈새에서 내가 남들과 다른 점이 좀 있다면 뭔가를 보고 느낀 점을 글로 표현하기를 즐긴다는 거다. 바로 리포터 기질이다.
웨딩홀에서 보게 된 이야기다.
지난 주 일요일이었다. 숨넘어가게 바쁜 소리로 친구는 내게 11시 반까지 오라는 연락을 줬다. 허둥지둥 도착해 보니 "
와! 저 집 손님 되게 많다.” 싶게 하객들이 복작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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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10년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하기에 이른
육군 삼사관학교 출신 육군 준위의 결혼식이 시작되려는 찰나였다. 식은 폼 나게 진행됐다. 신랑 신부가 입장할 때 제복 입은
군인들이 예도용 칼을 들어 치켜 올려주는 길을 따라서 입장하는 모습을 보며 모두 탄성을 지를 정도였다. 그런데 ‘이 모습이 전부는 아니었다. 좀 더 재밌는 장면은 신랑신부 퇴장 때 벌어졌다.
신랑친구들이 단상에 오르려 할 때 다가가서 물었다.
“예도단’이란 뭐 하는 부서인가요?”
“친구 결혼식이라서 몇 명이 구성해 본 것입니다.”
“아~ 친구 위해서 자체적으로 구성하신 거네요?”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산다.’더니 신랑의 군인 동기생들 6명이 뭉쳐 받들어 총!처럼 의전용 칼을 들어서 두 사람의 퇴장 길을 도열하여 축하를 해주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신랑신부 희망 찬 미래로 행진!”하고 주례가 구령을 부르기 바쁘게 그들 중 첫줄에 선 친구 둘이 길을 가로 막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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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에게 뭔가를 주문하기 위해서였다. 맨 처음 신랑을 엎드려뻗치게 한 다음에 신부를 그 위에 걸터앉게 했다. 그 다음에는 신랑에게
"오늘 밤 신부를 끝내주겠습니다!”하고 큰 소리로 세 번 외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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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이 안간힘을 다하며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자 이번엔 두 번째 줄에 서있던 친구들이 막아서며
생수를 원 샷으로 마시게 했다. 그 게 끝인가 했더니 이어서 빼빼로니를 한데 물고 둘의 입이 겹칠 때가지 먹도록 주문했다. 신랑이 힘들어 하자 기껏 해준 것은 마실 물의 양을 조금 덜어줬다는 점이다. 그러나 빼빼로니 양쪽에서 먹기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진한 키스로까지 이어질 때까지 되풀이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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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째 줄 사람들은
3분 안에 양가 부모, 주례, 사회자, 할머니 한 분을 찾아 포옹하고 달려오기를 주문했다. 예식 중간에 신랑더러 만세 삼창하며 구령 부르기와 신부에게 디스코 추기를 시키는 것은 보긴 했어도 이번 결혼식처럼 세 가지나 시키는 것은 처음 보았다. 친구들이 칼을 치켜들고 도열할 때는 ‘아, 폼 좀 나는 결혼식이네!’ 했다가, 퇴장식을 보면서는 결혼식이 수학 공식처럼 남들하고 ‘똑같아라.’는 법은 없을 터이다.
진행하는 사람의 재량에 의해서 얼마든지 결혼식도, 재밌고, 특이하고, 신나고 폼 나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위 내용은 인천 im 웨딩홀에서 보고 쓴 칼럼입니다.
박정례 / 르포작가 / 칼럼리스트